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칼럼’ (박철완 교수의 등촌광장), 05.17, 2022.
대선이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권 교체의 전이 시기에 '인수위'가 운영된다. 이때는 행정부 업무를 인수받아 새 정권의 국정 아젠다에 맞게 재구조화하며 환골탈태시키는 게 주 업무이다. 이때 중요한 건 '민'과 '관'으로, '민'에겐 이전 정권 때 행정부에서 부족했던 애로사항 청취이고 '관'에겐 정밀한 부처 업무 보고를 받아 준비하는 게 필요한 시기이다.
이때는 '해야 하는 바'도 있지만, '하지 않아야 하는 바'도 있다. 행정부에게 새 정권은 '새 정권의 국정 아젠다'에 따라 '해야 하는 바'를 녹여내야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 바'를 잘 골라내어 중단 혹은 축소시키며 가르마를 잘 타야 한다. 5년은 길다면 길지만, 기진행 중인 국정을 생각한다면 생각보다 새로이 할 수 있는 건 많지가 않다.
거기다, 인수위 기간 동안 선거 승리와 무관한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갑질하는 점령군' 행세하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리싸움을 하는 이들이 잦게 나타나면 새 정권이 새 정부의 국정 아젠다로 내세울 건 어느새 사라지고, 부처에서 올린 대로 가며 정권 교체를 무색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특히, 양 후보의 공약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흡사했던 분과는 더더욱 엉망이 된다. 점령군들이 희롱한 분과와 연결된 부처에 뒤늦게 국정 아젠다를 강요하는 무리수가 가해지면 '월성원전 폐쇄' 같은 사달이 터지게 되는 건 필연이다.
인수위가 끝나며 국정과제가 정리될 때쯤이면 '좋은 말'로 가득 찬 다양한 분야의 '칼럼'이나 '오피니언'으로 갑자기 정책 제안의 홍수가 일어난다. 늘 보던 사람들의 '좋은 말' 칼럼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이런 '좋은 말' 칼럼을 보고 잘하려니 하고 중용한 소위 '위장된 정책 전문가'로 무너진 정책 각론은 학습되지 못하는 게 일상이다. 대필된 칼럼은 위장된 정책 전문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좋은 말과 글을 많이 한다 해서 전문가가 아니다', 복붙이 여느 때보다 쉬운 시대이기에 '좋은 말과 글'로 사람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인수위 모 분과에서 나온 에너지 정책 5대 방향은 '한전 민영화' 마타도어로 불똥이 튀었지만,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산업 재건이 베이스 라인인 양 꾸며져 있지만, 내면을 보면 재생 에너지 산업 대 확대를 예측케 한다. 따로 있어도 좋을 자원 안보가 뜬금없이 들어가 있다. 에너지 과학기술에 근간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가 부재했던 탓이다. 이 와중에 기업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 등과 연계해 자체 수급 발전원으로 'LNG'를 지목하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고, 이 마타도어는 지방 선거를 흔들고 있다.
'이차전지' 쪽은 연관 부처의 'RnD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수준이고, 관련 산업 아젠다는 붕괴된 수준이다. 그동안의 '좋은 말, 글이 있던 칼럼', 그리고 '얼라이언스' 등은 그냥 지나갔을 뿐이다.
새로운 5년이 시작됐고 예년과 같은 '좋은 말과 글, 의견'이 넘쳐나지만, 어떤 게 작동하는 진짜일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전문가를 중용하겠다 하나, 찐 전문가들은 애초에 추천 단계까지 가기도 어렵다. 당선인의 의지를 무색게 할 정도다.
5년마다 '재활용' 수준으로 올라오는 '위장된 정책 전문가 칼럼'들에 속으면 그건 오롯이 정권의 책임이다.
'빌린 좋은 말과 글, 의견'의 가치는 5년이 지나야 확인될 것이고, 그때면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특히, 새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에너지' 이슈로 정치 참여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분이기에, 과학기술, 에너지, 특히 전력 쪽 정책 구사 때 과거 정부에서 검증된 '빌린 좋은 말과 글로 위장된 가짜 정책가'를 잘 가려서 골라내어 배신을 방지하는 게 정책 성공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