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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Dec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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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기차는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

며칠 전에 KPMG가 재밌는 연례 조사 결과를 하나 발표했다. 자동차 산업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기업 임원들에게 미래 자동차 산업에 관한 전망과 입장을 조사한 것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 관한 현재의 인식’의 눈높이를 보여주는 조사 예라 하겠다.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17 /KPMG

이 조사 질문 중 전기차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대표적인 전기차 두 종의 전망을 물었을 때는 장래에 배터리 전기차는 실패할 것이란 의견이 62% 정도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외려 ‘차량 전장화’ 측면에의 전기차는 연료전지 전기차에 이르러 꽃 피우지 않겠냐는 의견에 조사대상의 78% 정도가 동의하는 결과로 나왔다.


여기서 배터리 전기차가 실패하게 되는 예측 사유로 ‘인프라스트럭처’ 때문일 거라는 부가 설명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단순히 충전소 같은 ‘인프라스트럭쳐’의 부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망 같은 인프라 스트럭쳐의 중요성은 연료전지 전기차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든, 전기든 충전소를 지금보다 조밀하게, 더 많이 구축하는 게 배터리 전기차 보급에 필수적이란 의견과도 일맥상통하다.


충전소 이외의 우려로, 배터리 전기차를 이야기할 때면 늘 나오는 ‘range anxiety’가 있다.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 부족에 더하여,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신차일 때 가장 좋고 차령이 올라갈수록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잘 관리되고 충전 습관이 잘 잡힌 오너의 배터리 전기차는 10만 km 이상을 주행해도 10% 이하의 주행 가능 거리 감소를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 제조사에 따르면, 10만 km 정도 주행 후 하이 에너지 배터리 팩 헬스가 60% 정도까지 떨어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매뉴얼에 밝히고 있기 때문에 300 km 주행할 수 있다 해서 산 차가 몇 년 후 200 km도 못 가게 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range anxiety’에 ‘battery health anxiety’가 더해진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배터리야 공임을 뺀다면 폰 가격의 5 ~ 10%에 새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으니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배터리 전기차를 보면 상황이 많이 다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우리에겐 배터리 전기차 말고의 전기차 대안으로 연료전지 전기차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칭 배터리 전문가 일부는 연료전지 전기차는 백금 촉매의 한계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배터리 전기차가 결국엔 유리하다는 말을 설파한다. 이 주장은 2000년대 초반이라면 나름 설득력이 있다. 원래 이 주장은 필자가 2000년대 중반에 차세대 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한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의 기획을 총괄할 때 한 것이 거의 공식적인 시초이기도 하다. 당시에 필자가 자원 부존량 기준으로 당시 기술로 환산했을 때 모든 백금을 동원해도 1 ~ 2억 대를 만들기도 힘들다고 각종 기획 보고서에 적시하였고 그게 많은 곳에 재인용되었다. 필자의 원죄라면 원죄인 연료전지 전기차 불가 논리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향후 5년 안에는 연료전지 전기차 상용화가 거의 어렵다고 주장하며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을 차세대 ‘이차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으로 이끌었었다. 거기에 더해, 백금은 내연기관 자동차 촉매용으로도 아주 중요하기에 쓰임새가 아주 많은 귀금속이므로 연료전지 촉매로만 쓰기엔 당시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료전지 진영의 노력이 결국은 빛을 발했다. 촉매에 담지할 백금 촉매량을 상당히 낮추었다는 말이다.


이미 연료전지 전기차용으로 1 kW의 발전 출력에 필요한 백금 촉매량이 1 g 이하로 떨어진 게 작금의 현실이다. 90 ~ 100 kW의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스택이라면 90 g 이하의 백금이 들어간다(출처: 필자의 저서인 그린카 콘서트). 이 정도면 백금 가채 매장량 71,000여 톤을 모두 연료전지 전기차에 투입한다 가정하더라도 8 ~ 10억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다. 자원 부존량 한계로 연료전지 전기차는 어렵다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양이온 교환막 방식 연료전지로 발전소를 지어 생산한 전기로 배터리 전기차를 충전할 때 보다 투입하는 백금량도 작아 자동차에 연료전지 자체를 내장하는 연료전지 전기차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연료전지 전기차가 차량 전자화의 꽃을 피우는 정점이 될 것이라는 자동차 관련 임원 연례 의견 조사를 웃어넘길 수만 없다는 건 다가온 현실이 되었고, 촉매 담지량 감소와 더불어 수소연료탱크의 배압도 같이 올라가면서 연료전지 전기차의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가 배터리 전기차의 그것을 확실히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연료전지 전기차의 대표적인 우려로, 수소를 연료로 써서 위험하다는 주장도 LPG 충전소와 LPG 자동차를 떠올린다면 상상하는 것 이하 수준이다. 의외로 연료전지 전기차는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해서 안전문제로 연료전지 전기차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연료전지 전기차도 배터리 전기차보다 훨씬 작긴 하지만, 배터리 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의 용량 감소는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


