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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5. 2021

미 반도체 공급망 정비의 시사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공급망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및 국내 운송망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현재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 진영에의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미래의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혼재되어 주는 영향을 분리하여 가며 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미 영향을 주고 있는 공급망 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글로벌 운송망의 문제

 CNBC는 미국의 시각에서 공급망 문제를 논했다. 주요 지표로 주로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이 제시간에 도착하는 비율이 이제 10%에 불과하고, 단거리 요금은 2달러 초 수준에서 3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영어가 짧아 확실하지 않지만 chassis crunch가 8.8일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컨테이너를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보인다. 즉 공급망 중 운송 기능 노드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https://youtu.be/u5hy4nuPNUY


국내 운송망의 문제

반도체와는 큰 관계는 없지만 중국 내 운송망도 이미 가격은 올라가고 시간은 지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운송량을 담당하는 트럭들의 기사 수입은 코로나로 인한 각종 검문으로 배달 시간이 지연되면서 대폭 감소하여 기사들의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규모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미국이나 중국 같은 대륙 국가들에서는 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항공기와 같은 가장 비싼 운송 수단을 사용하는 반도체 업계에 있어 이러한 해운이나 육운은 사실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반도체의 리드 타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은 이미 국제적인 이슈가 되어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상 제조이다. 반도체 관련 제조 분업은 이미 보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SK의 경우 아래 그림 중 종합 반도체 기업에 해당되어 사실 상 대부분의 제조 기능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단지 원자재, 소모품과 설비 등에 있어 외부와 협력하고 있을 따름이다. 반면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타이완의 TSMC의 경우 파운드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들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의 개발은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협력 기업들 간의 유대는 매우 강하며 이러한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세계 초일류 기술 만을 적용하는 특성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참여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매우 폐쇄적인 공급망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러한 최첨단 기술 기반 때문에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기업은 소수이며 해당 기업의 국적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 거점을 어느 나라 어느 장소에 두는가 하는 이슈와 함께 정치적 이유로 제재 또는 제한을 받게 될 경우 복잡성이 증폭된다. 자본 원천 소재 국가, 기술 원천 소재 국가, 그리고 생산 거점 소재 국가 등이 각각 다르며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정치 체계의 규제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미중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구체적으로 제재가 일어남에 따라 반도체 산업 전체에 대한 구조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조정에 있어 가장 주목되고 있는 것이 "어떤 부분이 병목(choke points) 인가?"라는 것이다. 사실상 반도체 산업 체인에 있어 병목이 아닌 부분은 없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공급망 구조 조정의 원인이 미중 갈등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병목의 판단 기준 또한 미중의 갈등으로부터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터진 이후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많은 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선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로부터 출발을 하였고 이제 큰 윤곽으로 볼 때 14 나노급까지의 정밀도 기술에 관련된 설비, 재료, 부품, 기술의 제공은 가능하나 그 이상 정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은 일체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이 조치는 중국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들이 당장 충격을 받지 않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경쟁력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매우 적절하고 유효한 조치로 보인다. 당연히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여 "거국 체제"로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중국은 부분적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9월 23일 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과 National Economic Council의 Brian Deese는 반도체 공급망 제조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를 소집하여 모든 공급망 참가자가 45일 이내에 관련 재고, 수요 및 배송 정보를 공유할 것을 요구하였다. 여기서 반도체 제조업체와 중간 구매자 및 최종 제조 기업으로 나누어 정보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다분 반도체 업체와 자동차 업체로 나누어 정보 요구를 한 것이다. 


이 요구에서 미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매우 이례적으로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정보를 포함하여 반도체의 수율, 재고량, 협력 기업, 고객 등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였다. 굳이 반도체 업계의 사람이 아니라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비밀이 수율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러한 예민한 정보를 요구하였다. 그뿐 아니라 Gina Rai 상무부 장관은 만일 정보 제공에 응하지 않는다면 "도구 상자"에서 필요한 수단을 꺼낼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위협을 한 것이다.

https://www.eet-china.com/mp/a80684.html

중국 시나 재정은 미 상무부장이 말한 공구 상자는 아마도 Defense Production Act, 즉 국방 물자 생산법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이 법을 동원한 가장 최근의 일은 코로나 사태로 부족해진 마스크와 의료 물자에 대해 취한 조치이다. 국방 물자 생산법이 적용되면 정부는 기업으로 하여금 자원을 보류하여 정부 우선순위의 오더부터 생산하라는 Set-aside, 특정 제품의 생산 또는 중지를 명령하는 Directive, 기업의 특정 재료, 서비스, 설비 등에 대한 설명과 사용 허가를 요구하는 Allotment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방 물자 생산법은 반독점법에 우선한다. 한 마디로 전시 동원 체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https://news.sina.com.cn/w/2021-09-30/doc-iktzqtyt9075811.shtml


