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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17. 2021

중국 9월의 경제는 호조인가 혼조인가?

지난 9월 중국의 경제 지표는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 중국의 통계라든가 경제 지표는 해독하기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의 경우에도 사실은 세부적인 부분에 가면 제대로 정보가 정의되어 있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자주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왕에 공개를 하는 정보나 데이터의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의 지료들은 사뭇 엇갈리는 신호가 많아 그야말로 해독이 어려운 양상을 보였다.

https://finance.zum.com/investment/view/115


독자 여러분들께 전에 공지한 대로 필자는 이제 매월 중국의 경제 지표를 ZUM 금융에 기고하고 있다. 바꾸어 말해 기고 내용의 저작권은 ZUM에게 있다. 무료고 제공되는 정보이니 중국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정기적으로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9월 중국 경제 지표의 특징은 호조를 나타내는 신호와 쇠락을 나타내는 신호가 혼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의 전국 규모 전력난으로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중국이 발표한 9월의 제조 PMI는 49.6%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형 기업 50.4%, 중형기업 49.7%, 소형기업 47.5%였다. 이제까지 중국이 발표한 PMI 지표로는 아마도 가장 불안한 숫자가 아닌가 싶다. 대형 기업의 경우 기준선 50을 넘었다지만 불과 0.4%를 넘긴 것이며 중형 기업과 소형 기업이 모두 50 미만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은 본격적인 경기 쇠퇴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다.


여러분 모두 주지하는 사실이지만 중국의 전력난이 터져 나온 것이 9월 말이다. 다시 말해 9월 말까지의 경제 지표는 정상적인 숫자가 나와야 한다. 아직 전력난의 영향이 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전력난의 여파가 경제 지표에 반영이 될 것이다. 그러나 9월에 벌써 PMI가 이렇게까지 낮아진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정부 통계보다는 신뢰성을 더 인정받고 있는 CAIXIN PMI는 제조의 경우 지난달의 49.2%에서 50%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의미심장하게도 CAIXIN은 고용 관련해서는 2020년 3월 이후 최악이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다. 고용에는 제조업 보다도 비제조업의 영향이 훨씬 크다. 그런데 비제조 PMI의 경우는 8월의 47.5에서 53.2로 치솟았다. 지금 중국의 곳곳에서 대규모 실업으로 난리이다. 그런데 비제조업 PMI가 53.2%로 치솟았다고? SCMP는 중국의 실업이 확대되어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종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분야에도 소위 '프리랜서'들이 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 내 SNS에서도 중국 곳곳에서 직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인력 시장에 늘어난 사람들, 실업으로 숙소를 잃고 노숙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비제조업의 PMI가 그렇게나 상승할 수 있단 말인가?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152487/chinas-great-resignation-freelancers-find-both-hope-and


게다가 전력난이 급습하지 않았는가? 이미 모건 스탠리가 중국 3분기 GDP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5.1%로 낮추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골드만삭스는 3분기 GDP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5.8%에서 2.3%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 Goldman Sachs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산후이(閃輝)는 3분기 GDP 성장률을 당초 예상했던 1.3%에서 0으로 낮췄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11015/s00013/1634234678461/%e5%a4%a7%e7%81%a3%e5%8d%80gba%e6%96%b0%e8%81%9e-%e4%b8%ad%e5%9c%8b%e7%ac%ac%e4%b8%89%e5%ad%a3%e7%b6%93%e6%bf%9f%e6%94%be%e7%b7%a9-%e9%83%a8%e5%88%86%e6%8a%95%e8%a1%8c%e4%b8%8d%e7%9c%8b%e5%a5%bd-%e6%9d%8e%e5%85%8b%e5%bc%b7-%e6%9c%89%e5%85%85%e8%b6%b3%e5%b7%a5%e5%85%b7%e6%87%89%e5%b0%8d%e6%8c%91%e6%88%b0


전력난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국의 9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해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제조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4228?topnav=china&exclusive

게다가 출고 가격의 상승 추세보다 구매 가격의 상승 추세가 더 가파르다. 즉, 생산 기업의 입장에서 구매 가격의 상승은 가파른 반면 출고 가격은 그만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생산 기업들이 마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만간 원가 압력으로 출고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중국 정부가 전력 가격의 상승 제한을 풀은 이상 물가 전반적인 동반 상승으로 이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력난, 원자재난, 원가 상승 압박이 왜 일어나고 있느냐에 대한 해석이다. 만일 이런 현상이 상대적으로 중국에 불리한 것이라면 당연히 중국의 수출은 줄어들고 경기는 침체되어야 맞다. 하지만 중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으며,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미국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2018년 1월 이후 중국의 대미 수출이 31% 증가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6,350억 달러의 중국 제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된다. 

https://asiatimes.com/2021/10/gobbling-chinas-exports-us-sinks-into-dependency/


BBC는 이번 전력 난의 첫 번째 이유를 수출 증가로 인한 기업들의 시설 확충을 들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전력난으로 중국의 생산이나 수출에 타격을 가져온다"가 아니라 "수출이 워낙 호조이다 보니 전력난까지 겪게 되었다"로 해석을 해야 맞다.

https://brunch.co.kr/@chulrhee/714


종목별로 보아도 대부분 상품의 수출이 증가하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파동으로 생산에 지장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도 2021년 첫 9개월 동안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Covid-19 전염병의 여파로부터 산업이 회복됨에 따라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1-10-14/overseas-drive-pays-off-as-chinas-auto-exports-more-than-double-101786701.html


그래서 우리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구분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시각은 매우 분명하다. 수출이 늘었고,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지금의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부부장 러위청(樂玉成)은 미중이 최근 양자 관계의 특정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공동 작업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 규모가 금년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분리할 수 없는 이익 공동체"라고 했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11014/s00013/1634146588911/%e5%89%af%e5%a4%96%e9%95%b7%e7%a8%b1%e4%b8%ad%e7%be%8e%e8%a8%ad%e8%81%af%e5%90%88%e7%b5%84-%e8%a7%a3%e9%9b%99%e9%82%8a%e9%97%9c%e4%bf%82%e5%95%8f%e9%a1%8c%e5%8f%96%e9%80%b2%e5%b1%95

실제로 중국의 수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우리는 이런 엇갈리는 신호들 속에서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인과 관계를 찾아내야 한다. 만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면 비록 수출은 증가하고 있더라도 내수 시장이 침체되어 전체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는 증거를 찾아야 하고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 않으며 호조를 보이는 것이라면 내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CPI를 보면 하늘 높이 치솟는 PPI와는 달리 오히려 하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에서 발생하는 신호들, 실업의 확대, 홍수 등 천재지변의 잦은 발생,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 지방 도시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https://cn.nikkei.com/china/ceconomy/46348-2021-10-14-14-28-48.html


그래서 필자는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을 침체되어 가는 내수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로 중국에 집중된 제조 오더가 플러스, 마이너스를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지금 발생한 전력난 문제, 헝다 Evergrande 등 부동산 기업들의 도산, 미국과 유럽의 탈 중국 정책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버텨온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를 타개할 전략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이 따랐는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유능했든지 지금까지는 그만하면 성공적으로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의 형세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조정이 어느 방향으로 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루어져 가는지 꼭 잘 관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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