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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Jan 30. 2022

1. 그렇게 임신이 됐다.


※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1. 그렇게 임신이 됐다.

http://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hungsauce&logNo=222056641291&navType=bg


나와 남편은 노르웨이에서 미리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한국에서 할 결혼식이 조금은 귀찮기도 했고, 외국에 사는 나의 결혼식에 많은 사람이 올 것 같지도 않았으며, 누군가를 부르기에도 미안했으며, 허례허식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강경하셨다.


나는 우리 집의 첫째 딸이었고, 엄마는 국제결혼을 하는 딸을 위해 "그럴듯한 결혼식"을 치르게 해주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혼인신고 한 지, 무려 3년이 지난 2019년 4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한국과 노르웨이의 가족과 친한 지인들만 모시고 진행한 스몰 웨딩

결혼식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잘 치러졌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식"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이었고, 나와 남편을 위해 모여준 한국과 노르웨이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에게 큰 감사를 안겨주었다.


식을 무사히 잘 치르고, 한국에서 남은 일정을 보내고 있는 내게, 엄마가 넌지시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 노르웨이에서 정착도 잘했고,
식도 치렀으니, 슬슬 아기를 가질 생각을 해야지?


나의 직설적인 화법은 분명 우리 엄마를 닮았다.

엄마는 아마 결혼식이라는 이 대사가  끝나길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나와 남편도

주변에서 임신 계획을 물어올 때면,


Project 2020


이라고, 2020년에 출산을 막연하게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던 터였다.


5월,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돌아오고 나서 우리는 임신과 출산 계획을 세웠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임신은 계획하면 바로 되는 줄 알았던, 나의 안일한 생각은 다달이 임신이 되지 않을 때마다,

점점 더 걱정으로 다가왔다.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세 달째 실패하자, 나는 조바심이 났다.

혹시 우리 둘 중 누구 하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배란이 되기는 하는 건지, 착상이란 것은 될 때 느낌이란 게 있는 건지.

달을 거듭할수록, 나의 집착은 더 심해졌고, 점점 더 많은 "요법"에 기대기 시작했다.


배테기, 배란일, 영양제


온갖, 임신이 잘 된다는 방법은 다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임신과 출산 관련 커뮤니티에 거의 매일 들어가면서 온갖 축약어들을 배워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정 안되면 한국에서 난임 검사를 받자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나는 겨울, 한국에 가서 어떤 병원에서 어떤 교수님한테 어떤 검사를 받을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내가 욕심을 부려 받은 프로젝트로 하루하루 허덕이는 나날이었다.

거기에 임신까지 안 되니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지만, 10월 초 프로젝트의 종료와 함께 나는 심신의 고됨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다.


심신이 편해지자, 여행 생각이 났다.

남편과 나는 짧게 덴마크로 주말 동안 드라이빙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덴마크까지 차로 페리로 무려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스트레스도 풀고, 소원하던 KFC(?)도 먹으며 실컷 힐링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고 다음 주,

어쩐지 몸이 안 좋아, 생리 전 증후군이라 직감하고 있었다.

아랫배는 뻐근하고 묵직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생리는 시작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아, 내가 아직도 일말의 임신을 기대하고 있는가?
내 눈으로 임테기의 한 줄을 봐야 뇌가 각성하고 생리를 하려는가?



생각이 이렇게 번뜩 들어, 한국에서 상자 째 잔뜩 사둔 임테기를 꺼내 들었다.


그랬는데........


두 줄?
처음 본 임테기의 두 줄, 믿을 수 없어서 앉은자리에서 두 개를 했다.

이미 임신과 출산을 겪은 친구들의 단톡 방에 사진을 보냈다.

친구들은 빼도 박도 않고 임신이라고 단언했다.

확고한 딸 맘, 아셋 맘, 아둘맘들의 장담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임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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