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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했다 7

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브랜드를 만들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할까 가 가장 큰 고민이겠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 우리 사업을 알릴까?” 혹은 “어떻게 고객을 유치할까?”와 같이 영업과 마케팅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대기업이 수억 원의 광고를 집행해도 알려지지 않고 사라지는 제품과 브랜드도 많은데 과연 소자본 창업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브랜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브랜드를 정할 때 단어 자체의 어감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상품을 알리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왜 향초라는 상품을 사람들이 구매할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접근하였다. 


특별한 날 분위기를 내거나 자신의 생활공간에 은은한 향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향초를 구매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에 사치품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향초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우리의 향초를 사용하면서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우리 상품의 콘셉트가 되었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단어들을 며칠 동안 생각해보고 주욱 나열하고 그중 발음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운 단어를 골라보았다. 그리고 선별된 단어들을 프린트해서 향초 혹은 포장재에 배치해보면서 가장 보기 좋은 단어를 선택하였다. 


정해진 브랜드를 사용해서 명함을 만들었다. 대표이사 혹은 CEO라는 직함은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아내는 ‘향초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이름 뒤에 넣었다. 아내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라는 의미로 ‘영업이사’라는 직함을 새겨서 명함을 만들어 주었다. 아내와 나의 명함을 만들고 나니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아직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내도 당당히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명함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를 알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처음에 생각한 방법은 브로셔를 제작해서 아파트 단지에 배포하거나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것이었다. 어디에서 나눠주면 좋을지 그리고 어떤 아파트 단지에 부착할지 얼마나 제작해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탐방했다. 브로셔를 발품을 팔아가며 모든 동호수에 부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복도식이 아니라 계단식이었고 입주민 방문이 아니면 아파트 안에 들어가기 조차 어려웠다. 


효과 없는 브로셔를 없애고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효과적인 고객과의 연결 채널을 제공하자는 것이 ‘배달의 민족’ 창업의 목적이었다고 한다. 사실 인쇄비에 배포하기 위한 인건비만 해도 상당한 투자일 텐데 나만해도 아파트 문 앞에 부착된 브로셔나 그리고 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거의 보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략 우리 집 주변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3천 가구에 브로셔를 뿌리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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