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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Apr 08. 2022

상사를 설득 할 때 가장 좋은 방법

상대를 설득할 때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감성적, 정서적 설득부터 논리적 설득이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설득의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만약 당신의 상사라면 우리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상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의 상사는 당신이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제시하는 논거를 쉽게 반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신이 감성적 설득을 시도하면 당신이 뒤에서 뭔가 수작부리는 것 같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 많이 논의되는 상사를 위한 설득의 방법중 하나는 

 설득을 하지 말고 차라리 그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것이다! 

”팀장님! 제가 이런 고민이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말이다.    

  

당신이 설득을 하기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논거를 버리고 조언을 구하게 되면 

당신의 상사는 기존에 취했던 방어적 태도를 풀고 본격적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리고...      


첫째. 상사는 당신이 몰랐던 정보를 제공할 확률이 높다.      


신혼초 나는 회사의 지방 지점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서울에 신혼집이 있다보니 주말부부 생활을 6개월쯤 하고 있었다.  계속 주말부부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지점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것 보다, 본사에서 전략이나 기획업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인사 요청은 아직 지점 근무 3년을 채우지 못한 이제 입사 1년 6개월된 신입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이 되었다. 


 팀장님께 부탁을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당시 팀장님은 새로이 부임하신지 얼마 안되셔서 새롭게 팀을 이끄시려는데 그런 팀장님께 열심히 하겠다는것도 아니라 서울이나 본사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히 팀원으로써 매우 죄송하고 민망한 이야기 였다.

더구나 그 팀장님은 지점에 연차 어린 직원이 영업점 현업을 제대로 안배우고 본사로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한달 쯤 절대 마음의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했다. 

당시에는 반기에 1회씩 팀장님과 팀원의 고충 정기 상담이 있었는데 내 차례가 와서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팀장님이 내게 물었다.


 ” 혹시 마지막으로 더 할 이야기 있어?“

 ” 네.. 한가지 팀장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요...팀장님처럼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려면 회사내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쌓는게 좋을까요?“

갑작스런 내 질문에 당황하셨지만 기분이 좋으신지 표정이 미소로 바뀌셨다. 


 ” 하하! 나처럼 돼서 뭐하게?“

 ” 팀장님이 저의 롤모델 이시거든요...  그럴려면  본사 근무도 좀 해보는게 도움이 되겠죠?“

 ” 하하하 롤모델 까지야... 민망스럽게..  물론이야.. 본사에서 회사의 전체적 시각도 익히면서 기획업무를 하다가, 지점으로 와서 현업의 흐름도 살피고.. 이런것을 반복하는게 좋지..“

 ” 그럼 저는 언제쯤 본사에 지원하는 것이 팀장님처럼 되는데 도움이 될까요?“

 ” 하루라도 젊었을 때 가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올 여름 인사이동때 한번 본사로 가는 것도 좋을거야“

 갑자기 올 여름 인사를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 여름이라고 해도 겨우 2년 영업점 생활한 신입인데 아직 좀더 지점 업무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배우는게 빠르잖아.. 2년이면 충분하지 뭐..“

 ” 그리고 규정상 신입사원 지점 근무 3년이 필수사항이다 보니....“

 ” 아니야!.. 팀장이 추천하면 그 규정에서 예외야..“

 ” 정말입니까? “

 ” 그럼.. 일단 내가 팀장추천제로 본사 추천을 해줄테니 가보고 싶은 부서를 말해봐“

내가 전혀 몰랐던 팀장추천제가 있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다.     

조언을 구하면 상대는 반드시 정보를 준다는 확신을 가지게 한 나의 첫 번째 경험 이었다. 

상대가 정보를 주었다는 것은 너무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 정보가 이미 내가 알고있거나,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도 전혀 상관없다. 

 조언을 요청한 당신에게 정보를 주었다는 행위 자체로 상사는 이후 행동에 있어 당신을 돕는다는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행위와 이후의 행위를 동일시 하려는 이 일관성의 욕구는 인간 행동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동기상태이기 때문이다.

