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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25. 2021

중국, 금융 당국 감찰에 들어간 이유는?

최근 중국 당국은 금융 기관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정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 금융 기관 사정은 평소에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나 인민은행, 외환관리국 같은 금융계의 권력 기관을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어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먼저 심층 보도를 한 것은 WSJ이었다. WSJ는 이번 금융 기관 사정이 중국 경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취한 중요한 조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진정한 목적은 아마도 금융기관과 민간 기업과의 밀착 관계 조사에 있고 특히 헝다(Evergrande), 디디추싱, 앤트 그룹과의 관계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https://www.wsj.com/articles/xi-jinping-scrutinizes-chinese-financial-institutions-ties-with-private-firms-11633972484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정치와 관심이 있다. 이번 일의 경우도 타이완에서 활동하는 정치 및 경제 평론가인 왕하오(汪浩)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금융 사정의 목적은 중국 금융계에 영향력이 큰 왕치산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화권 유튜버 중에는 이번 사정은 헝다를 목표로 한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https://www.rfa.org/mandarin/zhuanlan/jingmaorediansaomiao/econ-10152021173859.html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반중 미디어들은 이번 금융 사정이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 반대자들의 재정적 생명선을 끊고 자신의 지위를 보호하려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https://www.epochtimes.com/gb/21/10/14/n13304499.htm


사실 이번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우선 사정 대상 기관이 성부급, 즉 각 지방 정부의 수장과 같지만 실제 권력이 더 큰 장관급인 데다가 그냥 장관급이라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더욱 권력이 강한 기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번 사정은 15개 순시조, 즉 우리나라의 감사 팀이 구성이 되어 2개월간 실시한다. 이미 각 기관에 도착하여 사무실을 꾸렸고 신고용 전화, e-mail, 메신저 연락처들을 공포하였다. 


중국 최고의 권력은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정치국 상무위원회이다. 여기에는 7인의 상무위원이 있고 이중 기율위원회 주석을 맡고 있는 자오러지(赵乐际)가 직접 나섰다. 한 마디로 이번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분위기이다.

https://www.dw.com/zh/%E6%95%B4%E6%B2%BB%E9%A3%8E%E6%9A%B4-25%E5%AE%B6%E4%B8%AD%E5%9B%BD%E9%87%91%E8%9E%8D%E6%9C%BA%E6%9E%84%E6%8E%A5%E5%8F%97%E5%B7%A1%E8%A7%86/a-59483089


사실 중국 금융계의 부패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권력과의 밀착 관계는 일정 직급 이상의 관리라면 누구나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Fraser Howie는 금융권을 사정해 보아야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를 들어 부패 혐의로 구속된 화룽 그룹의 라이샤오민(赖小民) 같은 사람을 예로 들면서 그가 10년간 2천억에 달하는 뇌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일당 독재 체계이기 때문이며 사람이 바뀌어도 부패는 근절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ttps://www.voachinese.com/a/will-China-next-crack-down-on-its-financial-sector-20211014/6270581.html


필자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늘의 뉴스를 보고 놀라지만 사실 평소부터 유념하며 관찰해온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중국 금융계의 부패 척결은 사실 상  2019년 1월 11일에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19기 3차 전체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금융권 반부패를 강조 후부터 시작되었다. 2019년 그해에는 주로 사정의 대상이 도시 및 농촌의 상업은행이었다. 즉,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금융 기관들이었다. 또 실제 처분을 당한 은행들도 대개 지방의 은행들이었다. 2020년에도 금융권의 사정은 계속해 왔다. 다만 그 결과가 앞에 예를 들은 라이샤오민처럼 '개인의 부패'라는 초점이었고 '조직의 부패'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룽이나 광다처럼 목표된 기관들은 대개 장쩌민-쩡칭홍의 상하이방과 연계된 기관들이었다.


그러나 금년은 양상이 달랐다. 2021년 현재까지 진행된 금융권 사정에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부패’라는 명분이 아니라 ‘직무 태만’, ‘손실 야기’ 등이 이유였던 것이다. 즉 당사자가 뇌물을 받지 않았어도 지금 문제 삼는 대출에 관여했다면 퍼벌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2019년의 지방과는 달리 점점 중앙 쪽에 있는 기관으로 타깃이 이동해 왔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도 처음부터 계획된 단계적 사정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의 대상이 된 국가개발은행 같은 경우 상하이 방 영향권의 기관이며 이미 몇 경영진이 구속되었다. 국가개발은행은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일처리로 유명한데 이들이 구속된 이후 현재는 중국 공산당의 서부 개발 및 농촌 정책 금융 등에 협조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인가 시사하고 있지 않으냐 말이다.


게다가 이번 사정은 아무래도 외환 쪽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외화 유출로 고심하는 것으로 보이며 외화 반출을 막기 위한 여러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필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중국 금융의 기초는 외화이다. WSJ 이 보도한 바와 같이 디디추싱에게 홍콩으로 시장을 바꾸도록 압박을 하는데도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줄 것이다.

https://www.wsj.com/articles/chinese-regulators-nudge-didi-toward-hong-kong-listing-11634811730?st=f13wlvz3zrtg5jl&reflink=article_copyURL_share&fbclid=IwAR3FDdfjdyQgw-OdSFtD4HFrCA_3Grswtz8FkpyEJi7HTQfHBrT8XeztV0w


그리고 금융은 과거에는 상하이방이 장악했던 영역이다. 현재 시진핑 그룹은 외환 정책, 외자 정책에 대해서는 왕치산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는 7인 상무위원회 자리에 자주 상무위원도 아닌 왕치산이 함께 참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금융을 관장하고 있는 류허 부총리는 내년 정년 퇴임을 한다. 시진핑 그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금융, 외환 영역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중국의 금융 부정은 단순히 금융계뿐만 아니라 기업은 물론 정부 각계 인물들과도 연계가 되어 있다. 부동산의 경우 특히 그런 성격이 짙은데 이번 헝다 EVERGRANDE 사건이 전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으니 만큼 헝다와 결탁해서 국민들의 돈을 축냈다는 명분만큼 정적들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을 것이다. 디디추싱이나 마윈의 앤트 그룹 모두 상하이방과 매우 긴밀한 관계이고 불투명한 외화 처리가 된 기업들이다. 이들을 털면 정적들의 돈 주머니를 털어내는데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찾아낸 결과가 상하이방과 같은 정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기 측 인물들이더라도 이번 사정을 주도한 그룹 입장에서는 권력 투쟁 전반에 있어 큰 무기를 확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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