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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Mar 07. 2024

서울에서 스타방에르까지(fra SEL til SVG)

이것이 그 엄청난 프로젝트의 서막


2021년 육아휴직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그동안 나의 오랜 파트너였던 P의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디지털 이벤트 마켓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이벤트를 준비하는 오거나이저들과 다양한 이벤트 산업계의 서플라이어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23년 1월. 우리 회사는 스타방에르 시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된 적이 있다. 영국 에버딘의 비슷한 산업군의 회사들과 함께 워크숍을 가지는 사업이었다. 그때 전체 워크숍의 마무리 단계에서 각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문화 이벤트를 피칭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때 우리가 준비했던 것이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개최하는 첫 번째 한국 문화 페스티벌이었다. 


왜 한국 문화 페스티벌이어야 했는가에는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라서기도 하지만, 이 회사의 사장인 P가 한국 입양인인 것도 큰 요인이었다. 다만 이 뿌리가 같다는 요인만으로 이 페스티벌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사담의 많은 부분이 한국과 관련되었던 것이 우리의 브레인스토밍을 한국 문화 페스티벌까지 이끄는 데도 주효한 역할을 했다.


그렇게 재밌게 워크숍이 마무리되었고, 마침 연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원 사업과 워크숍에 대해 설명했다. 그때 이사회에서는 이런 페스티벌을 우리 회사가 주최가 되어 직접 개최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사회에서는 코로나와 경기침체로 연이어 이벤트 산업계가 너무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본체가 디지털 플랫폼 회사지만 의미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면서 서플라이어들에게 로열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 생각했다. 


워크숍을 할 때 피칭용으로 만든 이 프로젝트는 내 안의 "한국인" 자아가 훨씬 크게 작용했다면, 이사회의 반응을 듣고 난 후의 내 리액션은 내 안의 "직장인" 자아가 훨씬 크게 작용했다. 


마음속으로는 "그걸 우리가? 지금? 굳이? 진짜로 하자고?"라는 소리가 비행기 소음 데시벨만큼 크게 울렸다.  (물론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또 누구인가? 노르웨이에 N년째 살았지만 뼛속까지 한국인 아닌가? 일단 이게 정말 아닌 사업으로 보이더라도 위에서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면 합당하게 접을 수 있는 요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까라면 까보자"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이 프로젝트의 현실화에 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 막상 이 프로젝트에 임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더구나 이사회 의장과 사장이 "만약 이런 한국 관련 행사가 생긴다면, 그걸 네가 하지 않는다면,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었던 워딩이 생각나면서 갑자기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워크숍에서 나왔던 피칭용 페스티벌이 진짜로 실행에 옮겨지게 되었다. 


페스티벌을 본격적으로 열게 되면서 이 페스티벌의 네이밍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처음 페스티벌 기획안의 첫 장

나는 어떤 프로젝트든 사업이든, 어떻게 네이밍을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프로젝트의 네이밍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이번 프로젝트도, 마음속으로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 막상 시작되니 네이밍에 골몰하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아, 이미 나는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이왕 진심으로 시작한 거,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더 마음을 썼다. 


여러 가지 네이밍 후보가 있었지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은 '서울에서 스타방에르까지'라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냥 "From Seoul to Stavanger"라고 쓰기보다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서울과 스타방에르의 이름을 항공코드인 SEL과 SVG로 바꾸었다. 그리고 노르웨이어로 from과 to를 바꿔 페스티벌의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fra SEL til 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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