                                                   

둘째 상사는 당신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작스런 팀장님의 말씀에 당황을 해서 말을 못하고 있자 팀장님이

 ” 음..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니 관리부나 법무팀이 좋은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종합기획부나 경영컨설팅부가 괜찮을 것 같애...

아무래도 자네가 고시공부 했던 경험이 있으니 괜히 변호사나 판검사 얼굴 보면 미련이 남고 주눅들고 그럴 거야...  법관련 업무 하기 싫지 않아?“

” 네.. 팀장님.. 어떻게 아셨어요? “


나는 추천여부를 떠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팀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고시공부 실패의 경험이 있던 내게 법관련 업무를 위해 법원을 가고, 변호사들을 만나는 일은 불편한 일이었다.  평소 딱딱하고 냉정하던 팀장님이 이렇게 배려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조언구하기를 "힘을 뺀 의사소통"의 방법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는 아담그랜트는 저서 기브앤 테이크에서 스스로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면서 확신없는 태도로 조언을 구하면 상대는 조언을 구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고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셋째, 상사는 당신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     


면담이 있은후 며칠이 흘렀다.  팀장님이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 음.. 내가 조금전에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팀장추천제는 인사부 공식채널이니 너무 지원자도 많고 경쟁이 심해서 자네처럼 3년 영업점 근무라는 기본적인 조건을 못 갖춘 경우에는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거야...  

그런데 만약 그 지원자가 지원한 본점 부서에서 그를 추천 해주면 팀장추천과 부서추천 두가지가 인정되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야... 아무래도 자기 부서에서 쓸 사람을 챙긴다는데 인사부가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지..


 나하고 아주 친한 동기가 고객혁신부의 팀장이거든.. 내가 그 친구에게 전화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부서 막내사원이 올 여름에 지점으로 갈 것 같다면서 그 빈자리로 자네가 좋을 것 같다며 자네 인적 사항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알려달라는데 지금 내가 적고 있는게 맞아?“     

 라고 하시면서 본인 PC화면을 보여주셨다. 거기에는 한글 파일로 나에 대한 학력, 특기, 원하는 업무 등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 팀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 암튼 내가 노력해 볼테니.. 한번 기다려보자구..“     

 팀장님은 나를 위해 팀장 추천서를 써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해당 부서의 추가 추천까지 도와주셨다. 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 지식 혹은 어떤 자원을 투자해 남을 도와주면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했고, 상대에게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으려 애쓴다. (아담그랜트, 기브앤테이크, p251)

 팀장님은 내게 인사부로 팀장추천을 해주시는 순간 내게 더 투자할 마음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방법을 찾으면서 나에게 헌신을 한 것이다. 


넷째, 상사에게 명망을 안겨서 내게 호감을 갖게 한다.      


 나는 결국 그해 여름, 입사 2년만에 본사 고객혁신부로 발령을 받았다. 2000년 초반 고객서비스의 열풍이 불면서 고객혁신부는 회사내 최고의 주목받는 부서가 되었고, 나는 거기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배우고 진행하면서 큰 성장을 이루었다. 중간중간 본점 생활에 대해서 팀장님께 전화로 조언을 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후에 팀장님은 본사로 오셨다. 반가움에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 요즘 자네 일 잘한다는 소문 잘 듣고 있어..“

” 다 팀장님께서 추천해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제가 최고의 팀장님이라고 보는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합니다. “

” 허허허.. 나도 소문 들었어.. 자네야 말로 내가 아는 최고의 대리라구.. 내가 추천했지만 너무 일을 잘해서 나도 담당 팀장에게 고맙다는 전화 많이 받았다구..“     

팀장님은 내가 처음 조언을 구한 이후부터 내게는 항상 지속적인 호감을 보이셨다.  수시로 전화를 통해, 혹은 만나서 얼굴보면서 좋은 조언을 구했고, 강의를 하겠다며 퇴직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관계를 유지했다. 본부장으로 정년퇴직한 팀장님은 내게 지금도 든든한 인생의 선배님이시다.


그 출발은 " 팀장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 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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