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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21. 2021

미중 정상 회담에 실망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화상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 이후에 중국에서는 상당히 고양된 형태의 언론 보도와 홍보가 있었다. 반면 미국의 반응은 그렇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며 중국 관영 매체들은 기세를 올렸다. 서방 미디어들도 이번 회의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과연 그런가? 


우선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을 보자. 이번 회담은 미국이 요구해서 성사된 회담이다. 그것은 미국이 할 말이 있고 요구와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G20에도 참석하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볼 때 이 회담이 시진핑 주석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즉 이번 회담은 바이든은 하고 싶고 시진핑은 하기 싫은 회담이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들리는 말로는 이번 회담은 중국 측이 6중 전회 전에는 일정을 잡을 수 없으며 바이든이 다음 달 여는 민주 정상 회의가 열리면 체면상 시진핑 주석이 소극적인 모양을 보일 수 없다며 6중전회와 민주 정상 회의 사이 기간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결국 인터넷 화상 회의라는 방식으로 열리게 된 것은 이러한 협상과 절충의 결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이슈로 "충돌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 내지는 압박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으로 내려온 무역 전쟁과 기술 통제를 지속하고 있지만 무력 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력 충돌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그 피해와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미국의 전략대로 간다면 중국이 쇠락해 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시간이 미국 편이기 때문에 중국과 무력 충돌하기 보다는 고사시키고 싶은 것이다.


중국이 이에 동의한 것을 놓고 미디어들은 미중 모두 타이완을 놓고 충돌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필자가 볼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싶지 않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겠지만 중국에게는 타이완 통일은 지상 명제이며 다만 조건이 성숙되어 있느냐 여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화권의 인사들 중에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카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협상 카드를 만들기 위하여 전쟁 의사가 없으면서도 타이완에 군사 도발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기도 하다.

https://m.ftchinese.com/story/001094522?topnav=china&subnav=chinareport&archive


필자가 졸저 "중국의 선택"에서 필자는 중국이 타이완을 통일 내지 병합하려 한다는 내용을 제시하고 사실 그전부터도 중국의 타이완 통일 의도를 주장해 왔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타이완 양안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가능성을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필자는 오늘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것은 아마도 14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양안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예측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체로 제5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6년부터 2030년 사이이며 시점만 놓고 볼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점은 2027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는 한 두 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어서 책으로 쓰려한다. 물론 관심을 가져주는 출판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중국이 이번 미국 측의 충돌 방지 메커니즘에 동의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쟁 준비가 충분히 될 때까지 미국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Brookings Institution의 웹 세미나에서 양 지도자가 이끌고 보안, 기술 및 외교를 아우르는 고위 권한 있는 팀이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리반이 이런 말을 한 것은 본인이 중국과 접촉했을 때 상대방이 충분히 "고위 권한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상대방이 권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했을 뿐이다. 그동안에는 중국 측이 아마도 6중전회로 인하여 미국에 대응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 할 말도 없었던 것이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11118/s00013/1637172334129/%e7%99%bd%e5%ae%ae%e7%a8%b1%e7%bf%92%e6%8b%9c%e6%9c%83%e5%90%8c%e6%84%8f%e7%a0%94%e8%bb%8d%e6%8e%a7%e6%9c%83%e8%ab%87%e5%8f%af%e8%83%bd-%e8%98%87%e5%88%a9%e6%96%87-%e9%9b%99%e6%96%b9%e6%9c%89%e8%b2%ac%e4%bb%bb%e4%bb%a5%e6%9c%80%e6%9c%89%e6%95%88%e6%96%b9%e5%bc%8f%e6%8e%a8%e9%80%b2


바이든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중국으로 하여금 국가 식량 및 전략 물자 비축국이 비축해 놓은 석유를 방출하도록 요청했다. 바이든은 현재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데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게다가 전략 비축 물량을 방출한다는 것은 중국의 전쟁 능력을 낮추는 일이기도 해서 일거양득이다. 이에 중국이 응했는데 우리가 바이든을 좀 칭찬해 주어야 하는 일 아닌가?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비축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나쁜 이야기이기만 한것은 아니다. 우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미중이 협력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자국 경제에 이익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위상도 높이고 대의명분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석유 비축량이 감소하는 것은 확실히 전쟁 상황에 있어 불리한 일이기는 하지만 중국은 전쟁 상황에 대비해서 전략적으로 석유 에너지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전쟁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 여유도 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11-18/china-says-release-from-strategic-oil-reserves-in-the-works?srnd=next-china 이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래서 중국은 석탄,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에 국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전략 에너지 수입은 카스피해와 북극해가 주 대상이 된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끌어오는 시베리아의 힘 1, 2는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크다. 

