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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Dec 08. 2018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에 관하여 S

조기 대선을 앞둔 과학기술계 생계형 업자들. 여의도에 장터 열다.

대선이라는, 5년마다 열리는, 큰 장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상보다 몇 개월 앞서 조기에 열릴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안이 통과되고 탄핵절차의 서막이 올랐다. 야권은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며 벌써 대통령 행세를 하는 대권 후보가 나타나기까지 하였다. 마치,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습관을 지녀야 한다는 헛말에 속아 부자 행세를 하는 걸 연상케 한다. 여권은 참담하게도 나올 사람도 없으니 그냥 우후죽순처럼 아무나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정작 ‘깜’이 되는 사람들은 나라 망친 책임으로 근신에 들어갔다.


‘망하기 일보 직전인 나라 분위기’가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산업화를 지나 민주화를 지나면서 선진화가 다시 과거의 망령인 산업화, 민주화에 발목이 잡힌 언젠가부터 ‘기괴한’ 일이 과학기술계에도 다시 전염병처럼 바람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대선에 가까운 총선 때가 되니 과학기술, 공학계 인사들이 ‘조직화'하기 시작하는 게 바로 그것인데, 가장 흔하게 보는 것은 과학기술단체들의 이합집산이다. 이들은 속칭 ‘대연합’이란 것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를 분주하게 찾아다니거나 매체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준 정치인 행세하며 여의도를 활보한다. 새누리당의 ‘이공계' 출신 의원은 몇 명이고 누구누구다. 더민주당의 ‘이공계’ 출신 의원은 몇 명이고 또 누구누구다. 국민의 당의 ‘이공계' 출신 의원은 몇 명이고 누구누구다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공계' 출신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해야 이공계가 대우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앞에서는 국회와 매체를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산학연을 열심히 설득한다. 국회와 정권을 향해 자기네들이 ‘한국 과학기술계의 대표선수이자 산증인이자 대변인이자 모든 것’이라 한다. 그리고 학교와 연구소들을 향해 우리가 과학기술인들의 이권을 대별해주겠다. 여권의 누구누구, 야권의 누구누구로 정계에 깊고 끈끈한 인맥을 갖고 있어 다음 정권엔 기필코 과학기술인의 위상을 자기들이 높일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 한다. ‘조직화된 대연합'과 ‘신생 단체’들이 스스로 ‘과학기술계의 문고리'를 자처하며 여의도와 학연에 구애를 보낸다.


과거에도 이미 조직화된 움직임의 결과로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가산점을 받아 지역구 공천을 받기도 했고, 각 당의 비례대표 앞번호를 받아 무난히 여의도에 입성하기도 했었다. 또 다른 진출로, ‘조직화된 대연합'이나 ‘신생 과기단체' 회장이나 사무총장들이 새 정부의 과학기술 부처 장차관을 맡는 일도 있었다. 한데, 이렇게 조직화된 단체 대표선수의 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과학기술계 핵심이라기보다 변방을 지키던 이들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말이다. 여의도 의원들을 만나거나 정책자문위원으로 국감 자문을 하다 보면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XXX 의원은 과학기술계라 비례 공천했다는데, 대선 임박해 상대 대선 후보의 논문 문제를 정리해 지적해보자고 안이 나와 만든 자료나 논문 자기 표절, 연구비 지원, 연구윤리 문제에 관한 견해를 역설하는 걸 들어 보니 문외한인 내가 봐도 뭔가 이상하더라. 논문 쓰는 법 자체를 모른다는 당내외 의견이 있다. 박사 맞나?”


“ICT 쪽 인사라 해서 비례 공천을 받은 사람이 XXY 의원인데, Active-X, 공인인증, 그리고 해킹에 관해 감도 없더라.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게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온 사람이 왜 상임위는 거길 안 가려 하나? 자기 출신 지역 토건 사업만 묻고 다닌다. 벌써 다음 회기 지역구 노린다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

“그때 엄청 시끄러웠던 XYY 의원, 경선 때 과학기술계 가점받은 사람 중 하나 아니냐? 그 사람 때문에 과학기술계 가점은 없어질 거 같다”


“그 전 차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또 다음 정권 때 자리 노리고 협회 하나 만들고 열심히 정치인들 찾아다니더라. 그 돈은 도대체 누가 대주냐?”


여의도 쪽 인사들을 만나 보면 과학기술계 대표선수라 원내에 영입한 이들 태반이 허깨비였다는 웃지 못할 고백담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저들이 과학기술에 무관심하고 Active-X를 이해 못 하는데 누가 그걸 고치겠냐는 말도 있다. 단순히 뒷말이라 치부하기엔 흘러가는 모양새가 뒷말과 앞 행동의 맥락이 맞아 들어간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적폐는 앞서 이야기한 자칭 대표선수들이 ‘대표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국회 의정 시스템에 접속하여 그들이 낸 법안 이력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적폐가 고스란히 방치되는 합리적 근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냥 엉망진창이다.


