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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Feb 09. 2021

좋아하는 책이 절판되었을 때 드는 세 가지 생각

토요 심리학 시즌 1

 아트 마크먼의 스마트 싱킹이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토요 심리학이 2회 차 진행될 때였다. 학습 멤버들이 책을 사려는데 절판이 되어 책을 팔지 않는다며 소식을 전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스친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 출판사의 사기(?)가 아닐까?

뭐 이를 좋게 이야기해서 전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 계약이 끝난 출판사들이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새롭게 하여 전혀 다른 책인 것처럼 재출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속아서 좋아하는 저자의 새 책인 줄 알고 추가 구입해서 분노했던 적이 가끔 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정확하게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둘째! 이 좋은 책이 왜 외면을 받아 절판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책을 딸에게 권해준 소중한 책이었고 좀 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분야의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 이 좋은 내용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나만이 알고 있겠구나 라는 설렘이었다. 나만 좀 잘난 척할 수 있겠구나, 남들은 잘 모르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흐뭇한 감정이 일어났다.  

    

다른  책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느냐는 멤버들의 문의에 나는 한마디로 말했다.

”헌 책이라도 꼭 구입하세요! 이 책은 무조건 합니다 “     

발제자 김경미 선생님은 이 사진이 마크먼을 가장 잘 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트 마크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약 6년 전 내가 심리학에 조금씩 관심이 깊어갈 무렵이었다. 당시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스마트 워크라는 개념이 한창 새롭게 뜨고 있어서 혹시 관련된 책인가?라는 생각으로 처음 손에 들었는데 조금씩 읽다 보니 인지심리학의 기본적 내용을 아주 탄탄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열심히 읽었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내용을 참으로 잘 정리했다는 생각에 경탄했었다.     


 이후 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김경일 교수님께서 당신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로 아트 마크먼을 소개했고 그분을 통해 접근 동기 회피 동기 이론과 토리 히긴스를 알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반가움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게도 토리 히긴스가 접근 동기, 회피 동기에 대해 상세하게 작성한 ‘어떻게 의욕을 이끌어낼 것인가’도 절판이 되었다. 이 책도 토요 심리학 학습도서인데.. 내가 아끼던 책들은 왜 자꾸 절판이 될까?)     

 ”같이 청소기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생각 없이 청소기를 사용하는데 다이슨이라는 사람은 왜 공업용 사이클론의 원리를 청소기 작동원리에 연결하여 오늘날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명품 다이슨 청소기를 만들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마크먼은 그 이유를 스마트 싱킹에서 찾으면서 이를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3가지로 설명하는 이유는 인지심리학의 가장 기초인 지각 심리의 과학적 근거인 3의 원리 때문이다.)


1. 스마트한 습관을 가져라!     


마크먼은 스마트 싱킹의 첫 번째 요소로 스마트한 습관 갖기를 설명하면서 지난번 토요 심리학에서 다룬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이론을 가져온다. 바우마이스터가 자아 절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에너지의 최소화 소비, 이를 위한 습관화를 통해 소진을 적게 해야 포도당을 유지하고 정말 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를 마크먼도 원용하고 있다.     

 스마트한 습관을 가지려면 행동과 환경 사이에서 일관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실행하게 되면 노력을 들여 생각하는 것을 벗어나 기억으로부터 직접 정확한 행동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습관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습관이 완성되었는가는 행동을 할 때 더 이상 과정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든 로건 Gordon Logan)      


 이러한 습관과 관련하여 몇 년 전 베스트 작가였던 찰스 두히그는 그가 쓴 ‘습관의 힘’에서

”신호-행동-보상-계획“이라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설명한다. 이는 바우마이스터가 이야기한 생각 최소화 – 행동 – 모니터링이라는 프로세스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히그는 보상을 바우마이스터는 모니터링을 습관을 유지시켜주는 핵심 동력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트 마크먼은 습관 일기를 적어서 자신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라고 제안하면서 바우마이스터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2. 고품질 지식을 가져라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니 우리는 항상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배울 때는 얻고 싶은 것을 3가지로 생각하고, 그것과 연결하여 정보를 듣고, 이를 메시지로 정리하여 스스로에게 설명(self-explanation) 함으로써 내적 지식을 쌓는다.  