https://www.globaltimes.cn/page/202108/1231246.shtml


그런 연유로 이렇게 비축 석유를 푸는 것은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 수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면 바이든이 원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권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이야기를 시진핑 주석에게 했지만 중국은 이미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했을 것이고 이들은 모두 미디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디어들에게 보여준다는 입장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이번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100%는 아니라는 평가이다. 그런데 바이든이 회담을 요청해 왔다며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고 앉아 "old friend"라는 둥 "타이완의 레드 라인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등 당당한 모습을 14억 중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회담 다음날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주로 시진핑 주석이 강경하게 요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쩔쩔맨 모습으로 묘사하며 회담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의 이런 모습은 미중 정상 회담이 내용 상 "미국은 실리, 중국은 명분"이라는 합의를 본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측의 미디어 발표가 이렇게까지 온순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며 북 치고 장구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번 정상 회담에서 "미국은 실리, 중국은 명분"이라는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두 정상이 합의를 이룬 것으로 생각되는 일이 회담 이후 하나둘씩 진행되고 있다. 우선 양국은 쌍방의 기자들에게 비자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관영 매체들의 기자들을 스파이라고 추방한 후 다시 중국의 기자들의 미국 주재를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몇몇 미국 기자들을 추방한 바 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외국 미디어들과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CIA가 중국 지도부의 정보를 얻지 못해 낭패가 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155652/china-us-relations-xi-and-his-inner-circle-foil-american-spy

그리고 이 말이 나온 것은 CIA가 대중국 부서를 대폭 강화한 지 한 달여 정도 지나서이다. 미국의 통신 기술을 완전히 자국 네트워크에서 배제해 버린 중국에 대해 기존의 파이브 아이즈 방식의 도감청은 불가능하다. 결국 휴민트에 의거해야 하는데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 새로 영입된 인력들이 중국에 입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것으로 짐작된다.

https://www.nytimes.com/2021/10/07/us/politics/cia-reorganization-china.html

이는 기자들의 활동을 봉쇄해서 답답한 것은 중국뿐만 아니고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미국이야 말로 더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 기자들의 비자 제공에 대해서는 미국 쪽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물론 중국 미디어들은 드디어 미국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직 뉴스화 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더 미중 간의 합의를 본 것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무역이다. 중국 미디어에서는 이미 미국이 관세를 더 완화할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수년간 바보처럼 대중 관세를 높여 손해를 자청하다가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관세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https://www.sohu.com/a/501989228_115571 11월 16일 미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 모듈을 201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조 관세율 자체도 18%에서 15%로 낮추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정할 당시 법률을 잘 못 해석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상 복구된 것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필자는 잘 모른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USTR)가 2021년 10월 4일 '중미 1단계 협정'을 검토하면서 관세 면제 절차를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10월 5일 549개 품목의 목록을 발표한 것을 보면 예고되었던 관세 인하가 진행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중국 미디어 차이징(财经)이 접촉한 다수의 국제 무역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와 전자 장비를 포함한 관세 면제 규칙을 완화하여 일부 주요 제품의 관세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EU가 중국으로부터의 "dirty steel" 수입을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4378?topnav=china&exclusive


이것은 미국의 물가가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오르고 특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물가 압력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중 전략을 중국에 대해 광범위한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좁고 효과적인 영역에 집중하여 그 분야에는 무거운 중수법을, 그리고 그렇지 않은 분야, 예를 들어 무역 분야는 압박을 풀 것임으로 명시해 왔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캐서린 다이 USTR 대사 입장에서는 중국에게 상당 정도 양보를 얻는 대가로 풀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정상 회담에 다이 대사와 류허 부총리가 모두 참석을 하였으니 미중 무역 협상에 있어서도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제1단계 무역 협의 결과를 중국이 지키지 못했으니 만큼 상응하는 명분과 실리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과 동맹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떡하랴? 중국의 대미 수출은 늘어만 가고 있다.

https://www.cnbc.com/2021/10/13/china-trade-data-imports-grow-17point6percent-in-september-miss-expectations.html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사실 하나밖에 없다. 중국이 무엇인가 미국으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식량이나 에너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지금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전력난, 이 전력난을 초래한 석탄 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간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던 미국의 에너지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중국석화(시노펙)가 11월 4일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LNG) 공급을 다루는 벤처 글로벌 LNG와 20년간 연 400만 t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고 자회사를 통해서도 총 380만 t의 LNG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https://www.sankei.com/article/20211104-JQRXWVUE2BJNHMZXJD22MTHZUA/


타이완의 우쟈롱(吴嘉龙)이 지적한 대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석유나 석탄을 수입하면 미중 관계는 상당히 부드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뉴스가 대단히 재미있었는데 우선 그 LNG 수입량이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양이거니와 석유나 석탄이 아니고 LNG였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은 석탄이나 석유는 결코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 중국의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은 미중 두 나라 간의 갈등 해소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절충안으로 보인다.


류허 부총리와 캐서린 다이 간에 있을 만한 회담 성과에 대한 발표가 없는 것은 아마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수입을 한다는 큰 개론에는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각론에 대한 합의는 없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 두 사람 간에 미중 무역 협상이 앞으로 곧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중 정상 회담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사람은 적지만 필자는 이번 회담이 세상이 가장 걱정하는 것, 단기 내에 양안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폭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의 방식은 크게 떠들어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반대로 명분은 중국 측에 주면서 실리를 얻어 나가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가 큰 목소리를 내는 국면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실망스러운 결과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련 매체도 미-중 관계의 재설정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바이든과 시진핑이 혼란스러운 트럼프 시대 이후 관계를 최소한 정상 궤도에 올렸다는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떠들어대지 않는 바이든, 필자는 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룬 성과에 실망하지 않는다. 그가 놓을 다음 수는 무엇인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https://asiatimes.com/2021/11/will-anything-change-between-the-us-and-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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