조사 대상자들은 2017년 당장에 가장 관심을 끌만한 자동차 이슈로 배터리 전기차를 꼽은 건 지금은 관심을 끌만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는 종국에 외연의 확장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자동차 이슈들보다도 파워트레인의 전자화 쪽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은 드디어 전기차의 서막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자율 주행, 초연결성 등이 모두 파워트레인의 전자화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17 /KPMG

이제 갓 시작한 CES에, 아직도 시작품 상태의 파워트레인과 기본적인 전장만이 완성된 거로 보이는 패러데이 퓨처의 FF91 데모카도 range anxiety를 줄이고 파워트레인 성능을 높이고자 130 kWh급 하이 에너지 배터리 팩을 채용하였다.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 기반의 풀 하이브리드가 xEV의 핵심이고 가정과 도심 집합 건물 및 대형 마트 주차장의 충전기로 운용할만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모터+배터리 팩 파워트레인을 갖춘 전기차로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 중 어느 쪽이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을지는 결국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에 달린 문제가 된다.

전기에너지 충전과 수소 충전 중 어느 쪽이 좋은 실제 주행거리를 보여주냐가 핵심인데, 현재의 배터리 전기차가 1x0 km 대의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 보여줘서는 경쟁력이 없다.


적어도 LPG 자동차 수준의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는 되어야 한다.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를 이 관점으로 보더라도. 인프라 구축이 어느 쪽이 쉬울 것인지는 자명하다. 연료 효율이 좋은 연료전지 전기차가 사업성 측면에서도, 충전 속도 측면에서도 유망할 수 있다는 업계 임원들의 예상은 쉽게 흘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적 측면 말고, 다가올 변화에 우리 정부는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에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는 또 다른 골치 덩어리 문제이다. 시간과 돈 들여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 100 km인 배터리 전기차 기준으로 충전소를 세우는 사이에 300 km의 충전 주행 가능 거리인 2세대 배터리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어 엇박자 투자를 정부가 답습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사업성 박약한 상업 배터리 전기차 충전소를 생돈 들여 무작정 까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외교 문제에서 촉발되긴 했지만, 중국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 문제 때 보여 준 산업부의 무능은 도를 넘어섰다. 고위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를 통해 중국 지역 전문가들도 제대로 양성되지 못한 결과의 투영이기도 하다.


배터리 전기차 관련한 핵심 원천 기술 개발에 최근에만 총 1000억 원 이상 결정됐지만, 끝이 보이는 과거 답습형 돈 낭비 프로젝트가 태반이다. 몇 년 후에 실제 개발 결과가 아닌 때우기 식 결과로 성공 판정을 받는 일이 또 일어나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 결과가 ‘산업 R&D와 기술이전’ 투자 성과란 허장성세형 사기가 또다시 재연될 것이다.


이미 제주도 등의 배터리 교환형 전기 버스의 배터리 리스 사업 같은 배터리 전기차 쪽 부실 사업들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국외의 본보기 사례들은 사업 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연료전지 전기차가 설사 배터리 전기차를 이기는 때가 오더라도 과연 우리나라가 연료전지 전기차 선도국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먼저 시작한 현대기아차가 뒤에 온 토요타 자동차의 미라이를 앞선다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에 산업 R&D 명목으로 이미 엄청난 세금 기반 R&D 자금이 제공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 돈과 그 과제 스케줄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 중 어느 쪽이 승자가 되더라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제재에 기업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해당 부처의 무능이 다가오는 변화에 더욱 역부족일 거로 보인다. 지금까지 세워둔 것으로 많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에 맞는 제대로 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01.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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