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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Apr 14. 2023

천우희가 멋있지만 나는 이유진의 후회를 응원한다

멜로가 체질에서 본 후회이야기

 진주(천우희)는 7년 사귄 남자 친구와 이별하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유명 드라마 작가의 보조로 일하다가 그마저도 짤린다. 모아둔 돈도 없고 다큐멘터리로 돈 많이 번 친구집에 얹혀살 면서 명품백이 혹시나 인생의 돌파구를 마련해 줄까 동생 돼지저금통까지 훔치면서 사봤지만 큰 흥미를 못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우연히 그녀의 공모전 응모작품 “서른쯤이면 괜찮아질 거야”를 본 잘 나가는 방송국 PD 범수(안재홍)가 드라마화를 제안하면서 일에서도, 그리고 범수와 새로운 사랑에서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굳이 걸림돌 하나가 있다면 바로 그 잘 나가는 PD 범수의 조감독 PD인 환동(이유진)이 바로 진주(천우희)가 7년이나 연애하고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최악의 찌질함을 나눈 채 헤어진 연인이라는 것.


 요즘 세대처럼 쿨하게 서로 마주쳤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감정 찌꺼기가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이런저런 해프닝과 오해가 반복될 때쯤 진주에게 마지막 미련이 있던 환동은 이젠 그마저도 훌훌 털고  정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식사자리를 제안한다.   


이전에 연애할 때 돈이 없어 이런 비싼 음식 한번 사주지 못해서 그게 후회된다면서 마지막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스테이크를 시키는 동에게 진주가 말한다.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누가 누구한테 비싼 밥 사주지 못한 거 후회해야 하는 건 아니야. 나도 너한테 이런 음식 못 사준건 똑같아.  너 미워하고 욕하고 그래.. 최근까지 그랬던 건 맞아.  나도 당연히 후회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근데 지금은 조금 달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앞질렀달까?  그때 우린, 그때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 한 거야. 지난 시간은 그냥 두자.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한 끼만”

“미안해.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게 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며 떠난 진주에게 환동은 혼자 말한다.

“사람이 저렇게 괜찮아요..  행복해라”

수많은 명대사를 남겼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헤어진 연인에게 했던 진주의 마지막 대사에 왜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일까?


아마 대사의 기저에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더 이상 하지 말고, 그 시절에 최선을 다했었다고 인정하고 이제 미래만 생각하자 라는 메시지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는 타인의 비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의 한마디가 있다.


“후회할 것 같아서..”


후회는 사람들이 가장 두렵고 불편해하는 감정이다.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행복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힘들어하기보다 미래를 보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노래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으니, 떠난 이에게 노래하자고,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하라고..


그런데 정말 후회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어리석은 일일까?


대니얼 핑크는 그의 저서 “후회의 재발견”에서 후회에 관한 이러한 생각들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후회가 가져다주는 세 가지 장점을 말한다.

첫째, 후회는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 시킨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 갈린스키는 협상가들을 대상을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집을 구매하는 협상과 채용 담당자로 취업 제안 협상을 연속으로 진행시켰는데 첫 번째 집 구매 협상 시 했던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했던 협상가들이 두 번째 채용 담당자 협상 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고, 이익을 확대시켰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한다.


그 이유에 대해 후회의 부정적 생각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게 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해서 확증 편향에 빠질 가능성을 줄여 이후 의사결정을 더 잘하게 했다는 것이다.


둘째, 후회는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양왕 등은 신참 과학자들이 국립보건원에 제출한 연구 보조금 신청서 1,000건에 대해서 연구했다.


 절반 정도는 기준에 통과해서 보조금을 받았고, 절반은 실패해서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런데 근소한 차이로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과학자들이 보조금을 지급받은 과학자 들에 비하여 이후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냈다.  그들의 논문이 더 자주 인용되었고, 크게 주목받는 저널에 논문이 게재되었다.


이는 좌절을 겪은 경험 자체가 후회를 촉발했고, 후회는 지난 실패를 성찰하게 해서, 전략을 수정하고 성과를 개선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후회는 의미를 심화시킨다.  

버클리 대학의 크레이, 린다 교수는 후회가 의미감을 만들어 낸다는 논문에서 다양한 실험 사례를 소개한다.


학부생들에게 어떻게 대학을 선택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 이후 이 대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의 생각을 하게 한 경우나, 대인관계가 일정적인 사람에게 그 관계가 현재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그렇지 않았던 집단에 비해 대학에 대한 생각이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더 의미 있고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였다.


즉 후회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그 대상이나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의식하게 만들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도록 이끈다고 하였다.



진주는 말했다.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의 후회를 앞질렀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지난 시간의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시간에 대한 통찰, 과오에 대한 반성이 이후 하게 될 사랑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제대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끝내 동과의 식사를 거절하면서 지금 범수와의 예의를 강조한 것도 어쩌면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를 반성했기 때문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환동은 지난 시간의 후회로 인하여 마지막으로 식사제안을 했고, 그 식사제안마저 거절당해서 마지막 제안을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지속적인 제안이 인생에 큰 의미와 가치를 줄 것이라고 본다.


그는 또 한차례의 후회를 통해 성숙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진주 이후에 만나는 사람에게 정말 멋진 애정과 사랑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환동의 후회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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