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내신성적이 잘 안나오면 정시올인 해야하나?
(2019.7.23)
1. 교과전형은 뻔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포기도 쉬운 이유
학교마다 수시 중 교과전형은 학교 간의 격차를 잘 인정하지 않는 전형이라서 대개 내신만으로 결정이 되고 합격 가능성도 안정적으로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교과전형 합격 가능성은 수능최저등급 관문이라는 어려운 과정도 통과해야하긴 하지만 이미 원서를 내기도 전에 거의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여서 내신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2. 부족한 내신을 비교고로 채운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
그렇다고 학생부종합전형이 내신 외에도 비교과를 포함시키기 때문에 부족한 본인의 내신을 뒤집을 기회로 생각하기에는 다른 고려 사항과 변수가 많습니다.
외고나 과학고 등의 특목고나 전국 단위 자사고의 경우 심지어 내신 6등급도 서울대 합격 사례가 있을 정도로 학교 내 내실 있는 교육과정이나 높은 수준의 비교과 활동에 충실한 학생들은 오히려 수능 공부할 여력이 되지 않아 정시보다 압도적인 수시 서울대 합격률을 보입니다.
그다음 단계의 지역 자사고나, 교육열이 높은 일반고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고등학교보다 학생역량이나 학교 프로그램의 수준과 다양성이 좀 밀리기 때문에 학생부종합 합격 비중이 더 떨어집니다. 물론 눈높이가 높아 자신의 성적 이상을 바라는 면도 무시할 수 없으며 어쨌든 그로 인해 대구 지역의 한 자사고는 재수 비율이 60%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의 일반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이 뛰어난 내신성적으로 승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특목고 등에 비해 종합전형의 문은 좀 더 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내신을 비교과로 채운다고 종합전형의 가능성이 무조건 커진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때문입니다.
사실 일반고의 경우는 교과전형을 준비하여 수능최저등급을 맞추는 것이 가장 쉽게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인 것임은 확실합니다.
3. 현재의 내신은 유동성이 커서 확실한 예측이 어렵다.
현재 자신의 내신은 학년이 낮을수록 변화의 여지가 더 커지며, 원래 내신은 한두 개 이상의 구멍이 있으면서도 의대나 서울대를 합격하기도 하니,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자신의 원하는 대학에 대한 욕심이 “과욕”인지 “합리적 판단”인지 아직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자신의 위치에 대한 확실성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3 때 어떤 결정을 할지 예측하기도 힘든 것이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4. 정시 올인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정시를 준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평소 모의고사의 안정적인 성적으로도 보장할 수 없어 더 큰 불안 요소를 안아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수시최저등급을 맞출 때는 한두 과목이 망해도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정시는 한 과목만 망해도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기 힘듭니다. 의대 정시는 수학문제 한 문제를 찍어서 맞히냐 못 맞히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리고 정시는 변수가 많습니다. 당일 컨디션 등의 변수 외에도 수능이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위 자신에게 유리한 유형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모든 변수들을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상황이라야 이상적인 목표를 이룰 수가 있기 때문에 정시는 낮은 확률과의 싸움입니다. 물론 정시의 비중이 수시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불안요소임은 당연합니다.
정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국 시험의 변수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달점은 장담하지 못한 채(모의고사에서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래서 오히려 그 경우는 방심하며 오히려 실제 도달점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마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저 확률을 높이려는 대안 없는 전진일 뿐입니다.
5. 정시의 보완 = 수능 후 논술 전형
정시의 실패를 보완해주는 보험 역할을 하는 것은 논술전형입니다. 단 경북대처럼 논술시험이 수능 후에 있어야 정시의 실패를 직감하며 플랜 B로 바로 선회할 수 있으며, 수능 전의 논술이라면 온전한 정시에의 올인은 아니니 복잡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6. 정시 올인 선언은 공부 안 하겠다는 합리화가 아닌지?
그리고,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중간, 기말고사 기간에도 수능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냥 놀고 있다면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당장 공부하기 싫다는 합리화에 불과한 것이며, 많은 학생들의 가장 무난하고 대중적인 방어기제입니다. 보통은 중간,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한 번 이상 스스로 정시 선언을 하곤 하죠. 내신의 아픔을 딛고 더 성장하여 성취하려는 치열한 과정을 생략하려는 본능입니다.
7. 내신과 수능, 논술의 방향은 다른가?
내신과 수능의 방향은 다르지 않습니다. 수능은 내신보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꾸준함이 지속되어야 하니 당장의 모의고사 성적을 기대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교과전형으로 진학하려고 하면 수능최저등급으로 인해 수능공부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내신만 바라볼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논술은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하고 나면 덤으로 주어지는 기회입니다. 소위 서술형수능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수능대비 능력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8. 정시를 고려하는 시점과 확신 이후의 불안 요소는?
그러니 소위 내신형 입시, 정시형 입시가 그렇게 많은 차이를 보이지는 않으며, 어느 현실적인 지점에서 모의고사가 내신보다 더 성적이 좋아 내신으로 더 낮춰서 대학을 갈 것이 아니라면 정시를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정시의 여러 변수와 불안요소를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과 그 변수를 넘어서지 못해 결국 내신으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보다 더 대학을 잘 갈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결국 수시로 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할 수 있습니다.
정시에 자신만만하던 학생들도 9월 평가원모의고사의 성적이 저조하면 그 불안감이 이끌려 시험직후 진행되는 수시원서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어떤 과정에서도 확실성이 없다는 입시의 과정을 잘 설명해줍니다.
수시와 정시를 다 잘 준비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으니 늘 결정이 어렵습니다. 자소서를 쓰거나 수시고민을 하면서 수능공부를 덜 하게 되면 결국 정시로 더 잘 갈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고, 수능에만 올인했는데 수능시험을 망쳤을 경우 내신에 좀 더 신경썼으면 적어도 기대했던 대학 이상을 진학했을 거라는 결과론적인 후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9. 결론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서 내신에 최선을 다하면서 평상시에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학습을 하며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차차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네요...
10. TMI
정작 제 큰 딸은 정시를 선언하고 수능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훨씬 더 잘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특히 수시 중 교과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까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더 높다는 것이지요.
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교과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이 안 되니 종합전형으로 해보라고 권유하셨지만 딸은 의지를 굽히지 않습니다. 실은 종합전형은 교과전형보다 내신이 부족해도 해 볼만한 여지가 있긴 하지만, 학교등급과 비교과 등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게다가 자기소개서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능공부의 흐름이 다소 희생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인 것이지요.
(큰딸은 이후 논술로 대학진학을 하였습니다. 정시 파이터였지만 결국은 수시로 진학한 거죠.)
실제로 종합전형을 지원하는 경우 (최저등급을 안 보는 경우가 많더라도) 불합격 시 정시까지 바라보고 수능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아무래도 수능공부에 소홀하게 되어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대개 수시에서 불합격하면 정시의 기회도 함께 사라지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수시와 비교가 안 되는 작은 비중의 정시를, 평소 성적이라도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시에만 올인하는 것도 마음 졸이는 일이긴 합니다.
어떤 전형이든 뭔가를 선택하면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니 참 결정이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떤 결정이든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완벽한 평안함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