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따라가기
허버트 바이어
바이어는 1925년 유니버셜이라는 알파벳 글꼴을 디자인하였다.
이 글꼴은 켈리그래피식 타이포그래피 전통을 무시하고 디자인되었다.
제도를 통해서 기하하적 형태를 그려 최대한 단순화된 글자 모양을 만들어내었다.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허버트 바이어는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일대 혁명을 일으켜 보고자 평생토록 노력한 인물이다.
그리고 유니버셜은 이 여정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의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이 '실체와 구조는 무시한 채, 그저 취향에 따라 변하는 사탕발림'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경멸하며
그래픽 디자이너는 외형을 넘어서 '심층적인 타이포그래피를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최근 수십 년간 새로움이라곤 눈곱만큼도 볼 수 없었던 상황?
나올 건 이제다 나온 상황? 아니면 억지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려 발버둥 쳐봤자
결국 겉모양만 살짝 바뀔 뿐인 상황?
이 시점에서 우리는 1920년대 활약한 진보적 타이포그래퍼들이 펼쳤던 주장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타이포그래피는 말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사람들은
타이포그래피 자체로 형태적인 표현이 가능함을 발견했다.
타이포그래퍼는 타이포그래피 요소를 새롭게 개발한다면 더욱 심도 깊은 시각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920년대 진보적 타이포그래퍼는 색조와 명암이 이루는 긴장감과 대비 감을 타이포그래피에 활용하였고, 이를
가리켜 명확성, 간결성, 정확성이라고 정의했다.
유행은 깊은 실체와 구조는 무시한 채 그저 취향에 따라 변하는 사탕발림 같은 것이다.
타이포그래피를 전체적으로 혁신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일단 타이포그래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음 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
a. 정신생리학적 근거에 입각한 감각 기관의 주조적 연구
b. 새로운 알파벳
c. 타이포그래피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운 형태
사람들은 많이 읽을수록 적게 본다. 사람들의 눈은 시각 매체에 둘러싸여 금세 무뎌졌다.
지금처럼 읽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넘쳐나는 때에는 읽는 훈련이 활성화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안겨줄 새로운 표현법이 절실하다.
글을 읽는데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 신경계 에너지의 25퍼센트를 넘게 차지한다.
깨어있는 동안 눈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한 단어를 읽을 때마다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눈을 깜박이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데도 많은 근력을 소모해야 한다.
수정체 근육을 움직여서 초점을 맞추는 데는 더 많은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은 글을 읽으면서
금방 피로를 느낀다. 현재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타이포그래피 방식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짧은 기간 내에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보편적 의사소통
서로 다른 말을 서로 통하게 하는 보편적인 시각적 표기를 반드시 새발 해야 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일은 예술분야에서 맡아야 할 임무이다.
그리고 과학자는 예술가를 도와 시각적인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책은 오랫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역동적인 페이지 구성 방식, 국경을 초월한 소통 수단인 이미지의 사용은
소통 가능성을 한층 넓혔다. 그림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시작하자마자 큰 성과를 거뒀다.
책에서 글과 그림을 하나로 묶어 표현하는 방법이 태동 중이다. 이 시도는 앞으로 등장할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인 표현법을
개발하는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사각형 도표
글을 보통 가로로 길게 쓰인다. 그러나 내용을 그리고 전달할 때 반드시 이러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법은 없다.
쉽게 읽을 수 있다면 문장을 세로로 쓰거나 다른 방식으로 배치해도 아무 상관없다.
이 현상은 사람이 글을 읽을 때 낱낱의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단어와 구절 단위로 묶어서 읽는 다른 이론을 증명한다.
타이포그래퍼는 이를 사용해 새로운 조판 방식을 연구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