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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y 31. 2023

오타니의 만다라트에서 발견한 두 가지 심리학적 통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야구선수, 투타겸업이라는 놀라운 도전으로 메이저리그와 세계를 제패한 월드챔피언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타고난 실력에 성실성, 뛰어난 외모에 겸손함과 부드러움, WBC에서 보여준 리더십 등으로 그는 일본을 떠나 온 야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영웅이다.


이런 그의 유명세에 덩달아 같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그가 고교시절 작성했다는 만다라트이다.


3*3 매트릭스 정가운데 자신의 최종 목표를 적고 주변 8칸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를 작성한다.  

이후  8가지 분야 단어들은 다시 주변에 이미 만들어진 8개의 3*3 매트릭스의 가장 중앙에 각각 하나씩 옮긴다.


그러면 다시 그 분야의 단어 주변 8칸에는 각각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8가지를 채우고 이를 통해 결국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고전적인 목표설정 도구이다.  


오타니는 17세이던 고등학교 1학년,

프로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만다라트를 작성했다.

드래프트 1순위를 위해 가장 필요한 8가지는 제구, 구위, 스피드, 변화구, 몸만들기, 멘탈, 인간성, 운이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이도류 즉 투타겸업의 오타니가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조건으로 제구, 구위, 스피드, 변화구를 적었는데 이는 모두 투수로서의 조건일 뿐 타자로서의 갖춰야 할 조건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니는 애당초 프로에서 투타겸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일단 투수로서 드래프트 1순위 목표를 세우고,  타자로서도 1순위가 되기 위해 있어야 할 선제조건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내가 발견한 두 번째가 바로

 8개의 조건중 “운”이 있다는 것이었다.


엉뚱하면서도 흥미롭다.

운은 그냥 우연인데 이것이 노력한다고 좋아지는 것일까?


이런 나의 궁금증은 그가 작성한 운을 달성하기 위한 확장된 만다라트를 보면서 풀렸다.

오타니가 작성한 운을 얻기위해 작성한 행동들은 그의 깜짝 놀랄만한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지식을 보여준다. 

그는 운을 높이기 위한 8가지 행동으로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책 읽기, 응원받는 사람, 긍정적 사고, 물건을 소중히 쓰기 등을 작성한다.   

이러한 행동이 과연 오타니에게 운을 가져다 주었을까?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운에 대해서 가장 왕성하게 연구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운이 좋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무엇일까?라는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모았고 참가자들은 평소에 자신이 운이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운이 없는 사람인가의 경험을 토대로 행운인과 불운인으로 구별한다.

그리고 대상자들에게 신문을 나누어 주고 신문에 사진이 몇 개 있는지 세보라고 한다.


불운인은 평균 2분이 걸린 반면, 행운인들은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신문 2페이지 하단에

“그만 세도 됩니다. 이 신문에는 사진이 43장 실렸습니다.”라는 반페이지 크기의 안내문이 실려있던 것이다.


행운인은 천천히 전체를 조망하면서 신문을 넘겨 읽다 보니 대부분 그 안내문을 발견했고, 불운인들은 급하게 사진 찾기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실려있는 사진만 집중했던 것이다.  

여기서 행운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나온다. 바로 개방성이다.


타인에 대한, 경험에 대한, 대상에 대한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측면으로 폭을 넓혀 다양한 상황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운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를 먼저 하고, 심판에게 좋은 태도를 바이고, 긍정적 사고를 하고, 쓰레기를 줍는다.. 이것은 모두 삶에 개방성이 큰 사람들의 태도와 특징이다.


실제 최고의 슈퍼스타인 그가 요즘도 운동장의 쓰레기를 줍고, 상금으로 받은 금액을 락커룸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모습은 바로 꾸준히 개방성을 높여 운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로 인하여 성장시킨 그의 운이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광운대학교 이병관, 이국희 교수의 실험을 보면,

실험 참가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를 살인한 사건을 제시하면서 범인을 찾을 수 있는 97개의 단서를 제공한다.


행운을 경험했던 학생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단서에 포함하도록 노력했고, 불운을 경험한 대학원 생 들은 보다 적은 수의 정보만을 단서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행운의 경험은 맥락과 정황까지의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추론하려고 하지만

불운의 경험은 추론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건과 대상만 압축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결국 행운은 위험에 대한 수용력을 증가시켜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는 노력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불운은 위험에 대한 수용력을 감소시켜, 다양한 위험을 극복하는 노력거부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타니가 프로에서 투타겸업을 선언하자 미즈노의 삼진왕 출신 나리세 마쓰무는  부상 위험성과 경기력 저하를 지적하면서 멈춰줄 것을 공개 요구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투타분업이 되었고 투수에서 다시 선발, 릴리프, 마무리, 패전조, 필승조 등으로 분류되어 분업화되고 있는 현대 야구에 역행하는 흐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는 이미 축적된 행운의 경험이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을 겁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투타겸업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 행운은 막연히,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개방성을 넓히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쌓아온 것이기에 더욱 과학적이고 값진 증거였다.  


정리해 보자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에 왜 투수의 조건만 있고 타자는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뜬금없이 운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일단 투수로서의 역량에 집중하면서 조건을 갖추었고, 투타겸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을 하게하는 마인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투타겸업 이전에 개방성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으로 행운의 경험을 많이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정도 였을 때 과감하게 투타겸업을 선언하여 오늘날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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