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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Dec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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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갤럭시 노트7 생산중단을 바라보며...

아침에 우리 집 꼬마 터닝 XX드 AS 보내는 일로 주섬주섬 챙기는 중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생산 일시 중단 소식을 접하게 됐다. 8월 말 이 사건을 접한 이래로 연착륙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안타깝기만 하다. 어쭙잖은 한국 기업이란 애국심보다 그냥 평온하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갤럭시 노트7 이상과열 문제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리튬이온 폴리머 이차전지(이하, 배터리)가 문제가 되어 일어난 사건이 아닌 것 같다’였다. 필자는 ‘배터리 외부, 폰 내부’에서 추적을 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필자 손에 주어진 건 소손된 스마트폰 샘플과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는 E사의 고장 분석 보고서가 아니라, 누구나 입수할 수 있는 소손된 폰의 사진과 비디오 클립 몇 개였다. 그리고 23년의 적지 않은 경험이었다. 


대개,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기억의 편린 중 적절한 게 떠오르면서 여기에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이론이 들어가고 그중 가장 핵심은 ‘에너지 측면의 전기화학’에 근간하여 판단이 진행된다. 8월 31일 오전, 모 인터넷 전문 매체와의 최초 인터뷰 때 필자는 ‘방전과도 관련된 이상과열’이 중요한 원인일 것으로 판단, 삼성전자가 다급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추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원인불명의 물리적 혹은 전기적 충격이 배터리에 가해져 ’ 상처 입은 배터리' 상태에서 거듭된 충방전이 일어나다가 방전 중 급작스런 배터리 사망 혹은 발화로 8월 말부터 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배터리는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란 말이다.


이번 갤럭시 노트7 이상과열 사건을 갖고 많은 제보와 정부 측 자료 몇 건을 입수해 검토해봤지만, 삼성전자 측의 대응을 볼 때 필자가 받는 느낌은 ‘원인불명의 상처 입은 맹수’였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타격을 받아 어디가 상처 부위인지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절뚝거리는 맹수의 느낌이란 말이다. 그러다 보니 소위 내부자에 해당하는 사내 멤버들, 그리고 소위 친 삼성 학연 인사들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접근을 한 것으로 보였고, 그러던 와중에 ‘첫 번째 실수’가 나왔다. 그게 바로 배터리 문제로 단정 지었던 모 언론의 새벽 2시발 기사였다. 


그 기사는 명쾌했지만, 비과학적이었고 학부생 수준도 안 되는 비전문적 표현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날 오후에 이어 고 사장의 ‘확언’이 이어지며 갤럭시 노트7 사건은 침잠하는 듯했다. 이 첫 번째 실수가 갖는 의미는 ‘문제를 너무 쉽게 봤다’는데 있다. 필자가 모 지상파 라디오와 모 종편에 출연해서도 분명히 한 이야기는 ‘이 사건은 복합적이고 전대미문의 사건’ 임을 지적하며, 여하 간에 삼성전자가 해결책을 빨리 찾아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난도가 높은 사건이니 쉽게 봐선 안 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는 발화까지 가 버리면 사고의 원인을 사고 현장만 갖고 분석한다는 게 극히 어렵다 못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절대로 쉬운 사건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너무 쉽게, 그것도 단정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하는 것은 전지 업계의 초심자이거나 가방끈은 긴데 깊고 진하게 경험하지 못한 문외한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다. 


그리고 국가기술표준원 안전 자문위에서도 빠른 리콜 진행 승인을 위해 ‘또 한 번 실수’를 범했다. 재현하지 못했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외부, 폰 내부’는 정상이라는 ‘성립할 수 없는 전제’ 하에서 배터리 문제가 맞으니 완성도와 마감도가 뛰어난 A사 배터리로 교체함으로 사고 원인은 제거되었다고 결론을 냈고 일사천리로 개선판 교환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개선판 출시 후에도, 소비자들이 봤을 때 모 인터넷 전문 매체가 단독으로 보도한 ‘체험존의 충전량 49%의 갤럭시 노트 7’이 갖는 의미도 크다. 왜냐하면, 충전량 49%에선 발화시키는 것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터 불로 불 붙일 때나 배터리가 소손되는 수준인데, 당시의 삼성전자의 심정이 얼마나 절절했고 자신감 수치가 49%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 


이번 사건은 리튬이온 이차전지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삼성전자, 삼성 SDI, 그리고 그 주변의 친 삼성 성향의 이차전지 분야 인력들의 능력 부족을 절절하게 체감한 사건이라 평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상황에 빠졌을 때 해결할 수 있었을까 하고 필자에게 묻는다면,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답하겠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필자가 속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쪽 학인들의 실력 부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이와 같은 사건이 일본 기업에서 벌어졌다면 일본의 탄탄한 에너지 분야 전기화학과 소재 과학 능력으로 발발 초기에 배터리 문제가 아님이 나왔을 것이다. 


우리가 많이 부족한 탓이다(리튬이온 이차전지는 한중일이 세계의 선진국이다. 미국, 유럽 쪽에서 원천 특허를 갖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미국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학연 수준은 저열한 수준이다. 실적은 좋으나 실력은 없는 이들이 많고, 과거 리튬금속 폴리머 이차전지에 집중하다 망한 흑역사를 그대로 밟는 수준이다). 아마 삼성전자도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우리나라에 리튬이온 이차전지 전문가들이 이렇게 없었다는 데에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그동안 선진국을 멀리하고 후진국과 가까이하며 정신승리만 하다 보니 우리도 점점 중국에게도 밀려 퇴보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우리가 소형전지 1위이고 중대형 1위 인양 ‘발악’에 가까운 보도자료들이 나오는 것도 파국 직전의 외침 느낌도 물씬 난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도 이 사건의 기저에 깔려 있는 배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은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으로 하급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게 뼈아픈 실책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무작정 비난해선 안 된다. 이 사건은 아주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이란 걸 다시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배터리 문제가 아님을 입증할 책임은 삼성 SDI에게 있었기 때문에 삼성 SDI가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보는 일각의 분석도 절대 맞지 않다. 배터리 문제였냐 아녔나는 점은 어떤 상황에서든 전문기업인 삼성 SDI가 도맡아 책임졌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게 책임이다.


이후의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중단할 때가 맞다. 그렇다 해서 노트7을 포기하고 물러서는 건 더 큰 실수다. 철저한 원인 분석 후 문제 해결된 갤럭시 노트 7.1 safety를 연말에라도 출시하는 절치부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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