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약점을 잡은 모양이다
로이터에서 놀라운 뉴스가 있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이 자신들은 중국 시장에 전념한다면서 앞으로 중국 공장에 6억 달라가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5위의 낸드 메모리 제조사이다. 1위는 삼성 점유율 33.8%, 2위 키옥시아 19.1%, 3위 SK 하이닉스 17.1%, 4위는 WDC 16.1%이다. https://www.reuters.com/technology/micron-invest-603-mln-factory-chinas-xian-over-next-few-years-2023-06-16/
마이크론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 무려 최대 1천억 달라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이크론이 이런 정도의 투자를 하려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서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에서는 시설 확대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왜 중국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일까?
https://asiatimes.com/2023/04/china-retaliates-us-chip-ban-by-probing-into-micron/
그리고 마이크론은 지금 중국에 투자를 할 상황이 아니다.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 ( CAC)은 성명에서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 보안을 보호"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으로 인한 사이버 공간 보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조사를 했고 보안에 문제가 있다며 제재를 결정했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중국 공장의 대규모 투자는 그만두고 운영하고 있던 공장도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마이크론의 이상한 투자 활동은 하나 더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데 이때 인도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기 위하여 최소 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발표 시점은 마이크론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날과 같은 날이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인도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하여 1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가 있었고 이번 마이크론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인도 정부가 절반의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론의 인도 공장 투자는 어쩌면 20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삼성의 43%에 이어 28%로 두 번째이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기술 제재, 특히 반도체 제재에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따라서 중국 정부에게는 가장 미운털이 박힌 기업이었다.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이상한 것은 갑자기 마이크론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일이다. 미국은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를 위해 지나 라이몬도 상무부 장관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https://www.reuters.com/technology/us-wont-tolerate-chinas-ban-micron-chips-raimondo-2023-05-27/
중국은 마이크론이 만들고 있는 낸드 제품을 자체 제조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베이징 준정, 창신 스토리지, 창장 스토리지(YMTC) 및 자오이 이노베이션과 같은 중국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은 마이코론의 제재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이 기대되고 있었다. 물론 한국의 삼성이나 SK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YMTC는 2월 중국 정부가 129억 위안이라는 거금을 투자했고 2027년까지 현재 생산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낸드 메모리를 완전히 국산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고 이를 위해 2022년부터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들은 중국산 메모리만 구매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대규모 중국 공장 투자는 어떻게 보아도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에 무엇인가 뒤에서 돌아가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투자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노 코멘트였다고 한다. 그것도 이상하다. 앞뒤를 조합해 보면 하나의 상황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무엇인가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생산 규모 확대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마이크론의 제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마이크론이 공식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미중 양국 간에는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 일은 불과 2, 3일 이내라는 짧은 기간(time window) 안에 결정된 것이다.
최근 2~3일 사이 미중 간에 큰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일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간 미국은 각 채널로 중국과의 소통을 요구했고 중국은 거부했었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하고 중국이 거부해 왔다는 것은 미국이 무엇인가 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블링턴의 방중 기사에 보다 고위직의 미팅을 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블링컨 보다 높은 미 정부 사람은 부통령과 대통령 외에 없다. 이는 다시 지난 G7 후 바이든이 갑자기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한 것이나 '미중 관계의 해빙'을 이야기한 것이나 '미중 간의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의미를 가지게 한다.
그럼 미국이 손안에 얻은 패는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다. 굳이 추측을 해보라면 필자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던 것이 확인된 것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EU가 중국이 '러시아로 군수품 유입을 중단을 선언'하자 8개의 제재 대상 기업 중 중국 기업 5개를 제재 대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보다 훨씬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카드가 사용되면 중국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임도 틀림없다. 그렇게 보면 미 의회가 추진 중인 '중국의 개발도상국가 지위 종식법'도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65915282
하지만 중국이 묵묵히 수용하는 입장을 보인 것을 보면 이런 것들 보다는 알려지면 중국이 곤란한 그런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추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든가 하는 종류의 일 말이다.
마이크론이 갑자기 힘을 얻고 여기저기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중국의 양보가 반도체 분야에서 일어날 것을 시사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삼성이나 SK에도 도움이 될까? 그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메모리 산업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외국 기업을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판에 마이크론이 미 정부의 힘을 배경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삼성의 기술보다 수준이 낮다는 말을 듣고 있는 마이크론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삼성이나 SK가 고정밀도 장비를 투자할 수 없도록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 마이크론은 필요한 장비를 투자할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6월 15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보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도쿄에서 회담을 가졌다. 3국은 북한 문제, 지역 안보 상황, 한미일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해 3국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안보보좌관들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전략적 협력의 발전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으니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은 확보한 것이기나 할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대중 강경 태도를 계속하여 미일이 요구하는 3국 군사 협력 강화에 사인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되면 사실상 한중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