 또 가르칠 때는 3가지 요점을 먼저 소개하고, 그 요점에 맞추어 설명하고, 이를 다시 처음 소개한 요점과 연결하여 정리하는 프로세스를 갖는다.

 이후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자 하는 사물의 원리에 대한 인과관계를 확인하여 설명해 봄으로써 착각을 없애는 것이 고품질 지식을 쌓는 방법이다. “     

 콘텐츠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공급하고 이를 잘 실행하도록 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이 구절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그 전율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배운 적 없이 본능적으로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전혀 몰랐던 부분도 많았다.     

 예전 사내강사 양성과정을 할 때면 강의안을 만들 때 양을 줄여서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상황까지 까지 내용을 간결하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뭐 더 새로운 거 없나? 하면서 욕심을 부렸고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가 많이 안다는 식으로 떠들면 알아서 가져가겠지 했던 나의 태도는 그들이 무언가를 학습하여 고품질 지식을 만드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가급적 3가지만 말하려고 한다. 처음 세 가지를 알려주고, 그 세 가지에 맞춰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마지막에 다시 세 가지를 정리하고...    

 


메타인지와 관련된 아트 마크먼의 ”설명 깊이의 착각“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심리학 이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론이다.


 ”제가 내용을 알긴 하는데요 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

강의장에서 가끔 나의 질문에 교육생이 이렇게 답변한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같다.

 ”그건 알고 있는데 설명을 못 하는 게 아니고요, 모르는데 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착각이죠, 만일 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잘 모르는 겁니다.! “


 내가 좀 더 학습하는 강사가 된 계기도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3. 문제 해결에서 이를 적용해라     


 우리는 기억을 왜 하고, 어떻게 할까? 기억과 관련된 아트 마크먼의 설명은 간단하다.


”당신이 기억하는 이유는 당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억은 처음 내가 맞이하는 사물이나 현상 그대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다. 그리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기에 적합한 형태로 인출되어 적용된다. “     

결국 기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이러한 맥락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비교와 유추이다.      

A - ”호텔과 모텔“

B - ”잡지와 새끼 고양이“     

A와 B를 놓고 A는 비슷하고, B는 차이가 크다. 따라서 둘의 차이점을 말하라고 하면 B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슷한 A에서 그 차이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B에서는 차이점을 발견하는 게 오히려 어렵다. 이는 정렬 가능한 차이(alignable differences)와 정렬 불가능한 차이(nonalignable differences)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체계는 유사한 것들 사이의 차이점들을 통해 정보에 집중하고 사고하도록 체계화되어있는 까닭이다.      


예전에 박진우 박사는 이를 갈등과 연결하여 설명했었다. 차이가 커서 갈등하는 게 아니라 정렬 가능한 차이 때문에 유사점이 많은 곳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위해 다르게 생각하라고 조언하는데 이는 흰곰 효과,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처럼 그것을 하지 마라고 하면 더 하는 효과 때문에 차라리 다른 것을 생각하라고 제안한다. (박진우 ”차이가 클수록 갈등도 커질까? DY노트“)


( 다른 것을 생각하라는 처음에 박진우 박사가 만들어낸 말인 줄 알고 저 인간은 천재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스마트 싱킹 책을 네 번째 보면서 발견했다. 이는 마크먼의 말이었다. 그래도 그가 천재로 보일때는 가끔 있다)     


  이 땅의 모든 창의적 제품의 90%는 유추에서 시작되었다.

방사선 치료의 문제점을 군사학에서 유추하고, 광고의 급변화를 인문학의 옛것 추구와 유추하였을 때 그 창의적 생산성은 이미 다양한 경영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유추를 잘하기 위해 활용하는 속담, 좋은 이야기, 이미지 등 다양한 기법들을 통해 좀 더 스마트 싱킹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싱킹은 이제 새책으로 사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심리학 특히 인지 관련 심리학을 배우고 , 알고 싶다면 가장 기초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손때 묻은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면서, 유난히 메모가 많은 부분을 보면 생각한다.

이 책의 가치는 이제 더 높아질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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