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짜 착각이 아니었음을 3 (Feat. 수업평가2)

by 청블리쌤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던 수업평가 2탄...

2학기 때 더 이상 수업을 안 하는 반과 진도가 너무 늦은 반을 제외하고 목표한 수업평가는 다 받았다.


너무 심한 응답 몇 개는 제외했는데,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악플을 다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아래 정리한 내용 중에도 충분히 크게 상처받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실시하는 공식적인 교원평가도 익명이 보장된다. 익명성의 뒤에 숨어 던져지는 악플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정작 아이들의 원망이 향해 있는 교사는 교원평가 결과를 절대 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만 교원평가 결과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늘 상처는 늘 애쓰고 노력하는 교사들의 몫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까지 쪽지로만 받다가, 구글설문으로 익명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솔직하게 적으라는 권고와 소수 아이들의 선을 넘은 반응을 보면서 내가 받는 상처와는 별개로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 일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하면서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하지는 않을지. 마음껏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이후에 필터링 없이 누구에게도 공격적인 악플을 달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되는 건 아닌지...


24여 년간의 고등학교에 있을 때는 지금보다는 더 젊었고, 감당할 만한 악플들이었으며, 나의 교육활동에 자신감이 있어서, 상처받게 되는 소수의 반응을 덮고도 남을 학생들의 위로와 격려 같은 진심이 담긴 메시지에 힘을 얻고는 했는데...


더 솔직한 반응을 마주하다 보니, 중학생이라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말 착한 거라는 확신이 더 들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내 수업을 다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하지 않았던 중학교에 와서 그나마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요구에 맞춰야 할지 심히 고민이 된다.

지난주 마친 매주 토요일 4시간 연강의 5주간의 고3 수업을 생각해 보니, 5주간 20시간을 한 것인데... 4시간 연강임에도 혼자 떠드는 형태에서 많이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도 더 가르쳐 줄 수 없음이 아쉬울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그 쏟아지는 수업을 절실함으로 잘 감당해 주었다. 내 수업의 목적은 늘 혼자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줄 수 없다면, 혼자서 공부하는 모델을 보여주어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20시간의 분량은 주당 2시간 기준으로 보면 10주, 2개월 정도의 진도 분량이다. 학반이 많아 주당 1시간 수업해야 할 경우에는 20주, 4개월 이상의 진도 분량이다. 그 시간에 과연 무슨 역사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난 정말 압축하고 또 선별하고, 응용확장가능한 내용으로 구성했고,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야 하니 좀 더 재미있고 감동이 되는 예문으로 구성하고, 관련된 썰을 전달하도록 늘 고민했다.


중3 수업이라도 깊이 있는 수업은 불가하니, 가르칠 것 별로 없어 보이는 그 쉬운 내용에서도 원리를 끌어내고, 응용의 폭을 넓히며, 당장 본문학습으로 그치지 않고 이후 혼자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향들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그 방식으로나, 여백 없이 채워지는 나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내 수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실제로 수업시간에 몰입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그저 더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나를 바라봐 주는 한 학생의 눈동자는 거저 얻게 되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내 방식을 고수하거나 아니거나 어차피 모두가 좋아할 것이 아니라면 그냥 내 소신대로, 내 강점을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타협하려는 마음도 든다.

고등학교에서든 중학교든 학생들이 채워야 할 여백과 질문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서, 그걸 실현할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컨텐츠를 준비해서 수업하는 것도 열정이 필요하지만, 그런 수업구상에 비교하면 안일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주 수요일 대구시 고등학교 신규영어교사 선생님 열두 분을 만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요청이 왔길래, 난 지금 중학교 소속이지만, 중학교 선생님이 아닌 고등학교 선생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수업평가에서도 드러나지만, 난 중학교 교사로서 누군가에게 배움의 모델이 될 수 없을 것이므로, 참으로 현명한 부탁이었던 것 같다.


익명이라서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실시간 설문으로 살폈던 바로는 담임반 학생들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특히 더 많았던 것 같다. 난 담임으로서도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아니었다. 물론 아이들이 당장 좋아하는 것보다 졸업하고 생각나는 교사가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당장 위로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안일하게 지나칠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정색하는 부분... 우리 반은 이제까지 담임학반의 학생들과 달리 수업시간에 너무 활발하다. 때때로 수업진행이 안 될 정도로. 갈수록 브레이크가 안 듣는 느낌이라서, 난 의도적으로 내 수업시간에 침묵을 종용한다. 절제와 배려를 강조하며...

아이들은 아래와 같이 내게 자신들의 속상함을 외치고 있었다ㅠㅠ

이게 수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블림쌤 혼자 너무 떠듬. 노잼

수업시간에 너무 자기 혼자 주저리

근데 진짜 솔직히 선생님 좀 너무 무서워요 정색하면 너무 무서워요 좀 많이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정색 좀만 덜 해주세요


교육적 목표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내가 욕을 먹는 건 괜찮지만, 혹 아이들의 상처와 반발심으로 그 교육적 활동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면 나의 좋은 의도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 생각하니... 타협이나 물러섬이 아닌 변화의 가능성과 기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수업 평가(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 솔직하게)


잘가르쳐주신다, 잠이온다

너무 재밌는데 잠이너무 많이와여

첫인상과달리 재밋다

알려주는 정보가 많아서 좋아요 근데 졸려요

해야 할 것을 명확히 정해주십니다.

