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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육펜스 May 25. 2024

<리뷰> 사상검증구역:더 커뮤니티

오랜만에 예능방송 시청 중.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두뇌나 피지컬을 이용해 

끝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는 승자독식구조가 전형적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조금 다르다. 

최대한 많은 상금을 축적하고 

마지막까지 생존해야하는 것은 같지만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평화롭고 안전한 공동체는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사상검증구역>엔 

정치, 젠더, 계급 등에 있어 다양한 성향을 가진 남녀가 출연한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 청년 정치인부터 

여상단체 활동가, 변호사, 전직군인, 래퍼, 유튜버 등

직업군은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다분히 의도적으로 엘리트 계층을 

주요 출연자로 배치했고,  

그러다보니 이 집단의 성향은 

당연히 이성과 합리가 강하고 

맹목적인 생존본능이나 개인적인 이기심은 지양하는,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각기 다른 12명의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초반부터 공존과 평화라는 가치에 집중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간혹 조금 결이 다른 출연자들이 있긴 하나 

(래퍼, 전직군인, 배우) 

'야생' '무정부' '원시공동체'와 비슷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달리 

나름의 '법'과 '규칙'이 어느 정도 형성돼있는

 '사회'에서 시작되는 프로그램이라 

그들이 대놓고 이기심이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보고 있으면 마치 작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다. 

이 공동체에선 다양한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리더를 맡는데 

종국에는 국민의 힘과 민주당 청년 정치인 둘이서

종신리더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친다. 


이 둘이 보여주는 모습이 흥미로운데

국민의 힘은 딱 국민의 힘 스럽고 민주당은 딱 민주당스럽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계층도 

현실과 맞닿아지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다. 


다만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출연자들이 현실보다 프로그램에서 

조금 더 생존이라는 문제와 직면해있다는 점.

그래서 개인의 최대이익을 보장하는 지도자보다는 

공동체의 이익과 복지를 강조하는,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을 것 같은 

포용적인 지도자 (민주당)을 선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토피아를 꿈꿨던 공동체는 생존 앞에서 위태로워진다. 

구성원간의 의심이 짙어지고 내부에선 분열이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엘리트의 허위의식도 드러난다.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민주당 지도자는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부재라는 실망을 안겨주고,

(현실과 똑같이) 

공동체에는 하나, 둘 낙오자가 생기기 시작하며 

출연자들은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이기심을 드러낸다. 


그럼 그렇지...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다 함께 잘 살고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12명이라는 소집단이니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뭐 프로그램의 목적은 이 집단의 바닥을 보는 걸 테니까

절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도 

TV에서라도 그런 이상적인 사회를 볼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울적하기도...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출연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나도 답을 해보았는데 

2-30대엔 망설임없이 예스했던 것들인데 자꾸만 주저주저하게 됐다.


나는 변한 걸까 변화 발전한 걸까 조금은 헷갈렸다.

암튼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 나쁘지 않았다.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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