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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Mar 21. 2024

그래, 기획은 내가 할게, 돈은 누가 낼래?

'fra SEL til SVG' 한국 문화 페스티벌 기획 단계

자, 이 페스티벌을 진짜로 하게 생겼으니, 기획을 해보자.

기획안 찍어내는(?) 것이 내 주요한 업무 중에 하나인데, 이번 기획안은 빚어낸다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나는 주로 기획안을 찍어낸다.

찍어낸다 함은, 내가 주로 선호하는 포맷을 이미 골라 갖추어둔 상태에서, 주요 콘텐츠들에 맞춰서 만든다는 뜻이다. 프로젝트 콘텐츠를 짤 때는 정말 머리가 아프지만, 포맷을 갖춰둔 상태라면 사실, 아이데이션만 잘 끝냈다면 기획안이 마치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다다다- 진행되기 때문에 '찍어낸다'라는 표현이 늘 적절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페스티벌의 기획안은 조금 달랐다. 

이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마이너스 사업이었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게 달랐다. 그리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들을 들고, 우리 지역 내 서플라이어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그려보아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기획안 한 장 한 장을 마치 도자기 빚어내듯 섬세하게 써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앞으로 쌓일 수많은 난관들이 눈에 훤히 그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잘해보자'라던 마음가짐이 하루에도 막막함으로 열두 번씩 롤러코스터를 탔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브레인스토밍 워크숍을 몇 번을 가졌는지 모른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보면 뭐 하는가. 어차피 해야 되는 거, 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페스티벌을 그려보자. 


1. 한국 뮤지션도 데려와 콘서트도 하나 하고

2. 한국 영화도 몇 편 연이어 상영해 보고

3. 한국 문학의 정수를 선보이기 위해 작가님도 한 분 섭외하고

4. 노르웨이 사람들한테 정말 맛있는 한식으로 맛쭐(?) 좀 내주고

5. 한국 현대 미술 작품도 공수해서 전시회로 좀 압도도 해보고 

6. 현대, 기아, 삼성, 엘지 등등 굴지의 대기업이 쇼케이스도 열고


.........?


....... 그림을 그려보는데 이거.... 못하겠는데? 싶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인데, 스케일은 우리 기준 블록버스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페스티벌의 모습을 써 내려가고 보니,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뚱맞은 객기가 생겨버렸다. 


그러더니 눈이 뒤집혀서는(?) 마치 예산 범위가 허락하는 것 마냥, 뮤지션을 데려온다면 누굴 데려오고 싶은지, 영화는 뭐를 상영하지 따위의 엄청난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 보니, 이걸 어떻게든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압도해버려 예산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기획안에 콘텐츠를 하나하나 꾸려가기 시작해 버린 것이다. 


그러더니 진짜로 버킷리스트 같은 페스티벌 프로그램(가안)이 꾸려져 버렸다.


그렇게 프로그램 기획안을 보고 있자니 너무 흐뭇했다. 

물론 기획안은 기획안에서만 머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기획안은 모름지기 실현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만들어낸 기획안은 사실 지금 놓고 보면 현실 가능성이 거의 적었다. 

일단 우리 회사에서 지난해 미리 정해둔 마케팅 집행 예산에 이 모든 예산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로 베이스'에서 이 행사를 진행해야 된다는 소리였다.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기획안을 들고나서 웃기게도 자신감이 들었다고 하면, 객기일까?

기획안은 완성이 되었고, 쓸 수 있는 예산은 없고. 


그렇다면 이제 이 기획안을 현실화시켜줄 협업 파트너, 스폰서를 찾아야 할 때였다. 

작은 규모의 회사는 언제나 투자에 목마르다. 우리도 지금까지 오면서 몇 번의 투자 단계를 거쳤고, 얼마나 힘들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왔었는지 모른다. 


그때의 그 절실함을 녹아내어 파트너, 스폰서 기업들을 추려나갔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냐면?

 이걸 해냈네?


결과만 두고 보니 몇 줄 안 되지만, 정말 이 우여곡절은 눈물 없이 들을 수가 없다. 

많은 거절 메일과 실패들이 우릴 롤러코스터를 타게 했다. 

롤러코스터 탄 이야기는 다음 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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