사태의 진전을 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만일 차량용 반도체가 대상이라면 사실 상 한국의 삼성이나 SK는 주요 대상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공급 부족 사태도 없거니와 대체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면 MCU와 같이 차량 생산에 직결되는 전용 반도체의 경우 일본과 타이완이 주 생산자이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들이 받을 압박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하여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기사를 냈지만 통상적인 비아냥 수준이었고 화력을 높이지는 않았다. 일단 미국의 반도체 문제는 본질적으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을 했다. 그리고 이번 정보 요청을 반도체 공급망의 잠재적인 병목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관리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더 많은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전했는데 이런 논조는 중국 미디어로서는 매우 온화한 것이다. 사실 전기 자동차로 전환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고 전기 자동차 분야의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자국이 개발하려고 하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다.

https://cn.chinadaily.com.cn/a/202109/28/WS6152e378a3107be4979f05a8.html


또 일부 중국 매체는 미국이 이들 반도체 업체로부터 정보를 빼내어 미국의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려 한다는 암시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국의 반도체 법을 다시 조명하면서 다음의 조항들을 상기시키며 Raimundo 미 상무무 장관이 하원에 신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24년까지 자격을 갖춘 반도체 장비 또는 제조 시설 투자 지출에 대해 40% 환급 가능한 ITC(신용 한도)를 설정

첨단 생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 파운드리를 설립하기 위해 회사와 주 및 지역 인센티브를 일치시키는 100억 달러 연방 매칭 계획을 수립

새로운 NIST 반도체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자금은 STEM 인력 개발, 생태계 클러스터링, 미국 5G 리더십, 고도 조립 및 테스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

미국 국방부가 R&D, 노동 훈련, 테스트 및 평가를 포함한 반도체 기술 프로젝트, 계획 및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승인 국방물자 생산법(National Defense Production Act) III장에 따라 미국 국방부가 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구축 및 개선하기 위한 계획의 시행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상무부는 미국 산업 기술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90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

10년 이내에 7억 5천만 달러의 신탁 기금을 조성 미국은 외국 정부 파트너와 합의한 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관련 정책의 일관성, 공급망의 투명성 및 비시장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협회를 설립

국가 반도체 연구 전략 수립을 담당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반도체 리더십 소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

120억 달러를 투자하여 새로운 R&D 프로젝트를 만들어 반도체 기술 및 혁신에서 미국의 선두 위치를 보장

https://news.stcn.com/sd/202109/t20210929_3728861.html


오히려 9월 29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처음으로 미-유럽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열은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바로 오커스 동맹 때문에 프랑스를 주축으로 화가 난 EU가 참가를 거부했던 바로 그 회의이다. 여기서 양측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글로벌 마이크로칩 공급망의 지속적인 혼란 속에서 대규모 글로벌 기술 기업을 감독하기 위해 보다 통합된 접근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여러 분야가 있지만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하기로 합의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eu-ttc-tech-regs-chips-0930-idCNKBS2GQ02Q?edition-redirect=in


어떤 이들은 감각적으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장 거래를 많이 하는 국가를 미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EU와 중국 간의 경제 협력 규모가 미국보다 더 크다. 그리고 이것이 왜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 이후 EU-중국 투자 협정에 노력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EU가 대중 반도체 제재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국에게는 큰 타격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반도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것은 바로 EU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TTC의 결성은 이제부터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나간다는 것이며 여기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 자오바오의 보도를 보면 이번 피츠버그 회의 결과는 상당히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독일 마셜 재단의 디지털 이노베이션과 민주주의 이니셔티브 소장인 Karen Kornbluh 전 OECD 미 대사는 이번 회의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어젠다와 Ursula von der Leyen의 디지털 유럽 프로젝트에 서로 윈윈이라고 평가했다. 즉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EU에게 있어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서방 통제권 하에 두려는 의도는 유럽의 우수한 반도체 연구 개발 조직, 반도체 설비 기업, 그리고 Infineon과 같은 반도체 기업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좋은 기회인 것이다.

https://www.zaobao.com.sg/news/world/story20211001-1198950

여기에 미 USSTR의 다이치는 제1단계 미중 무역 협상 기간의 종료와 함께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이치의 연설 내용을 보면 세 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중국과 1단계 합의안의 이행 논의

부분적 관세 면제 프로세스 도입

1단계 합의안에서 거론되지 않은 영역까지 확대된 이슈의 논의

(https://ustr.gov/about-us/policy-offices/press-office/press-releases/2021/october/remarks-prepared-delivery-ambassador-katherine-tai-outlining-biden-harris-administrations-new) 그리고 CNBC와의 인터뷰를 보면 다이치는 1 단계 무역 협상은 단지 무역 규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중국과의 협상을 하기 전에는 어떤 가능성도 전제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 후에는 준비된 여러 대책들이 나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2KUoNRlhSk

