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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Jan 30. 2022

3. 숙취인 듯 숙취 아닌 숙취 같은 입덧

임신 초기 8-11주

  글은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3. 숙취인  숙취 아닌 숙취 같은 입덧 

http://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hungsauce&logNo=222069367429&navType=bg


8 차에 접어들면서 입덧이 시작됐다.


임신 전, 입덧에 대한 상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갑자기 냄새를 맡고 '우욱'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그런, 단편이 떠올랐다.


그러나, 막상 겪고 보니, 입덧은 상상초월의 것이었다.


입덧에는


토를 하는 토덧, 먹어야 속이 편안해지는 먹덧, 양치만 하면 토를 하는 양치 덧 등등 임산부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온다고 했다.


나의 경우 식사는 대체로 무리 없이 했으나, 어느 순간 갑자기 분수토를 하는 입덧이었다.


먹을 수 있는 음식, 먹고 싶은 음식도 한정적이었다.


입덧이 시작하기 전에,

어쩐지 나는 임신의 시작과 동시에 한국 음식이 엄청 먹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시아마트에 가서 김치며 한국 반찬 등을 잔뜩 사서 냉장고에 넣어놨더랬다.


그랬는데, 웬일....

한국 음식은커녕, 냉장고 문만 열면 나는 오만 한국음식 냄새에 몇 번을 토를 하러 달려갔다.

생전 밥 하는 냄새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밥 짓는 냄새에도 속이 안 좋아 화장실로 달려갔다.


엄마는 이런 나를 두고,


누가 노르웨이 아기 아니랄까 봐

라는 웃픈 이야기를 하며 나를 위로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한국 임산부들도 밥 짓는 냄새에 괴로워한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아시아 음식은 인스턴트 쌀국수만 입에 넘어갔고,

오히려 평소에는 잘 즐기지 않던 양식을 잘 먹었다.

그리고 생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던 메뉴들이 떠올라 남편을 괴롭혔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 노르웨이식 생선 수프, 스페인식 소꼬리찜 등


메뉴도 너무나 다양하고 천차만별이었다.

이 메뉴를 매번 소화하느라 남편도 어지간히 고생을 했다.


내게 입덧은 마치,

전날 맥주, 와인, 위스키를 섞어서 마셔 숙취가 장난 아닌데,
숙취 해소를 할 틈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


이었다.

거기다 이 숙취는 하루 만에 가시는 것이 아니라, 몇 날 며칠을 나를 따라다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하다가 속이 울렁거려서 그 자리에 엎드려야 했고,

미팅을 가서도 뜬금없이 입덧이 쏠려서 클라이언트의 사무실 소파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간헐적으로 출혈까지 지속되면서

대체 나의 임신은 어떤지 걱정과 근심을 안고 살았다.


10주 차에 사설 산부인과를 한 번 더 찾았다.


의사는 나의 자궁근종도 봐주고

아기의 상태도 봐주었다.


두 번째로 받은 초음파 사진. 이때가 그 귀엽다는 젤리 곰 단계


10주의 아기는 고작 3.3cm였는데, 심장이 우렁차게 뛰고 있었다.

심장박동수는 188 bpm으로 성인 기준으로 하면 굉장히 빠른 편이지만, 태아의 기준으로 하면 정상 박동수라고 했다.


근종과 다른 위치에 아기집이 자리 잡아 아기가 크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 했다.


입덧으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입덧으로 고생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내 안에 있는 이 3센티짜리 작은 생명이, 자기 존재를 주장하느라 내게 입덧이 생겼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입덧이 견딜만했단 소리는 절. 대. 아니다.


나의 입덧은 8주쯤에 시작해서 14주까지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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