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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롱 Jan 15. 2023

동지를 지나다1

 집 근처 카페에 가면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창을 마주 보고 있는 그 자리는 작은 놀이터가 있는 공원 전체와 그 경계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나무들이 한눈에 잘 보인다. 창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겨울의 추위를 온몸으로 나타내고 있다. 며칠 전 동지가 지났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데 이 날을 기준으로 낮이 길어진다.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시간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겨울이 되면 아침잠이 많아진다.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도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에는 그 시각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힘든다. 그래서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고 겨울이 되면 괜히 몸이 피곤해지는 내게는 24 절기 중 마지막인 동지가 반갑다. 동지가 지나면 낮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따뜻한 봄이 된다.  

『생각과 논리의 역사』(윤종걸, 한울아카데미, 2022)를 읽고 있다. 과학과 철학의 역사를 과학자의 눈으로 풀어낸 책이다. 보통의 역사책과 다른 점은 과학사적으로 의미있는 발견, 발명이 글의 중심이다. 그 발명과 발견 과정과 중요한 인물에 대한 업적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자연철학의 발생 과정, 유럽 중세의 암흑기, 이웃하고 있는 아랍 문명과의 과학 교류 등 평소 읽던 세계사와는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물론 한 왕조의 성쇠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것이 과학사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끼쳤는지도 나온다. 

 역사책을 읽으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과 강력한 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체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쌓여가고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 때문에 사라진다. 그리고 뒤를 이어 새로운 사고와 체제를 갖춘 나라가 나타나서 쌓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문명은 발전한다. 과학철학자 토마스 새무얼 쿤(1922~1996, 미국)은 패러다임을 ‘특정 시대 사람들의 인식 체계, 즉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방법, 공유된 지식의 집합체’라고 정의하고 정상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들이 계속해서 누적되면 결국 위기를 맞게 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지식과 삶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성공적이고 평온한 삶을 누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과 문화, 사고방식, 그리고 삶의 방식이 자신도 모르게 바뀌어 가는데 오히려 갇힌 사고와 오만함과 고집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보하게 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성공과 평온한 삶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를 아예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몇 일간의 긴 생각 끝에 새해 삶의 기준 5가지를 정했다. 용기 · 지혜 · 자유 · 겸손 · 정성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이 다섯 가지를 결정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5가지를 다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3가지 이상은 만족하는 결정과 행동을 해야겠다.   -<2>에서 계속-


          

* 윤종걸, 『생각과 논리의 역사』(한울아카데미, 2022년, p205)

** 최진석,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북루덴스, 2021년,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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