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미중 간에 무슨 일이?
지금 중국의 외교부장인 친강이 미국 대사를 하기 전에 주미 중국 대사를 했던 사람이 추이톈카이(崔天凱)라는 사람이다. 그가 최근 묘한 말을 하나 했다. 그는 중국의 외교관답게 미국이 현재 중국이 하는 모든 일에 반대해야 하고 중국이 옹호하는 모든 일에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 발언은 그다음으로 그는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미중 관계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말은 중국어로 "경도해랑(驚濤駭浪)", 즉 무섭게 밀려오는 거센 파도(경도/驚濤), 놀랍고 어지러운 파도(해랑/駭浪)이었다.
https://udn.com/news/story/7331/7119168?from=udn-catebreaknews_ch2
이렇게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추이톈카이는 인텔리이며 소양이 높은 사람이다. 그는 소위 전랑 외교를 구사하는 중국의 신흥 외교관이 아니며 장쩌민 시대부터 외교관을 해 오던 나름대로 미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러한 발언은 필자의 주의를 끌었다. 왜냐하면 이제 미국 대사 직에서 물러나 사실상 후선으로 물러난 상태인 그가 언론 앞에 선 것도 특이하고 그의 발언도 비록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기는 해도 최근 구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국가들은 주권이 없다는 문제 발언을 한 주 프랑스 중국 대사 루샤예(盧沙野)와는 달리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결코 패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에 대한 중국 인민의 열망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이톈카이는 미국 대선 문제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2024년까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그 사이 미중 관계에 많은 변동이 있을 것이고 심지어 "경도해랑(驚濤駭浪)"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이톈카이는 중국과 미국의 고위급 교류에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점이 있다면서 첫째는 상호 존중, 둘째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두 가지가 미중 관계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중국의 시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지 않았고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민주 국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외교관인 추이톈카이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필자는 사실상 추이톈카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2024년까지 심지어 "경도해랑(驚濤駭浪)"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가 보기에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어 2024년 정도까지는 충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사태가 난다는 경고를 한 것이겠다. 필자는 그 사태가 무엇일지가 궁금하다. 물론 필자 혼자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 정세는 문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일은 인도가 미국과 군사 협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의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4월 10일 인도 동부와 북부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군과 인도군은 항공기 편대 비행 절차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미 공군 F-15 전투기와 B-1 폭격기가 포함되었고 인도는 공군의 주축인 러시아제 수호이-30 전투기와 자국에서 개발한 테자스 전투기를 투입했다.
https://www3.nhk.or.jp/nhkworld/en/news/20230425_05/
인도가 미국과 협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군사 협력을 한다 해도 무기 구매가 아닌 합동 훈련을, 그것도 동부와 북부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확한 중국에 대한 합동 견제이다. 동시에 지금까지 인도에 무기를 공급하고 협력을 해오던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행위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해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러시아가 지나치게 중국과 밀착한데 따른 인도의 불안이다. 지금 러시아의 경제는 중국의 협력 없이는 유지 운형이 어려워 보이며 이는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적이 되어 결국 인도가 우려하는 중인 갈등 발생 시 러시아가 중국 편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인도가 미국에 군사적으로 접근한다면 파키스탄은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고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은 중앙아시아 각국에게 선택권이 없어지는 결과가 된다.
유럽에서도 상식을 벗어나는 일부 보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블룸버그에서 독일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화학 물질 수출 금지를 고려 중이라는 뉴스를 냈지만 다음 날 독일 정부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외국 파트너와의 대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기밀이라고 말하여 말끔하게 의혹을 거두기에는 여운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과연 독일이 이런 정도로 강경한 대중 무역 제한을 단독으로 고려할 수 있을까? 필자는 블룸버그 정도의 매체가 기사를 낼 때에는 두 곳 이상의 독립된 소스로부터 팩트 체크를 한다고 알고 있다. 어쩌면 정책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소식이 흘러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블룸버그의 오보일 수도 있고 말이다.
https://www.reuters.com/world/germany-may-restrict-export-chip-chemicals-china-bloomberg-2023-04-27/
그런가 하면 스위스 정부가 자국에 동결된 러시아의 자금을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 뉴스는 곧바로 사라졌고 스위스에 동결되어 있는 러시아 기업인들의 자금이 동결되어 있으며 스위스 정부는 유럽 여러 나라와의 불만과는 달리 러시아 자산의 동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발표를 하였다.
