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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Dec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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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계 이차전지는 용량(Ah) 작지만 에너지양(Wh) 큰 고성능 전지다

에너지와 이차전지 산업 쪽 보고서나 자료를 보다 보면 자주 일어나는 단위의 혼란 중 하나로 W와 Wh가 신나게(?) 혼재되어 쓰여 있음을 볼 수 있다. 필자도 논문이나 원고를 쓰다가 부지불식간에 혼이 나가서 오타마냥 섞어 쓰는 일도 있을 정도다(※ 수식이라면 머리 아프다는 분들에겐 미리 양해를 구하는데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게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일을 하는지 판단하는 작은 팁 정도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런 건 한두 번은 실수지만, 자주 하면 실력이다. 이런 단위와 개념의 의도적(?) 오류가 갖는 나쁜 함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W와 Wh의 차이는?
W(Watt)는 '출력'을 이야기할 때 쓰는 단위다. 일례로 발전소에서는 발전출력으로 표현할 때 쓴다. 대표적 예가 우리나라의 최신 원전 모델인 APR1400은 1400 MWe(=140만 kWe) 출력을 내는 원전임을 뜻한다. 이런 발전소들이 정격 출력으로 운전했을 때의 발전 시간을 곱한 발전량은 에너지양이 되며 그 단위는 Wh(Watt hour)가 된다. 언론이나 보고서에 종종 출력을 써야 할 곳에 발전량이, 발전량이 쓰여야 할 곳에 출력이 쓰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가끔은 모터의 출력을 Wh 단위로 써두기도 하고, 배터리 전기차용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의 출하량도 Wh가 아닌, W로 쓰인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Ah와 Wh의 차이는?
발전에서는 위와 같이 출력과 발전량의 상관관계를 현장에서 쓰게 되지만, 이차전지 쪽에서는 다소 다른 형태로 쓴다. 그것은 용량과 에너지양이다. 용량은 전기용량 혹은 전하용량의 준말인데, 학문할 때는 Q(Coulomb, 쿨롱)을 단위로 주로 쓰지만, 현장에서는 그걸 전류와 시간으로 분해해 Ah(Ampere Hour)로 쓴다(전하량 = 전류 x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지를 연구할 때 '(전하)용량'이라 하여 'mAh'란 단위로 많이 표시한다. 그 이유는 전극 활물질이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가역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을 측정할 때, 흘려준 전류량에 시간을 곱함으로 얻어내다 보니 mAh 단위가 쓰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위 자체는 '에너지양'을 뜻하지 않는데, 이 전극 활물질로 만든 전극판을 갖고 양극, 음극 짝을 지어 완성된 전지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전압'이 결정되며 이 둘을 곱하였을 때 'mWh' 단위를 갖는 '에너지양'을 알 수 있게 된다. 어떤 디바이스를 배터리로 구동할 때, 몇 시간을 쓸 수 있냐는 Wh 단위의 '에너지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용량'이 크다 하여 꼭 오래가지 않는다. 반드시 전지의 '전압'까지 결정되어 곱해야만 오해가 없어진다. 이걸 중량 혹은 부피로 나누면 각각 mWh/g, mWh/l의 단위를 갖는 '중량당 에너지 밀도'와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된다. 그리고 기술력을 상징하는 벤치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 요즘 '화재 만발'인 갤럭시 노트 7은 3.85 V, 3500 mAh의 스펙을 갖고 있어서 이 두 값을 곱하여 나온 13,475 mWh, 즉 13.475 Wh의 '에너지양'을 갖는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가 되는 것이다.

용량은 작으나 에너지양이 큰 고성능 이차전지, 리튬이온 이차전지
현존하는 이차전지 기술 중 에너지양에 해당하는 중량당,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큰 이차전지는 리튬계 이차전지 중 리튬이온 이차전지라 평할 수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 (Wh/kg, Wh/L))는 크지만, 용량(capacity (Ah/kg, Ah/L로 표시)은 상당히 낮은 전지라는 점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그런다. 최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이기도 했던 원통형 18650 셀(ø18.6 mm × 65.6 mm)은 최근 2900~3500 mAh 정도의 용량을 발휘하고 있는데, NiMH 원통형 이차전지 AA(ø14 mm × 50 mm)가 2900 mAh 제품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리튬계 이차전지의 '낮은' 용량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부피가 확실히 작은 Ni-MH 이차전지가 엇비슷한 '(전하)용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압이 낮아 에너지양이 작은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신형 전지랍시고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용량이 크다는 걸 내세우는 꼼수를 쓰는 하급 연구자들이 종종 있다.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원통형 Ni-MH 이차전지의 용량과 에너지양의 상관관계 모식도 / 박철완, 그린카 콘서트

최근 탈리튬계 이차전지를 개발한다며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우수한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가졌다고 광고하는 것이 바로 그 예가 된다(죽은 리튬의 사회...기초, 차세대, 내용 없는 '3무'의 한국 이차전지 기초 연구 참조). 대표적인 예가 리튬에어 이차전지, 소듐(Na)이온 이차전지, 마그네슘(Mg)이온 이차전지가 바로 그것인데,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탈피해 더 우수한 이차전지로 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언론 지상을 뒤덮은 지 오래다. 이런 기술 개발 방향의 문제는 아무리 이온 타입으로 금속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의 에너지 밀도 등이 상업화된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발벗고 뛰어가도 극복하기 힘들뿐더러, 리튬 금속을 그대로 쓰는 이차전지는 안전성 자체가 확보될 수 없는 난관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차전지 분야 내부에서도 저걸 왜 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는지 의문이란 시각이 팽배해 있으며, 정책적으로 지원이 결정되는 과정이 불명확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정책 지원 근거로 쓰이는 자료들을 보면 열이면 열 모두, 제안된 이차전지 시스템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말하면서 mWh/g으로 표시하지 않고 mAh/g으로 얘기하면서 '에너지 밀도'라 하고 있다(※ 마그네슘이온 이차전지는 그냥 '좋은 거 만들겠다'고만 나와 있다. 어딘지 몰라도 거저먹으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류의 과제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가 예산, 시간 낭비다). 여기에 더해, 그 방식의 이차전지가 제품화 때 넘어야 할 난관들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냥 타이어 만들면서 난해한 엔진, 트랜스미션 등은 하지 않고서 자동차 다 만들었다는 식의 연구인게다. 결국 수십억~수백억 원의 연구비 지원 결과로 얻을 결과물이 절대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지원을 결정하자마자 실패할 가능성이 99%인 도박인 셈이고 '하이 리스크 노 리턴'은 이미 결정된 거나 진배없다. 수백억 원의 정부 지원 근거가 될 자료에 에너지 밀도라 해놓고 mAh/g 단위를 약속이나 한 듯 남발하는 것은 복잡하고도 나쁜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아예 기초가 없어 모르는 것이다. 전자일지 후자일지는 작성자의 마음을 읽을 방법이 없으니 진실은 저 너머에 남겨두도록 하자. 이런 의도적(?) 오류로 촉발된 잘못된 방향의 정부 지원, 실력부족과 시간, 예산 낭비가 쌓여가며 위기의 한국 이차전지 산업은 다시 기회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듐이온 이차전지, 금속공기 이차전지, 마그네슘 이차전지의 기술개발 목표, 에너지 밀도를 mAh/g으로 표현하고 있거나, 에너지밀도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용량이 우수한 기술이라 표현함. / 미래부 자료

10.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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