선생님이 잘생겼어요 수업이 신나요

수업방식이 좋긴한데, 좀 지루해요

선생님 걷는거 귀여워요

쌤이 착해요

집중이 잘된다 나쁜점은 선생님의 미모 때문에 집중이 안되요

가끔씩 고등학교 이야기 하는거 너무 재미있어요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은데 제가 실천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실천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은점 : 공부에 관련된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된다. 나쁜점 : 가끔 지루하다

좋은 점 : 설명이 많다. 나쁜 점 : 설명이 많다.

학생들을 자주 걱정해주시고 수업도 핵심만 잘 수업해주신다. 하지만 수업이 졸릴 때가 있다.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어 공부를 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법을 알려 주셔서 좋았어요

본문, 문법 수업하실 때 자세한 설명이 도움돼요

고등학교 얘기 해주시는 거 좋은데 스트레스 받아요

재밋어요

첫인상에 비해 상당히 재미있으셔서 좋아요.

좋은점: 학교 영어 수업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신다. 나쁜점: ....?

예비 고1을 상대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좋았습니다. 잔소리가 조금 많은 것 같아요.

설명을 깊이있게 잘해주신다

재밌다

고등학교에대해 많이얘기하는것 같음

설명을 잘 정리해주셔서 좋다.

정확하게 문법을 알려주신다, 나쁜점 없음

원리를 알아가면서 공부하는게 좋다

문법에 대해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선생님이 세세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좋다

집중은 잘 되는데 잠이 옴

말이 많다

좋은점: 영어를 쉽게 외울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나쁜점: 가끔 선생님 말을 이해 못하고 놓치면 다시 따라가기 힘들다

쌤이 그냥 좋아요

좋은점:유익한것을 많이 알려주신다,기초를 잘 잡아주신다. 나쁜점:수업이 매우 지루하다,수업이 무섭다

고입 대비용 학습인 점이 강점임.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수업임. 진도가 느림.

시험대비 뿐 아니라 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알려주셔서 좋습니다

꼼꼼히 수업해주시는게 좋아요

좋은 점: 수업을 들을 때 잘 가르쳐주신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나쁜 점: 집중이 잘 안되고 잠이 잘온다

수업시간에 집중이 너무 되고 평소에 알지 못하는 지식을 알려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단 강의형식수업이라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본문 분석을 정확하게 해주셔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좋은점: 의외로 착함 나쁜점: 이게 수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블림쌤 혼자 너무 떠듬 결론: 노잼

좋은 점: 배우는 내용이 많다, 나쁜 점: 내용이 조금 빨리 지나간다.

좋은점: 잠 잘 잘수있음 나쁜점: 잠만 잠

수업시간에 너무 자기 혼자 주저리

선생님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만 쌤 수업을 듣고 있으면 좀 지루하고 잠이 온다.



수업 건의(이후 반영되면 좋을 것 같은 수업 요청 사항)

없음

없어요

없다


선생님이착하고 수업이맛있어요

없다

이대로 계속 하는것이 가장 좋을것 같아요!

너무 완벽해서 없어요

재미있게 해주세요

조언을 더 해주세요

딱히 없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자주 질문해주세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낮잠시간 주세요

마지막 교시에 수업잇어서 피곤해요ㅜㅜ 그래도 재밌어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것도 좋아보입니다.

.... 앞으로도 수업 열심히해주세요..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도를 조금 빨리 나가면 좋겠다

이대로해도 좋을것같다

딱히 없다

활동 많이 해주세여 게임 같은거 ㅎㅎ

없대

딱히

근데 진짜 솔직히 선생님 좀 너무 무서워요 정색하면 너무 무서워요 좀 많이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정색 좀만 덜 해주세요

진도를 빠르게 나갔으면 좋겠다

진도가 느린 것 같습니다 질문 해주시면서 수업해 주시면 자는 애들이 줄어들 것 같아요 자주 웃어주세요

잔소리시간 조금만 줄여주세요..

딱히 없음

지금이 너무 좋아요

없습니다.

질문 좀 해주세요

시험 끝나고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겠어요

질문을 하여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수업하면 잠을 줄일수 있을거 같아요



질문(진로, 학습, 영어공부, 인생, 사랑, 이별.. 무엇이든)

고등학교 어디 갈까요

선생님 머리 어디서 자르셨어요?

수업이 너무 좋아요

없는데

이번 시험 쉽나요

첫사랑 궁금해요

사람은 왜 존재할까요

공부도 하고싶은데 찬구들이랑 카카오톡도 하고 싶어요. 공부를 하면 학원시간같은거 때문에 둘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할 것 처럼 느껴지는데 어떻게하죠?

고등학교 과목들을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요

선생님 4랑해여

매일매일 사소한 무언가를 하는 것 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데 무언가를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부지런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가고싶어요

저번에도 맨토링 햇엇는데 제대로 안해서 이번엔 제대로 하고 싶은데 셤끝나면 여행계획이 많이 있어서 고민입니다!

종교를 믿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진로

곧 고등학교를 가는데 어떻게 수능식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고 진로를 아직 정확히 정하진 못해서 너무 고민된다

앞으로 인생에서 영어 쓸 일이 있나요

기말 끝나고 직접 찾아갈게요

짱짱이예요

나중에 커서 무슨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인생의 목표가 없음. 무기력함. 조언 좀 주세요

선생님 수업 재밌어요!! 애들이 뭐라 해도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선생님 중에 젤 귀여우세요 아재개그 해주세요

여름방학 때 고등학교 예습이 필요할까요?

공부할 의지가 생기는 방법점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다른 언어 어떤거 할줄 아세요?

학습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위에그려진 그림 누가그렸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착각이 아니었음을 2 (Feat. 수업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