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졸업 앞에 무너져내림 ㅠㅠ

by 청블리쌤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교실을 순회하며 갑자기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내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날은 마지막 급식 후 점심시간이었고 다음날은 졸업식이라서.

그런데도 아이들은 교실에서 내일이 있는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아직 작별할 때가 아니라고 내일 편지를 전해드려야 한다고 애써 작별을 미루는 듯했다.


그러나

만나져야 만나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만남에서 의식적인 애씀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박한 우연 같은 가능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이미 경험하여 아는 듯한 졸업생들 중 내가 올해 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을 아는 몇몇 졸업생들이 굳이 애씀으로 날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

그들에게 수능 이후의 만남을 기약했지만 그 또한 가능성이 보장되지는 않을 터였다.


중3 아이들은 그 졸업의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우연한 마주침으로도 건넬 수 없을 것 같은 인사를 학년부장이라는 타이틀에 기대어 용기를 내서 축하와 축복의 말을 건넸다.

정작 졸업식 때는 서로 얼굴조차 못 보고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악수를 청하며 진심을 담아 떠나보내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졸업 전날까지도 각반에서 꽉꽉 채운 수업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믿으며, 그것이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그런데 아이들은 마지막 수업시간까지 수업으로 마지막 시간을 꽉꽉 채운 내게 그 마지막 순간에 야유나 불평이 아닌 박수를 쳐주었다. 뭉클해졌다.


반 학생들에게는 편지 대신 작년처럼 한 명씩 불러서 대면 작별 인사를 고마움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전했다.


졸업식장으로 떠나기 직전 교실에서 마지막 종례를 하려는데 화장실을 갔다던 학생들이 귀여운 케이크에 초를 켜서 교실로 들어왔다.

반 학생들은 내게 롤링페이퍼도 준비해 주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고, 자연스럽게 마지막 멘트를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일을 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교실 밖으로 나가서 진정하고 다시 들어왔다. 입을 떼려는데 울컥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울먹거리면서 행복과 감사와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단답식으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ㅠㅠ

그 마지막 순간에 난 마음으로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눈망울로 울고 있었다.

내일은 나도, 학생들도 매일 오는 게 당연했던,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일상이었던 이곳에 더이상 있지 않을 것이다. 그 그리움을 삼키려 애쓰는 눈물로 표현하고 있었다.


학년부장의 무게인지 졸업식 마치고도 오래 남아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인사를 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교정을 떠나지 못하고 사진으로 마지막 아쉬움을 담아내던 학생들 사이에 나의 아쉬움을 더해서, 이 모든 시간들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함께 인증이라도 하듯 그들의 사진에 남겨지는 선택을 하고 싶었고, 아이들과 부모님들도 지나치는 나를 기꺼이 그 사진 속으로 초대했다.

유통기한은 각기 다르겠지만, 그들 각자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영예로움을 매 순간 느끼며 감격했다.


아이들을 떠나보내면서 나처럼 보잘것없는 평범한 선생님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고 이렇게나 많은 학생들의, 온 우주와도 같은 세상을 이렇게나 많이 만나면서 잠시라도 그들의 세계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축복과 영예로움을 느꼈다. 동행한 부모님들을 보며 그 세계관은 훨씬 더 확장되어 웅장하게 느껴졌다. 부모님들의 귀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일일이 다 드리고 싶었다.


아이들은 내게서 받은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겠지만 난 그들에게서 존재 자체로서의 더 큰 사랑과 감동과 선물을 받았다. 중학교 마지막 해가 될지 모르는 학년이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족한 학년부장이었지만, 부족한 담임이자 영어선생님이었지만 아이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었다. 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그래주셨던 것처럼. 난 아이들을 위해 나의 부족한 능력이라도 모두 끌어모아 진심과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아쉬움과 슬픔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졸업식 후 학교부장협의회 마지막 회식... 그리고 이미 점심때부터 모여계셨던 학년 담임선생님들 마지막 해단식에 합류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인 대화와 웃음이 가득한 시간이었지만, 그 즐거움의 이면에 나는 또 낯선 그리움의 실체를 마주했다. 마지막이라는 명목으로 모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장하지 않고 너무 일상 같아서 믿을 수가 없었다.

작년의 학년 담임 해단식에서는 혼자 방에 들어가서 자다 나왔는데, 이번에는 멀쩡하게 계속 함께 하는 걸 보고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셨다. 그래서 내가 학년부장의 무게라고 말씀드렸다. 모두 다 납득하셨다. 작년에는 일개 담임이었지만, 올해는 학년부장이라서 그런 거였냐고 모두들 웃으셨다.


1월 마지막 날에 일반고배정통지서 배부로 다시 담임쌤들이 모이고, 학생들도 잠시 학교에 나와서 배정통지서를 받아 가는 순식간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으로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위로하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약속된 그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학년 모임에서 학생회에서 담임선생님들께 마지막으로 드리는 인사 영상을 학생회장에게서 받아 함께 웃음으로 영상을 보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일상과의 단절은 추억의 시작점이 될 거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이번 추억은 예감이 좋았다. 유통기한이 훨씬 더 길며 살아가는데 더 큰 힘이 되어 줄 즐거운 추억의 예고편이었다.


슬픔을 감당하려면 정을 안 주면 되는데, 감당할 만한 슬픔의 거리를 유지하면 되는데, 올해도 실패했다. 올해는 완전 역대급 실패였다.

졸업식을 겪어내면서 거리 유지 실패에 대한 대가를 한 번에 다 감당하고 있다ㅠㅠ



어제 밤늦게까지의 일정으로 학생들에게서 받은 손편지를 꼼꼼히 읽지 못했고 답장도 쓰지 못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커지는 부작용을 안고서라도, 글로 남겨져 있다고 방심하지 않게, 그 따뜻함과 감동을 다시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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