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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상품 Oct 06. 2020

작은 다육이 하나가 주는 변화

5월의 어느 날, 작은 화분을 샀다.


꽃다발을 사기엔 금방 시들어 버릴 거 같아 아쉬웠고, 그렇다고 조화를 사기엔 감동이 없을 것 같았다.


 내가 고른 화분은 세 개가 세트인 다육이였는데 하나는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하트 모양이고, 하나는 잎사귀가 풍성하게 퍼져있는 장미꽃 모양이고, 나머지 하나는 분홍색 꽃망울이 툭 튀어나와있는 조약돌 모양이었다. 어딘가 허전해 화분 가운데에 비누꽃 몇 송이를 끼워 놓으니 알록달록한 것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먼지만 쌓여가던 창가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작은 다육이 세 개가 내 방에 제법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아침에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 때나 퇴근 후 방문을 열 때,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도 다육이가 되었다.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창문 앞에 앉아 향기가 거의 날아가버린 비누꽃에 코를 갖다 대는 습관도 생겼다.


 다육이는 햇빛을 너무 많이 봐도, 너무 적게 봐도 안된다기에 하루 걸러 자리를 옮겨주었다. 2주에 한 번씩 물을 줘야 해서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물을 주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엔 추워서 시들어버리지 않을까 화장대 위로 화분을 옮겨 두었다. 다육이는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 하지만 초등학생 때 반 친구들 모두의 우유갑에 강낭콩이 무럭무럭 자랄 때 새끼손톱만 한 싹 하나 못 트여본 나로서는 내 손에서 안 죽고 잘 자라는 다육이가 기특하고 신기했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탓에 급히 준비를 하다 드라이기를 화장대 위로 던졌다. 그 바람에 화분이 떨어져 흙과 다육이가 바닥에 엎어졌다. 화분을 주워 다시 담으려고 했지만 흙 사이로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조그만 벌레들이 징그러워 청소기로 밀어버리고 다육이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퇴근 후 방에 들어오니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기분이 쓸쓸했다. 손바닥만 한 화분 하나 없어졌다고 이토록 허전해지니. 그깟 벌레가 뭐라고 무서워한 것도 후회되고 조심성 없이 드라이기를 던진 것도 후회되고 아침에 늦잠을 잔 것도 후회됐다. 손이 잘 안 닿는 곳에 둘걸 정신없는 화장대 위에 다육이를 놓은 것도 후회됐다.


겨우 몇 달 함께한 다육이를 보내는 게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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