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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13. 2021

6중전회의 해석

많은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6중전회가 끝났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11월 12일 10시 중국 공산당은 예고한 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한 사람은 중앙 선전부 부부장 왕샤오후이王晓晖),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장진췐(江金权), 중앙재정위원회 부주임 한원시우(韩文秀), 중앙 당사 및 문헌 연구원 취칭산(曲青山) 이 답변하고 중앙선전부 부부장 쉬린(徐麟)이 주재를 하였다. 그런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자 회견을 본 필자는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https://www.storm.mg/article/4033653


중국말에 타오화(套话)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말은 하는데 모두 내용이 없는 상투적이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그런 형식적인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중국인들이 처음 만나서 하는 표현. 오랫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하는 뜻의 지우양(久仰), 지우양 같은 말이다. 처음 만나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지우양인가. TV의 연예 프로그램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오늘 참 아름다우십니다'같은 말도 여기게 속한다. 그리고 이번 6중전회의 기자 회견이나, 그 전날 발표된 '6중전회 공보'는 그야말로 타오화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문가과 중국 전문 기자들은 행간의 의미를 읽고 분석을 해 내고 있다. 놀라운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분석한 이번 6중전회 행간의 의미를 알아보자. 


먼저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망은 중공 중앙은 6중전회에서  중앙정치국이 위임한 시진핑 주석의 업무보고를 듣고 논의했으며, "당중앙위원회가 당 100년 투쟁의 주요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를 검토하고 통과시켰습니다.  전회는 당 20차 전국 대표대회가 중국 공산당이 200년 목표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매우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한다며 20대를 환영한다 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결의"야 말로 이번 6중전회의 핵심 내용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정작 "결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http://www.news.cn/politics/2021-11/11/c_1128055386.htm


로이터는 상기 내용을 전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주석을 "조타수"이자 "인민의 지도자"라고 부르며 그의 지속적인 지도력을 지지했다며 시진핑 주석이 내년에 당 대표로 선례를 깨는 3선을 확보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고 전했다. https://www.reuters.com/world/china/president-xi-is-helmsman-chinas-rejuvenation-says-party-official-2021-11-12/


WSJ는 중국의 고위 관리들이 시 주석을 역사적 성과와 역사적 변화를 촉진한 핵심 지도자로 묘사하는 100년 전 창당 이후 당의 업적에 대한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 결정으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역사 결의를 추진할 만큼 충분한 권력을 누렸던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대등한 위치에 놓였다고 의미를 부여하였다https://www.wsj.com/articles/chinas-xi-gains-power-as-communist-party-designates-him-historical-figure-11636635312

BBC는 중국 공산당 6중전회가 시진핑의 입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세 번째 역사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며 재임 중 이러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세 번째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의 당 내 위상이 당의 창시자인 마오쩌둥과 그의 후계자인 덩샤오핑과 대등하게 되었다고 전하고 이는 중국이 소위 개인 숭배로 돌아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해석하였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59257745


rfi는 6중전회 후 중앙통신이 시진핑을 중국 공산당 제5대 지도자보다는 '중국 공산당 신시대 1대 지도자'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 자신이 정의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신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https://www.rfi.fr/cn/%E4%B8%93%E6%A0%8F%E6%A3%80%E7%B4%A2/%E8%A6%81%E9%97%BB%E5%88%86%E6%9E%90/20211111-%E4%B8%AD%E5%85%B1%E5%85%AD%E4%B8%AD%E5%85%A8%E4%BC%9A-%E6%97%A0%E6%88%91-%E4%B9%A0%E8%BF%91%E5%B9%B3%E8%87%AA%E6%88%91%E5%8A%A0%E5%86%95%E5%BC%80%E5%88%9B%E4%B9%A0%E5%BC%8F%E7%BB%88%E8%BA%AB%E5%88%B6


반중 유튜버 중 한 사람인 왕지엔(王剑)은 우선 이번 6중전회는 시진핑 주석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결정하는 상황에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하였다. 그는 전문가와 미디어가 예상해왔던 마오쩌뚱-덩샤오핑-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세 지도자 체계가 이번에 100% 구현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인데 필자 또한 그와 견해를 같이 한다. 중국 공산당은 대외적으로는 언제나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서 마치 과거 우리나라 유신 체계와 같은 상명 하복의 일사불란한 상태일 것으로 우리는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언제나 사상과 이념의 충돌, 그리고 권력 투쟁이 있어왔다. 실제로 이번 6중전회에서 장쩌민 시대가 비판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고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쩌민의 "삼개대표"나 후진타오의 "과학적 사회 발전"같은 키워드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들을 많이 했다. 그러나 공고나 보도에는 이들이 모두 열거됨으로써 적어도 시진핑 주석에 의한 "과거 지우기" 내지 "과거 부정"은 없었다.


하지만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에 대한 비중은 상당히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왕지엔은 이번 중국의 발표문에 나타난 중국 지도자들의 언급 분량을 분석하는 메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석하였다. 왕지엔은 이번 발표된 공보가 6,836자인데 이중 마오쩌둥의 건국 과정에 456자, 건국 이후 신중국 시기 427자, 합계 883자를 마오쩌뚱에 할애하였다. 덩샤오핑 부분은 대폭 줄어들어 356자에 불과, 장쩌민은 더욱 줄어들어 263자, 후진타오에 와서는 198자에 그쳤다. 허나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에 대한 평가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이 두 사람을 합쳐 417자가 추가적으로 있었다. 시진핑에 대해서는 674자로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였다. 그러므로 분량으로 본 역대 중국 지도자에 대한 평가 순위로 본다면 마오쩌뚱, 시진핑,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의 순서가 되는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Lli1LnIL6k


필자는 rfi의 관점에 주의한다. 왜냐하면  rfi가 제기한 시진핑 주석이 새로운 세대의 첫 번째 지도자로 인식되려 한다는 관점은 매우 목전의 타오화로 가득 찬 6중전회의 여러 글과 소리를 꿰뚫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시진핑 주석 그룹이 아닌 그룹에서는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를 격하하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시진핑 그룹에서는 시진핑을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야만 했으니 이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이 시진핑 이전의 시대를 앞선 공산당 백 년으로, 시진핑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를 이제부터 펼쳐질 백 년의 시작으로 규정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선 백 년으로 정의하면 중국 공산당 2대 목표 중의 하나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이룬 지도자도 시진핑이 된다. 그리고 지금부터 백 년을 이끌 첫 번째 지도자가 시진핑이라면 당연히 내년의 20대에서 시진핑 주석이 연임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니 시진핑 그룹에서는 이끌어 낼 것은 모두 이끌어 낸 셈이 된다. 그리고 장쩌민 그룹과 후진타오 그룹도 최소한 자신들이 부정당하는 일은 면했고 따라서 적지만 일부 영역에서 세력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시진핑 그룹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20대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도 이런저런 가정 하에 인사를 예상해 보기도 하였지만 지금부터 20대까지 어떤 권력 투쟁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큰 방향을 생각해 보면 시진핑 그룹 쪽의 권력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고 그렇다면 '공동부유', '중국몽', '위대한 중국 부흥', '국진민퇴' 등이 주요 정책 방향이 될 것도 틀임 없겠다.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재산세 성격의 '부동산세'에도 더 진전이 일어날 수 있고, 심지어 타이완 통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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