이런 이들을 가리켜 ‘과학기술계 생계형 업자’라 여의도에서 냉소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냥 자기 먹고살자고 장터를 연 거뿐이다. 18, 19, 20대 국회, 중앙행정부처와 산하기관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국민이나 문외한인 국회, 정당 관계자들보다는 과학기술계나 과학, 공학에 관해 조금 더 잘 알고, 과학자, 기술자, 공학자들 보다는 형편없는 사이비급 학위자들이 그들이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중개인 짓 하는 업자에 불과하다.

회기가 거듭할수록, 그래도 이번에 원내 입성한 사람들은 뭔가 다르겠지, 우리를 대변하겠지 하고 ‘순진한’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들은 기대했지만, 언제나 생계형 업자들에겐 과학기술계는 자기가 살기 위해 ‘파는 대상’이지 돌봐주고 함께 가야 할 ‘우리’라는 관념이 없었다. 그들이 과학기술을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과학기술계 실상을 도외시하며 국회와 중앙행정부처에 앉아 외치는 것이 바로 ‘미래예측’, ‘미래학’,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다.


실체도 없고 정체도 모르는 구호를 하고 웹 클리핑도 제대로 맥락에 맞지 않게 해서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가판에 버젓이 놓여 있는 짜깁기 방식 잡서 내용으로 국민과 다른 위정자들을 현혹한다. 심지어 과학도 아닌 정체불명의 ‘X 프로젝트’ 같은 게 과학 위의 과학 행세를 하며 미래의 먹거리, 창의적 발상이라 하며 정부지원을 받는다. 이런 부류가 유수 대학교 교수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과학 전도사 행세하는지도 오래고, 이들이 쓴 유사과학, 망상 과학책이 과학 입문서 행세하며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등극한다.


이들이 2000년대 초반에 과학기술계에서 없는 실력으로 목소리 내기 위해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던 모토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과학기술 전문가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오래전부터 들을 때마다 필자가 하는 말이 있다.


“과학, 기술, 공학은 말이죠. 쉬운 건 쉽다. 어려운 건 어렵다. 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안다 모른다에 관해서도 정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만일 ‘Nobody knows(누구도 모르는 거 아니냐는 어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이 자칭 학자라 한다면 그냥 사이비라 보면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워딩을 씁니다. To the best of my knowledge(내가 아는 한에서),라고 전제한 후 안다 모른다고 말입니다. 애매모호한 미래 이야기, 뜬금없는 미래 예측, 자기 연구 이야긴 빈약해 네이처, 사이언스나 웹 클리핑 한 근사한 이야기만 하는 과학기술 전도사. 이들을 경계하세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최순실 게이트에도, 우리 과학기술계를 팔고 다닌 오랜 꾼들이 몇 있다. 특히 산업과 해외자원개발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들이 최순실 등을 찾아다니며 공천, 공직, 산하기관. 그리고 공기업 사장, 회장 자리를 구걸한 이야기도 말이다.


필자와 간간이 교류하던 가깝지 않은 지인 중에 이 정권의 진짜 ‘키친 캐비닛’이 있었다. 한 두해 전에 이 분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다가 그분이 하소연하며 한 이야기가


“YYY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그 사람의 로비스트 역할하는 모씨가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뻔질나게 찾아와서 그 사람을 ‘그 자리’에 밀어달라 한다. 내가 힘이 어딨나?”


이게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정점에 있다는 YYY 씨의 민낯이다. 이 사람은 게이트 핵심 인물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스스로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는데, 문제가 많아 민정수석실에서도 감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이,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인맥을 풀어 정권마다 자리를 노리고 예산을 노리는 이들이 YYY 씨 말고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삼류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파는 거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자들을 팔고 다닌다. 과학기술자들을 대변하고 대표하겠다는 이들에게 대표성을 허여 한 결과가 점점 배가 산으로 가는 과학기술계의 적폐로 표출되고 있다.


어제 검찰 출신인 국민의 당 김경진 의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썩어 빠진 검찰 때문에...’라며 검찰의 적폐를 지적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계도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생계형 브로커들이 장돌뱅이처럼 나대다가 대표선수로 정부로 진출하기보다 과학기술계의 적폐를 낱낱이 혁파하고 고칠 수 있는 이들이 학연계에 욕을 먹더라도 용감하게 고치자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국회와 정부로 진출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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