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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송 Jan 25. 2016

우리 셋 in Vancouver 3

세 번째 이야기: 자연스레 알게 되는 알려주지 않은 것들

사람 사는 곳은 그 어디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낸 짐들이 며칠 만에 도착을 하고 하나하나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보니 썰렁하던 집안도 제법 사람 사는 테가 난다. GPS를 구매해  이곳저곳을 시험 삼아 돌아다녀보는 우리 셋.

심지어 마트에 가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계산까지 마치고 나면 무슨 대단한 도전이라도

했던 것 마냥 뿌듯하기까지 하다. 씨익 잘 웃어주는 사람들에게 나도 같이 씨익 답 미소를 날리는

여유까지 부리며.



경험은  창조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반드시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


 

1. 층간 소음

그렇게 평온한 며칠을 보내던 중 터진

첫 번째 사건!!!

시차 적응도 덜된 상태에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피곤한 아이들에게 행여라도 누가 문 두들기면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만 12세 이상이면 집에 혼자 있어도 되는 나이라고 하니 누가 애들 집에 두고 나갔다고 신고는 안 하겠지) 학교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준비물 및 학용품을 사러 혼자  STAPLES라는 문방구(라고 하기엔 엄청 큰 이곳의 대표적인 사무용품, 문구 체인점)에 다녀와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1층에서 '띵'

어떤 백인 남자가 탄다.




'하이'

'하이, 근데 너 2층 땡땡호에 사니?'

'응, 어떻게 알았어?'

덜컥 신분을 밝 나니 갑자기 겁이 확..

아 무섭다..


'나, 너희 집 바로 아래층에 사는데 너네 집 너무

시끄러워. 소리도 크게 들리고.'

'엥? 우리 이사 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다 큰 애들이라 집에서 뛸 일도 없어.

좁아서 뛸 수도 없거니와!!'

어깨를 으쓱하며

'아, 몰라. 주의 좀 해줘.'

'그래서 너 지금 그거 말하려고

우리 집에 올라가는 중이었어?'

'응'


어머야.. 애들끼리 있는데 띵똥했었으면 애들 엄청 무서웠겠구나, 나랑 여기서 만난 게 천만다행..

'일단 알겠어, 주의할게.'


그렇게 돌려보내고 나니 신경질이 확.


그때부터 이사를 하기 전까지 일 년 동안

집에서는 완전  조심조심.

행여라도 삐걱, 쿵쿵 발소리가 날까

'1층 아저씨 올라 올라. 살살 다녀 좀 ㅠㅠ'


얼마 후 마주친 임신한 그의 젊은 부인.

어쩌고 저쩌고 우리 집에서 되게 조심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주절댔더니 화안 하게 웃으며

신경 쓰지 말란다.

나중에 귀여운 사내아이를 낳은 그 부인에게는

아기 옷을 선물해줬다. 남자는 좋은 건지 미안한

건지 반반씩 섞인 어색한 표정. 췟!!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 캐나다의 주거공간들은

웬만하면 소리가 나게 되어있는데

그걸 모르고 층간소음 분쟁 같은 게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해본 우리에겐 첫 번째 경험.




2. 교통 범칙금

운전 중 신호대기시간에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

거렸는데 저 앞에서 경찰이 불러 세운다.

최대한 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나 여기 온지 한 달도 안돼서 교통법규를 몰랐어. 한 번만 봐줘.'

'오, 그렇구나, 웰컴 투 캐나다야. 그래 그래.'

'앗싸. 그럼 그렇지. 갓 도착한 애송이에게 자비를 베풀겠지.'

잠시 뒤 돌아온 경찰 손에 들린 딱지. 무려 167불!!

얘네 뭐니. 괜히 구걸했네. 어우, 자존심 상해 ㅠㅠ


대부분의 교통범칙금은 티켓을 받고 2주일 전에

벌금을 내면 20퍼센트를 할인해준다.

눈물을 머금으며 분노를 억누르며 얼른 갖다 냈다.

운전만큼은 자신 있어서 별짓을 다하던 내가

그 이후로는 운전할 때는 절대 핸드폰은 쳐다보지도 않으니 수업료 냈다 생각해야겠지.



3. 공병 처리

알루미늄 캔, 유리병, 각종 주스 박스 등등.

한국에서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며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 구분하여 버리던 것들.

이곳에서는 이런 것들을 정해진 Bottle Depot라는 곳에 가져다주면 얼마의 돈을 환불받는다.

환불이라고 쓴 이유는 최초에 이런 것들을 구매할 때 recycle deposit (재활용 보증금)과 environmental fee (환경 부담금)라는 것이

별도 추가되어 계산이 되기 때문.

그것도 모르고 거의 두 달여를 열심히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었는데..

이웃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태 갖다 버린 내 얘기를 들으시더니 이분 농담처럼 '어쩐지 우리 콘도에 캔

주으러 오시는 분이 자주 눈에 띄더니만ㅎㅎ'


악!! 내 돈!!





4. 미술관, 영화관, 몇몇 음식점

일명, CHEAP TUESDAY'라고 불리는 매주 화요일은 미술관이나 영화관람비가 훨씬 저렴하다.

피자, 치킨 등 몇 음식점들도 화요일에 한해

가격을 인하하는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왜 화요일인 건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왜 그런 건지 질문드렸던 몇몇 캐내디언들도 이유를 정확히 모르신다고 하신다.)

아무튼지간에 꿀팁.



5. 몇 가지의 교통법규

*STOP:

이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지나가는 차가 없다고

해도 무조건 멈춰야 한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센 후 출발.


*ALL WAY, 4 WAY, 3 WAY:

이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일단 멈춘 후

먼저 진입한 차량 순서대로 한대씩 통과한다.


*좌회전:

밴쿠버 및 광역 밴쿠버 등 BC 주는 별도의

LEFT TURN SIGNAL이 없는 구간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

이걸 모르고 좌회전 차선에 멍하니 서 있다가

몇 번의 클랙션 세례를 받았던 기억.


*U TURN:

캐나다에서는 모든 유턴이 금지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여차하면 차를 휙 꺾던 성질 급한 난,

 버릇 개 못주고 이곳에서도 몇 번 획!!

다행히? 경찰에게 걸리기 전에 이 법규를 알게 됐으니 복이 많다고 해야 하나;;;;;




*그 외에도 자잘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말하기로 하자. 우리에게 정착 서비스를 해주신, 사람 좋으신 원장님은 대체 내게 뭘 해주신

걸까.


물론 큰 줄기는  그분의 도움을 받았으니

거기까지가 서비스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어리벙벙대는 초보에게

조금 더 세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셨다면

약간의 시행착오들을 조금은 덜 겪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40여 년을 훌쩍 넘게 살고 있어도

여전히 '첫'인 게 있고

아직도 배울게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

사람을 때로는 겸손만드는 것이겠지.

앞으로 또 겪게 될지도 모를 그 '처음'들에게

내 기꺼이 마음을 활짝 열고 

수업료를 지불하리라.



2016년 1월 24일 세 번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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