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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내신 킬러 문항 존재 이유

by 청블리쌤

절대평가인 중학교에 비해 상대평가인 고등학교는 철저하게 변별이 필요하다. 문제가 쉬워서 동점자가 속출할 경우 등급 블랭크가 생긴다.

2024년 수능의 경우 윤리와 사상이 너무 쉽게 나와서 2점짜리 한 개 틀려도 3등급이 되는 등급 블랭크가 발생했다. 수능은 물론 고등학교 내신도 입시 성적이므로 학생들의 실력을 철저하게 변별해 주는 건 공정한 일이다. 너무 쉬울 경우 등급 블랭크가 생길 수도 있고 실력보다 실수 여부로 등급이 나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킬러 문제의 존재는 특히 수학의 경우 의대 변별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4점짜리 문제를 굳이 풀지 않아도 의대를 제외한 명문대에 갈 수 있었는데...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지침에 준킬러문제나 유형 낯설게 하기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별을 해야 하는 출제위원들의 부담이 더 컸을 것이다. 그 부담은 2024년 수능을 응시한 많은 수험생들의 아픔으로도 이어졌다.


너무 쉽게 출제된 윤사를 비롯한 사탐 영역은 높아진 평균으로 인해 표준점수가 하락했으며, 워낙 수학에서도 미적분 선택 강세가 이어진 이과 학생들의 문과 교차지원 침공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너무 쉬우면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한 학생들이 역차별을 겪게 될 수 있다.



오히려 킬러 문항과 비킬러 문항의 예측 가능성에서 벗어나 어떻게 변별할지, 난이도는 어떤 식으로 조절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이 생기면 사교육이 더 팽창된다. 킬러 문제만 없애면 사교육이 줄 거라는 생각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공상에 가깝다.


실제로 사교육을 없애려는 정부의 노력과는 반대로 이번 수능과 논술 대비를 위한 사교육은 사그라들지 않고 더 타올랐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결과를 받지 못한 수험생들은 학교 아닌 학원에서 다음 수능을 준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고등학교 내신에서는 왜 무작정 문제를 쉽게 낼 수 없을까?


동석차 발생으로 인한 중간 등수 때문이다.


중간 등수 = [석차+(동일 등수자 수-1)/2]


그러니까 100명의 정원에서 1등급 인원은 4%인 4명인데 공동 4등이 2명이라면 중간 등수는 [4+(2-1)/2]로 4.5등이 되어 둘 다 2등급이 된다.


만약 공동 1등이 8명이라면 [1+(8-1)/2]=4.5가 되어 1등을 하고도 모두가 2등급을 받게 되어 1등급은 증발된다.


(물론 학교마다 최종 점수가 동점일 경우라도 석차를 다르게 구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동석차를 최소화한다. 예를들어 동점일 경우 보통 기말고사 혹은 중간,기말고사 성적 중 평균이 더 낮은 시험 혹은 중간,기말고사 중 반영비율이 더 큰 시험 점수가 더 높은 학생에게 우선석차를 부여한 식이다. 중간,기말고사 성적까지 똑같은 경우 수행평가 영역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우선순위 성적비중은 학교마다 성적관리위원회에서 학년초에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결정하여 1년간 일관되게 적용한다.

즉 동점자가 있을 경우가 아니라 동점우선순위 부여 후에도 동석차가 있을 경우 중간등수를 계산하게 된다.)


어쨌거나 학교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학교에 공평하게 주어지는 각 과목별 등급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다면 재앙 같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예상보다 어렵더라도 확실하게 변별할 방법을 찾는다.


학교 수준에 따라서 내신시험이 모의고사보다 훨씬 어려워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학교 수준이 높지 않다면 너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지 않아도 변별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는데 보통 수준의 학생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위 킬러 문제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면 그 외의 문제를 잘 해결해서 차선 등급을 받도록 애쓰는 것이 최선이다.


수능에서도 킬러 문항을 버리고도 의대가 아니라도 스카이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고등학생들이 이런 킬러 문항에 상처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내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고등학교 진학할 때 자기 수준보다 너무 높은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고등학교 진학에 신중해야 한다. 당장은 노력만큼 최상위 등급을 받을 수 없고, 학교 수준이 높을수록 노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문제가 많을 것이므로 좌절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입학하거나, 준비가 될 자신이 없으면 수준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일 것이다.



상대평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준비도와 발달 단계에 따라 잠재성으로 머문 실력은 당장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속도와 준비도를 고려해 주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내신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진로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등, 어느 영역에선가 경쟁력이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에 역시 가능성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내신은 같은 학교 내에서의 상대적 우위이고, 수능은 전국 단위에서의 상대적 우위다. 수시 비중으로 보나 경쟁 대상 범위로 보나 수시가 훨씬 더 수월하다. 물론 전국 단위 자사고나 톱클래스 외고 등은 우리나라 양궁 선수가 세계대회 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비유가 적합할 정도로 우수 집단이라서 다소 예외적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쟁 자체를 완화하는 시스템 자체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원하는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데,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요행이나 운으로 뽑기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 킬러 문항 금지가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문제 출제로 이어진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후로는 원리 이해 중심의 사고력 역량을 발휘하는 어렵지 않지만 진정한 학습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어 전국 수험생들의 공부 체질까지 개선되는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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