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Dec 22. 2021

미 상장 중국 기업의 앞날은?

미국이 VIE를 통한 ADR에 조치를 취했다!

본 내용에 앞서 독자 여러분들께 최근 글이 뜸한 것을 사과드리고 싶다. 핑계를 대자면 감기 몸살이 심했고, 그 원인이 아마도 무리하게 글을 쓴데 있으며, 그 글들은 어딘가의 미디어에 보내는 것들이었다. 원고료에 눈이 먼 결과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팬데믹 상황에서 2년 동안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수입이 없고 또 활동을 안 하고 있으니 폐인이 되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직 누군가 찾아줄 때 응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할 뿐이다.


그럼 본론을 시작하겠다. 미국에는 약 200여 개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중국 회사들, 알리바바, 텐센트, 왕이, 웨이보 등 대형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을 미국 증시 리스트에서 찾아보면 ADR이라는 분류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ADR은 American Depositary Receipt의 약자로 미국 주식 보관증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주식'이 아니고 '주식 보관증'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원래 이들 중국 기업은 외국인의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불가능하니 주식을 외국인이 살 수 없다. 그래서 편법으로 해외의 세금 회피 지역에 중국 주식을 투자금으로 페이퍼 컴패니를 설립하여 이 페이퍼 컴패니에 투자를 받는 소위 VIE(변동 지분 실체)라는 편법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이다. 이게 가능하냐고? 원래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하지만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월 스트리트가 달려들어 만들어 놓았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필자의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https://youtu.be/1Ytnri09foc


이들 중국 기업들의 주식 보관증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 내 반중 정서가 상승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중국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기 시작하고 회계 부정 등으로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SEC(미 증권거래위원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 12월 초 미 SEC는 시행 규칙을 발표하여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3년 연속 회계법인에 대한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검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증권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하였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90%가 대상이 되고 시가 총액은 2조 달러로 미국 주식 시가 총액의 4%에 달한다. 

https://www.chineseft.com/story/001094732?s=w#s=w


그동안 미 상장 중국 기업들은 SEC가 정의하고 있는 엄격한 회계 감사를 받아야 했지만 그들의 회계 정보에는 중국 국가 안보에 관련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그리고 중국 정부도 이들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SEC가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결국 12월 20일 SEC는 정보 공개 가이드를 발표하여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가이드는 기업이 가변 이익 엔티티(VIE) 사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이제 이 공개 가이드를 충족할 수 없으면 중국 기업들은 상장 폐지의 순서를 밟게 될 것이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4856?topnav=china&exclusive


재미있게도 정작 중국 정부는 이 VIE에 대해 판단을 발표한 적이 없다.  중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중국 국내법으로 보면 VIE는 100% 불법이다. 하지만 이 수법을 이용하여 중국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외화를 중국에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디디추싱이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거스르고 미국 IPO를 강행하고 미국이 VIE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자 중국 정부는 VIE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VIE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우선 알리바바의 홍콩 재상장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홍콩 증시에도 상장하는 것은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에게 있어서 보험에 드는 행위이다. 알리바바 등의 홍콩 상장이 성공한 것은 중국 정부에게도 상당한 자신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알리바바처럼 국제적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가능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기업들은 사실 홍콩으로 시장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

https://www.bbc.com/zhongwen/trad/business-50556946

 

중국 정부는 우선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농담이나 핑계가 아니라 진지한 정책이라는 점을 나타내었다. 이점을 특히 강조한 경우가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교통운수부로부터는 미국 상장에 대한 청신호를, 금융 당국으로부터는 빨간 불을 받았다고 하는데 결국 미국 상장을 한 경우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이 디디추싱이 제공해야 하는 정보가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지난 1년간 국가 안보를 위한 여러 가지 정보 관련 법을 제정해 왔는데 여기에 따르면 미 SEC와 같은 외국 기관이 중국 내 기업에 대해서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며 이에 응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 내 기업의 행위도 불법이다. 그러니 사실상 중국 기업들에게 선택권은 없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IPO를 계획하던 중국 기업들은 IPO를 연기하거나  홍콩으로 상장 증시를 변경할 것을 선택지로 고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미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IPO를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후 VIE 등을 통해 해외 상장한 기업이 중국으로 돌아와 재상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정비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 상장되어 있던 2백여 중국 기업들이 디디추싱처럼 홍콩으로 몰려와 상장을 추진한다면 미국에 비해 자금 규모가 적은 홍콩 증시가 제대로 받쳐 주기 어렵다. 즉, 주가가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디디추싱이 주식 거래를 뉴욕에서 홍콩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는데 아마도 "이중 1차 상장"과 "소개에 의한 상장"을 혼합하여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1-12-12/didi-may-blaze-new-trail-in-moving-shares-to-hkex-from-nyse-101816731.html


이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사태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나온 소식은 중국이 차세대 기술 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하여 VIE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하이 Linklaters의 변호사 Alex Roberts는 중국 정부가 6년 전에 VIE를 규제하려고 VIE를 재분류하는 초안을 작성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안은 결국 보류됐다고 하며 이는 VIE 구조가 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가져왔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4741?topnav=china&archive

이 보도 내용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암시한다. 하나는 중국이 정말로 진지하게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막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이 가져다주는 거대한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2월 17일 중국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하여 미국과 상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 입장이 해외 상장의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 된다. 미국과 상의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제는 미국 쪽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상장 폐지시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인 것이다.

https://www.reuters.com/world/china/china-securities-regulator-says-making-progress-us-audit-issues-2021-12-17/


비슷한 시점에 중국 규제 당국이 VIE에 대한 새 규칙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기업에 투자 허용되지 않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들으면 미국에 대한 상대주의 방식의 제재 같지만 아마도 블랙리스트의 반대 개념을 만드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즉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외국 조직은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이 된다.

https://www.reuters.com/markets/europe/beijing-rule-changes-revive-chinas-ipo-prospects-2022-bankers-say-2021-12-17/

UBS의 David Chin 대표는 이 보도에서 아직 홍콩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홍콩의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이 50개 이상 있다고 전하면서 2022년에는 중국 기업의 IPO 상장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전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2022년에 몰려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요건 충족 기업이 50개라면 충족 못하는 기업이 150개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이들 기업들은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여기에 대하여 중국은 홍콩 외의 시장을 마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의 상하이와 선전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차이나 모바일처럼 국내 지향성이 강하고 데이터 보안이 요구되는 기업은 이렇게 국내 시장에 재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런던-상하이 간의 투자 협약을 맺어 중국 기업들은 런던에서  global depositary receipts (GDRs)을 미국에서 ADR을 통한 상장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으며 영국 기업들은 상하이 증시에 Chinese depositary receipts (CDRs)을 발행할 수 있도록 the Shanghai-London Stock connect를 개정하려 하는 것이다. 선전 시장은 마찬가지로 독일, 스위스 등과의 협력 개정을 추진한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1-12-20/china-to-broaden-stock-connect-program-to-incorporate-swiss-german-exchanges-101820101.html


이러한 중국 당국의 조치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이 이번 미국 증시에서 다수의 자국 기업이 상장 폐지되어 나오는 상황을 대비하여 여러 가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가장 큰 시장을 잃고 미국과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이상 중국 기업들의 신뢰도는 저하되고 리스크는 증가하여 이전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투자자들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