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철우 Apr 25. 2023

이보영의 창의성은 "질보다는 양이다"

대행사의 독한 년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고아인(이보영 역)은 흙수저에 지방대 출신, 부모 없이 혼자서 독학으로 일하고 공부해서 대기업 VC그룹의 광고 대행사인 VC기획에서 최초 여성 상무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비록 회장딸 강한나(손나은 역)를 위한 카펫 역할로 1년짜리 한시적인 임원이었지만 그녀는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정적인 최창수 상무(조성하 역)와 한판 대결을 펼치면서 VC그룹의  후계 구도 전쟁에서 활약을 하며 그룹의 중심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주인공 고아인이 어떻게 지방대 흙수저에서 최고의 광고전문가로 성장했는가를 드라마 2회 회상씬에서 잠시 보여준다.

신입 고아인에게 사수인 유정식 CD(Creat Director 장현성 역)는 그녀의 카피를 보고 호되게 깨트린다.

“광고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어디서 새날아 가는 소리나 써와 가지고.. 사람은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지 딴일 찾아.. 넌 재능 없어”

이것이 분해서 홀로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던 고아인은 밖으로 나오는데 여자선배 최정민 CD(김수진 역)와 마주친다.

“ 카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볼멘소리로 물어보는 고아인에게 최정민이 말한다.

“ 질리도록 써! 신입 카피한테 숏컷이 어딨 니? 무조건 많이 쓰는 게 장땡이지..

보는 눈도 읽다 읽다 질려 카피 못쓴다는 소리 못 할 때까지..

도망치지 말고 들이대..”


그날 고아인은 밤을 새워 어마어마한 분량의 카피를 쓴다.

유정식 CD는 출근해서 고아인이 다가오자

“왜 사표 써왔어?”

그러자 고아인은 밤새 작성한 엄청난 양의 카피 뭉텅이를 내밀면서 말한다.

“아뇨.. 새로 쓴 카피예요..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읽어보고 다시 얘기하시죠..”

그녀가 밤새 쓴 엄청난 양의 카피를 한참을 보던 유정식은 혼잣말을 한다.

“ 흐흐 미친년 하나 들어왔네..”




1. 질보다는 양이다.


창의적 회의기법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브레인스토밍에는 4대 원칙이 있다.

하나의 핵심원칙과 그 핵심 원칙을 위한 보조 수단 3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핵심원칙이 바로  “질보다는 양이다”라는 것이다.

양을 늘리기 위해 비판을 금지하고, 타인의 의견에 편승하여, 자유롭게 회의를 진행하라는 다른 세 가지 원칙이 작동한다.


 좋은 창의적 아이디어의 결과물은 많은 양의 작업을 통해서 탄생된다는 역사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딘 사이먼튼 교수는 수많은 창의적 결과물을 낸 대가들을 연구하면서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만들어낸 아이디어의 양의 많을수록 그 결과물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Creative Productivity : A Predictive and Explanatory model of career trajectories and landmarks)


아인슈타인은 248개, 찰스 다윈은 119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330개의 논문을 발표했고, 에디슨은 1,093개의 특허를 보유했으며, 피카소는 2만 개 이상의 그림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1,000곡이상을 작곡하는 어마어마한 다작을 했다.


그런데 이들 작품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결과물은 그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졸작이며, 이를 실펴보는 그들의 팬들을 당혹하게 하고, 작가의 이름을 감추면 설마 이 졸작이 그들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패작이었다.

아담그랜트는 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창출해 낸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가장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냈던 시기와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던 시기는 대부분 중복된다면서, 양과 질은 서로 상충 관계라 어떤 일을 더 잘하려면, 다른 일을 덜 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혹평했다.


로버트 서튼은 또한 아이디어 창출에서는 양이 질을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라고 주장하면서,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뻔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한 완전 실패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결코 낭비가 아니라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2. 그런데 질보다는 양을 늘리는 것이 쉬울까?


당신이 어떤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과제를 놓고 30분 고민 끝에 30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후 진행자는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다시 30분을 줄 테니 30개의 아이디어를 더 만들어 보게 하고, 남은 절반의 참가자는 다른 B과제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게 했다.


그리고 예측하게 한다. A 과제를 2차로 참여해서 30개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더 성과가 좋을까?  B 과제에 참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의 성과가 좋을까?

또한 A과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2차로 추가한 아이디어는 기존의 아이디어 보다 창의성이 뛰어날까?


 이 실험을 진행했던 노스웨스턴 대학의 루카스 교수는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B과제의 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A과제의 2차 참여의 결과는 1차 참여 결과에 비하여 그 창의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과제 참가자의 유창성 때문이다.

유창성이란 말 그대로 하나의 과제에 여러 가지 시각이나 해결방안이 많이 떠오르는 능력을 말한다.

처음 A과제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30개의 아이디어를 내고 나면 더 이상 아이디어를 낼 기력이 남아있지 않는다. 그래서 이후 더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면 떨어진 유창성 때문에 더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 하지 않고, 이후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험결과 A과제에 2차로 참여해서 나왔던 아이디어의 결과물이 1차에 비하여 훨씬 좋았고, 이는 예측한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었다.  (People underestimate the value of persistence for creative performance. Lucas 2015)


창의성을 꾸준함이나, 성실함과 연결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 차라리 기발함, 통찰력, 번뜩이는 재치 이런 단어들과의 연결이 좀 더 자연스럽다.


아이디어 작업 초반에는 열정과 체력이 뒷받침되어 기발함, 번뜩이는 재치가 나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몰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치면서 그동안 나온 아이디어로 적당하게 타협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때 초기에 생각한 아이디어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양을 일단 늘리면서 뻔한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그것을 배제한 이후, 뒷부분에 괜찮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라는 것이다.

고아인이 최고의 실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많은 작업량 때문이다.

신입시절부터 혹독하게 쌓아온 많은 양의 작업이 그를 최고의 창의적인 작업자로 만들었다.


당신도 창의적 인재가 되고 싶은가? 당신의 분야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가?

많이 해라..  성실하게 많이 하는 것은 내가 창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