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6일 대구 모 사립고등학교에서 <학습지원대상자 이해와 수업방안 &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주제로 영어수업 컨설팅을 했다.
늘 그랬듯 난 전문가로서가 아닌 내 모습 그대로의 삶으로서의 수업과 학습코칭에 대해 전했다.
강의할 때나 수업 준비할 때 '쌀로 밥 짓는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을 대입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예측 가능하다는 건 재미없다는 의미일 수 있으니, 반전의 흐름이나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를 준비하려 애쓰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일방적인 강의 외에도 선생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시간도 있었다.
내가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학반에 아무리 지도를 해도 매일 지각하는 아이를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냐고 물으셨다. 좋은 방법이 없겠냐고...
나의 대답은 “없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지각 안 하는 걸 확인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였다.
어머니와 학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말로 극적으로 지각을 안 하게 된 사례는 너무 극단적인 것일 뿐이고, 내 딸들을 지각 안 하는 학생으로 만드는 평범해 보이는 미션에도 실패한 아빠로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저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약속된 벌을 주거나 훈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뿐... 결국 지각을 안 하려는 결단과 그 의지의 실행은 교사나 부모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것이니까, 어른들에겐 무력하기까지 한 기다림만 계속될 뿐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큰 딸이 지각을 안 하게 된 건 남자친구가 모닝콜을 해주고 아침에 함께 등교하면서부터였으니 부모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행동의 변화였다고 솔직히 말했다.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 중, 10년 전쯤에 교회에서 함께 고등부 교사를 했던 선생님은 내 강의에 충격을 받으셨다 했다. 사교육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공교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등학교 수업시 교과서는 내신, 부교재는 수능대비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학생들에게 퍼져 있어서, 정시 파이터라고 교과서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영어격차가 커서 여전히 효율적인 수업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기초학력향상을 위해 영어수준격차가 극심한 교실 환경의 수업에서 상위권도 하위권도 만족하지 못하는 수업을 강요받는 공교육교사로서 고민의 현실적 대안은 사실상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자는 격려의 말씀만 전했다.
상위권학생들은 수준 높은 것만 지향하다가 놓쳤던, 중하위권학생들은 아직 갖추지 못한 기본기를 그들만의 언어로 핵심압축체계화하여 되도록 재미와 감성의 진정성 있는 예문을 헌팅하여 포함시키고, 뻔하지 않은 교사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도록 하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그럼에도 기본기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학생들은 마치 구구단을 암기하지 않고 복잡한 곱셈을 감당하려 하는 상황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영어의 구구단 같은 핵심요소를 전달할 기회를 갖되, 수업 내에서 불가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플립러닝, 블렌디드러닝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물론 학교 수업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데 교실밖 학습에 의욕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단지 드라마 12회를 처음 보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1회부터 정주행하는 것이라는 용기와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니... 그들의 솔직한 출발점과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역량에 맞는 개별학습을 유도하는 학습멘토링코칭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사교육으로 내몰린 아이들이 그들 수준에 맞게 성장이 이뤄진다면 다행이겠지만, 보통 사교육에서도 개별맞춤이라기보다 당장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을 이어가며 아이들은 여전히 기본기를 갖출 기회를 상실당한 채 힘겨워할 수도 있을 것이니... 공교육에서 분명할 수 있는 역할을 하되... 주의할 것은 아이들이 늘 교사의 기대와 각본대로 따라오거나 의욕을 내지는 않을 것이니... 답답한 기다림은 숙명임을 받아들여야 할 거라고...
선생님들 중 과동기가 뜬금없이 퇴직 후에 어떤 일을 할지 질문했다. 이렇게 학생들 컨설팅하고 지도하는 일을 계속할지에 대한 의문이라는 부연설명이 있었다.
난 보수와 관계없이 체력이 되고 여력이 된다면 학생들을 만나고 상담하고 학습코칭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블로그 등을 통해서 온라인으로도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실제로 학교 선생님들 중 아이가 어린 경우에 입시영어와 학습코칭을 받을 때 내가 퇴직한 상태인지를 계산까지 해보았다는 분도 있고, 미리 컨설팅 예약을 하신 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기에게 퇴직후 동업을 제안하는 거냐고 되물어서 웃었다.
선배 선생님은 퇴직 후 수익구조로서 교육 사업모델도 구상해 보라고 하시고, 서울에서 영재수학으로 학원에서 활약 중인 여동생은 서울에서 함께 학원을 하자는 이야기도 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그저 오늘 만나는 학생들에 집중하기에도 난 행복하고, 복에 겨운 느낌이어서...
게다가 정기적으로 약속된 바는 없지만 이렇게 선생님들을 만나서 나눔을 할 수 있는 과분한 축복도, 이후에 어떨까를 고민하지 않고 그 순간 감사해하며 행복해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