타이완 배경의 영어와 중국어 모두 능통하고 양국의 문화를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다이치는 결코 중국에게 있어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다이치는 일관되게 바이든 정부의 무역 정책을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결국 제조를 미국 안으로 가져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글을 시작하기 몇 시간 전 미 상무부는 반도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발표하였다. 현재로서는 IT 시스템으로 구성된 것은 아닌 것 같으나 모든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발생 사건들을 "자발적으로" 정보 제공하라고 하였다. 미 상무부는 공장 폐쇄나 조업 중단과 같은 것들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심의 눈으로 보면 앞서의 반도체 제조 정보 요구와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ttps://www.commerce.gov/news/press-releases/2021/10/commerce-establishes-early-alert-system-improve-semiconductor-supply



이러한 미중의 움직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반도체 관련 사업의 미국 내 유치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를 분명히 했고 TSMC나 삼성, 그리고 SK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화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미 상무부의 여러 가지 정보 제공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제조 거점을 미국에 놓는 것 만으로는 미국 정부의 성에 안 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정학적, 정치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타이완 정부는 오히려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의 신설에 들어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타이완으로서는 중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제품의 공급망을 분리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미국 주도 공급망 속에 핵심 노드를 차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서방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됨으로써 중국으로부터의 군사적 공격에 미국과 서방의 보호를 기대하는 것이다. 매우 납득 가능한 전략이거니와 이러한 전략을 취하여 얻는 것은 있지만 잃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다.

https://youtu.be/EfSUfdRq_BQ


산업연구원은 이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였다고 한다.  서방 국가들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할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각종 조치에 기술 동맹국으로서 명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 보복이 예상되어 우리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판로 등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과연 그런가? 반도체 기술이 결여된 중국이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는 조치를 취해서 압박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704_0001499864


사실 순수한 경제적 시각에서라면 단기적으로는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Cathie Wood는 소비에 있어서 상당량의 pre-buying, 즉 향후 공급 불안정을 우려한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여 재고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경우 실질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로 보지만 이 경우에도 상당한 양이 공급망 내의 재고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용 반도체, MCU의 경우 실제로 생산 공장이 화재로 손실을 입은 경우이므로 상당 정도의 충격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Cathie Wood는 이미 반도체 가격 상승이 멈추고 있으며 조금 더 시간이 가면 현 상황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https://youtu.be/WZmPC-4o0vM


Cathie Wood의 시각은 순수하게 기업과 비즈니스의 시각에서 현재의 공급망을 기반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EU는 인위적으로 공급망을 구조 변경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Cathie Wood의 의견은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코로나 기간 동안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당한 양의 가전이나 식품 등을 소비하고 또 축적해 놓은 것은 사실이어서 Cathie Wood가 말하는 '가구 내 재고'는 보편적으로 상당한 양이 될 수 있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여서 Cathie Wood는 원자재 가격이 이미 하락하기 시작한 것을 주목하기 바란다며 특히 중국의 철광석 가격이 51%나 하락한 것을 적시하였다. DRAM 가격도 이미 20% 하락하였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본적으로 삼성이나 SK가 국내 재벌들의 방식대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두 자기들이 한다는데 있다. TSMC의 경우 파운더리 회사이므로 많은 다양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체 산업 가치 사슬에서 한 링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삼성 같은 경우 설계부터 반도체까지, 그리고 반도체를 넘어 모듈, 완제품까지 자기가 생산한다.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폐쇄 로프형 기업은 지금 재구축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유리되고 독립된 존재이다. 남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지금 새로운 공급망을 건설함에 있어 필요한 회사도 아니다. 다들 자기에게 필요한 하나의 "미싱 링크"가 필요하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기업은 협력 대상이 아닌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삼성이나 SK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는 충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MCU와 같이 커스텀 메이드 되는 제품도 아니며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중국의 SMIC 등도 제조 능력이 있다. 다만 제품의 수준이 차이가 크게 작게 날 뿐이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 replacable any time인 제품이다. 반면 TSMC의 경우 그 반대다. 미 국방부를 포함하여 수많은 서방 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하고 설계한 제품의 생산에 TSMC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현재 기술 격차를 고려할 때 TSMC는 irreplaceable이다. 그래서 산업 연구원의 의견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이나 SK에게 이번 상황은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삼성이나 SK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필요한 존재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공급망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장악하는 한국 재벌 회사들의 방식은 한국의 규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국제적인 규제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쯤은 다른 국가, 다른 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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