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 16-19주 (1), 지옥의 근종통
※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5. 입덧이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지어다.(Feat. 근종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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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던 입덧이 15주쯤 되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입맛도 너무나 완연하게 돌아왔다.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의 집에서 국수도 얻어먹고, 김치도 먹으며,
'아, 그래 이것이 한국의 맛이지.' 하며 행복해했었다.
17주 차에, 약속을 잡아두었던 미드와이프(Jordmor)를 만났다.
미드와이프는, 임산부의 임신 전반을 함께 하며, 세심하게 임산부의 임신 생활을 관리해준다.
미드와이프와의 만남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오랜 기간 여러 산모들을 만나와서인지, 산모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임신카드를 보며, 꼼꼼하게 상담을 이어갔다.
이 상담에는, 나의 건강상태를 포함해 나와 남편의 신상, 학력, 직업 등은 물론이고, 나와 남편이 어떻게 만났는지 등의 배경을 물어보는 질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드와이프는 이를 두고, 앞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부모인지, 혹은 행정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가늠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의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에너지가 뱃속의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할 것을 격려해주었다.
입덧이 막 끝나고 입맛이 돌아와 있던 터라, 나의 행복지수는 100%에 도달해 있었으니, 그녀가 나를 그렇게 좋게 봐주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앞으로 닥칠 일은 생각도 못한 채, 행복하기만 했으니까.
미드와이프를 만나고 온 주의 주말이었다.
나는 금요일 저녁, 클라이언트의 초대로 부부 동반 오마카세를 대접받고 왔다.
입덧도 끝났겠다, 모처럼 컨디션도 올라왔겠다,
친한 클라이언트 부부와 우리 부부가 모두 함께 어우러져 한껏 프라이빗한 저녁 식사를 밤늦도록 즐겼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친 그다음 날 새벽,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새벽 4시, 왼쪽 아랫배가 미친 듯이 아파와서 잠에서 깼다.
이 생경한 고통에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근종통이구나!
근종통이 있을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아프다는 것은 몰랐던 나이기에,
인터넷을 찾아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아침에 남편에게 아무래도 근종통이 온 것 같다고 알렸지만, 남편이 안다고 해서 내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응급실에 전화해보자고 했지만, 나는 선뜻 응급실에 전화를 걸기 싫었다.
분명
피가 흥건하지 않으면 오지 마.
등의 안이한 대답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꼬박 한나절을 버텼다.
통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 와중에 잠은 쏟아져서 땀을 비질비질 쏟으며 낮잠까지 잤다.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 저녁을 먹을 수 없었다.
이제 통증은 앉아도 아프고, 서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무엇을 해도 아팠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은 본인 스스로 못 참겠던지,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응급실 담당 간호사는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녀에게 지금 내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표현했다.
그녀가 고통의 지수가 1부터 10까지라고 할 때, 내 고통은 어느 정도냐고 물어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11이요.
그녀는 그 외에도 몇 가지 내 증상을 묻더니, 주차에 있을 수 있는 근종통이기는 하지만, 자궁이 조기 수축이 올 경우 등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내원하라고 권했다.
응급실에서 처음 들은 내원하란 소리에, 남편과 나는 허겁지겁 응급실에 갔다.
살면서 응급실을 가본 적은 없지만, 내 생애 노르웨이에서 이렇게 대기 시간 없이 의사를 바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응급실의 의사가 나를 간단하게 진찰하고 문진을 했다.
근종통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내 배를 만져보던 의사가 이유를 알았다며 말했다.
아무래도, 근종이 전에 기록된 것보다 크기가 커졌나 봐.
이렇게 손으로 만지면 바로 만져지네.
지금 주수면 자궁의 혈류가 태반 있는 쪽으로 집중이 되어서 근종이 영양 섭취가 안되면서 스스로 수축을 일으키면서 나온 통증인 거 같아.
가장 정확한 것은 산부인과에서 보는 거니까, 지금 소견서를 써줄게,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보고 가렴.
그렇게 밖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응급실 의사가 바로 소견서를 준비해주어 우리는 산부인과 병동으로 바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잠시 대기한 후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임산부 카드와 응급실 의사의 소견서를 본 의사는, 나에게 아팠겠다며 지금은 어떤지 문진을 해왔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의사는 초음파를 한 번 보는 것이 좋겠다며 초음파를 진행했다.
초음파로 근종 쪽을 살펴보던 의사는 말했다.
근종이 전에 기록에는 3cm, 5cm라고 되어있는데, 지금은 7cm, 6cm로 커졌네. 이건 임신 중에 호르몬 때문에 커진거였고, 지금부터는 커지면 안 되는 시기라 추적검사가 필요할 거야.
이제 혈류가 근종 쪽으로 안 가기 때문에, 수축이 강하게 오면서 지금처럼 근종 통이 있는 거고, 할 수 있는 건 진통제를 먹으면서 근종통이 잠잠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통증이 있을 때는 참지 말고, 진통제를 먹는 것이, 조기 자궁수축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것도 강조해주었다.
18주 차에 원래 예정되어있던 정밀 초음파가 잡혀있었기 때문에, 의사는 소견서를 남겨두었으니 18주 차에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서 추적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하라고 해줬다.
그 자리에서 진통제를 하나 받고 바로 복용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한 통 사고, 우리는 그제야 늦은 저녁을 했다.
둘 다 기진맥진 해 있었기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 들러 햄버거를 샀다.
저녁 9시였다.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