https://www.barrons.com/news/swiss-reject-criticism-over-handling-of-russian-assets-41dbb090
타이완의 여러 전문가들은 이 스위스 동결 러시아 자금에 대한 뉴스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려 하거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리를 거둘 결정적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해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반대로 생각한다. 러시아는 이미 체면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초라하게도 러시아는 구식 탱크 한 대를 내놓아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진지해진 증거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더 이상 잘난 척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는 왜 대 반격을 감행하지 않고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는가? 필자 생각으로 그것은 아마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이 자신의 통제권 내로 공격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크라이나가 덥석 돈바스와 크림 반도로 진격하면 러시아의 진흙탕 작전에 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뭔지 모를 이상한 정보와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레이 달리오가 미중 간 글로벌 패권 다툼에 대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양국 사이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했고 차라리 서로 대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또 더 큰 도발은 미국 쪽에서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곧바로 미중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현재 상황이 양국의 ‘소통’이라는 한 가지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어떤 의미로는 추이톈카이의 우려와 상통한다고 하겠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30428/119060792/1
그리고 가장 큰 파문을 던진 것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여 소위 '워싱턴 선언'이라는 것을 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세계 모든 국가가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과 대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미국이 공언한 대중 군사 전략인 미일한 군사 동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주변 모든 나라가 이제 한국이 미일과 군사 동맹을 맺고 중국과 전쟁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정작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멀리 있어야 더 유효하게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핵자산을 굳이 한반도에 끌고 오는 이유가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https://global.udn.com/global_vision/story/8663/7127641?direct?from=udn_ch2_menu_v2_main_index
당연히 타이완의 매체들은 모두 앞 다투어 드디어 한국이 분명하게 미국을 선택하여 미일과 함께 중국과 싸울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동시에 그간 한국에 서운함이 많았던 타이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남들의 눈에는 비록 공식적인 선언은 없지만 한국은 이제 여차하면 중국과의 전쟁을 할 태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 시각에서는 당연히 이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의 "타이완 문제를 함부로 거론하는 자 불에 타리라" 발언이 나왔다. 이는 중국의 타이완 이슈애 관해 중국과 다른 의견을 내는 개인이나 단체, 또는 국가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일관된 발언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시진핑 주석이 같은 발언을 했으며 일본에 대해서도 주일 중국 대사도 동일한 발언을 했다. 마치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하게 하는 유례없는 과격한 발언이었다.
사실 이 발언은 중국의 표준 답안 같은 것으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본 정부에게, 또 다른 나라에게 모두 동일한 발언을 했다. 그런데 주 베이징 한국대사관은 5일 중국 신문 글로벌타임스와 영문판이 윤석열 한국 총장의 방미 소식을 보도하면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근거 없는 비난을 한 데 대해 공식 항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관련 언론의 견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 국내 여론을 반영하는 것임을 강조한다고 했는데 상당 정도 한국 정부의 체면을 고려한 발언임과 동시에 한국 언론들의 중국 정부 비난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마지막 단계의 관계를 애써 유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https://world.huanqiu.com/article/4CoHoNy9Oq8
하지만 미일한 군사 동맹이 가시화된 것은 중국으로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인민해방군의 관영 매체는 미일한 군사 접근에 따라 중국은 고도 경계에 들어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일한 간의 합동 훈련, 정보 공유, 합동 무기 프로그램을 지적하며 미일한이 파이브 아이즈 연맹과 유사한 3자간 정보 공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타이완 등 주변 국가들은 NATO의 동북아 버전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닛케이 아시아가 중국 인터넷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갑자기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에 대한 모든 토론에 대한 금지가 해제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지난 4월 동팡뎬핑(东方点兵)이라는 블로거가 중국의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글은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이제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위험하다는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금기시되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현재는 해당 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이렇게 중국 정부의 입장에 상반되는 글이 나오면 곧바로 삭제되고 심지어 글을 쓴 이가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이 글을 놓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후속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이에 대한 통제가 가해지지 않아서 이를 중국 내의 풍향 변화로 짐작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060143
그럼 이 글에서는 어떤 내용을 밝혔는가? 그것은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경우 4 방향의 전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소위 "사면작전론(四面作戰論)"이다. 타이완에는 당연히 미일이 군사 개입을 할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매우 흥미롭게도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여 한반도에서 중국은 한미 연합군을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호주, 미국, 그리고 어쩌면 필리핀과 베트남까지 상대해야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인도와 미국이 중인 접경 지대에서 중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타이완 양안 전쟁에 대응하여 현재 대한민국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면 안 되며 중국과 결국 대립하려 한다면 양안 전쟁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공격하여 통일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황당하고 과격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비해 중국 안에서는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중국 정부의 의견과는 다른 심지어 금기시되는 견해가 유포되는 것,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주장과 헤드 라인이 인터넷에 남아 있고 중국 검열에 의해 삭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이러한 신중한 입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적어도 중국 지도부 고위층이 어느 정도는 이러한 주장이 유포되는 것을 의도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이 글은 올해 4월에 나왔으니 5월 일본 G7 직전에 나왔을 뿐만 아니라 모두 중국이 '사면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강조하며, 중국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게다가 이 글은 "무력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바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중국 군사 및 안보 전문가들이 과거 경험을 통해 무력 통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늑대 외교에 의해 야기된 여론의 과열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중국이 전쟁 발발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계속 커지면 시진핑 지도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단순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이 타이완 공격을 단념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에 대해서 타이완 대학의 밍쥐정(明居正) 명예 교수는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하는데 필자의 생각도 동일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타이완 통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단정하기 어렵지만 타이완 통일 전쟁이 가져올 고통과 영향에 대하여 중국 사회가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타이완 통일 전쟁은 마치 주머니에 넣어둔 감을 꺼내 먹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오히려 전쟁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회를 준비시키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전쟁 반대론자들이 밝은 곳으로 나오기를 기다려 일망타진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필자의 생각은 과격하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엇인가 우리들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지금 국제 사회 속에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