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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Oct 14. 2020

생일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날...

나는 사계 중 가장 좋은 계절 가을에 태어났다.

어렸을 적엔 생일이면 엄마가 수수팥떡을 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맛난 음식들과 함께 온 식구가 둘러앉아 생일을 축하했었다. 7남매와 부모님, 할머니. 우리 식구는 기본이 항상 10명이었다.

자식이 일곱이나 되니 아버지는 “자식 많은데 같은 날 태어나면 좋겠다.”라고 하셨는데 동생이 2년 차이로 같은 날 태어나서 음력으로는 동생과 생일이 같다.

우리는 연말에 새해 캘린더를 받으면 빨간 색연필로 생일 날짜에 동그라미를 크게 쳐놓곤 했었다. 점심때는 아버지 직장으로 달려가 자장면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 생일날의 일과였다.     


지난주 생일을 맞이했다. 

미역국은 기본이고 잡채, 불고기, 김밥만 있으면 행복한 하루이다. 마침 여고 동창생이 점심을 쏜다기에 화우들과 함께 돼지갈비를 먹고 후식으로는 팥빙수를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행복한 하루였다.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며 풍요하지 못한 시대에 살며 많은 식구 건사하시느라 애쓰신 부모님을 잠시 떠올려보았다. 일곱 남매 모두 공평하게 사랑을 나누어 주시고 공부시켜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그런 부모님 밑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싶다. 

부모님의 헤어짐이나 폭력으로 인해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로서는 이해불가의 대목이지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질이 풍요로워진 요즘에도 매스컴에서 만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모님은 우리에게 바른 교육을 시켜주셨다.

남의 흉보지 마라, 그것이 돌아 나에게로 온다. 거짓말하지 마라. 옆구리에 칼이 들어온다고 해도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마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실천해야 한다는 말이다.

필요에 따라 이 말 저 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 교육받아온 것과 다른 현실을 만날 때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왜 다른 부모들은 우리 부모처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을까? 모든 것은 첫 배움, 가정에서의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또다시 느낀다.     

어렸을 때는 생일이면 맛난 것을 먹고 예쁜 새 옷을 입는 날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한 생명을 잉태해서 세상에 내놓아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코로나로 건너뛴 올해의 성묘로 부모님 계신 그곳이 무척 궁금하다. 공원묘지이니 관리인이 알아서 해주겠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찾아 뵐 수 있으면 좋겠다. 하여 바람도 햇볕도 적당한 이 계절, 가을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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