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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03. 2021

중국의 생필품 비축 해프닝

중국 상무부가 각 가정은 일상생활의 필요와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일정 분량의 생필품을 비축할 것을 장려한다라고 발표하였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상무부의 이 발표는 현재 중국의 운송망, 특히 트럭 운송망에 문제가 생겨 대도시 지역의 식품 등 물자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경우 지난달 야채 가격이 지난해 대비 63%나 올랐다. 베이징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한 결과이다.

https://finance.sina.com.cn/china/gncj/2021-11-01/doc-iktzqtyu4803543.shtml

그러나 중국 국민들의 반응은 상무부가 생각한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식품, 비상 약품, 방역복 등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대비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사회 전반에 엄중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그야말로 대형 재난이나 전쟁, 동란 등을 앞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차 싶은 상무부는 다시 기자 발표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상무부 소비촉진부 주임 주샤오량(朱小良)이 나와서 각지의 물자 생산은 충분해서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채 가격 급등의 이유는 최근 기후 변동으로 야채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상무부는 또 각 지방 정부에 공문을 보내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고 필요한 물자 공급원을 확인하여 수급에 문제없게 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대해 책임제를 시행한다고 하였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715308270697281059&wfr=spider&for=pc

여기에 관영 매체들도 상무부의 이번 발표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는 후속 보도를 냈다. 경제일보가 먼저 보도한 이 내용을 수많은 관영 매체와 중국 미디어들이 받아서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는 그만큼 이번 상무부의 발표가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이다.

https://news.sina.com.cn/c/2021-11-02/doc-iktzqtyu4942436.shtml


이번 해프닝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중국 인민들의 마음속에 중국 사회에 언제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소식이 늘어나면서 각지에서는 격리와 통제가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미중 간의 갈등과 충돌은 지속적으로 에스컬레이트되어 가면서 중국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언젠가 미국과 사단이 나고야 말 것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에는 타이완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과는 달리 언제든 전쟁이 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번 불어닥친 전력난, 이로 인해 노출된 석탄 부족과 에너지 사태는 만일 중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된다면 어떤 상황이 될지 예측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여기에 곧 중국 공산당 6중전회가 열린다. 이번 6중전회는 내년 20대, 큭 차세대 중국 지도부를 결정하기 전 장관급과 성 서기 등 고위직들의 인사가 대부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둘러싼 각 계파 간의 갈등도 치열하다. 군부의 인사도 주목을 받고 있고 경찰, 정보, 사법을 총괄하는 정법 계통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숙정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대외적인 긴장 관계뿐만 아니라 내부 정치 상황도 언제 상황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전체주의 정권은 '혼란'을 악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질서'를 내세운다. 질서를 지키려면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사람들은 따라야 한다. 중국의 경우 오랜 세월 이렇게 지내다 보니 사람들은 자기가 분석하고 자기가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상 밖의 상황에 부딪힐 때 사회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우리 민주 사회가 항상 떠들썩하고 나라가 망할 것 같고 분열이 극에 달한 것 같이 보여도 우리의 시스템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 바로 지배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 각자의 판단과 행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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