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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해결책과 공교육 교사의 역할 고민

by 청블리쌤

사교육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대답은 "없다"

공교육 교사로서 무력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 근절 대책을 입시제도나 수능 등 교육 자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덴마크는 수입이 클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면서 복지가 유지되는 구조라서, 굳이 사람들이 수입이나 안정적인 직업을 바라보고 억지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는 굳이 대학 진학을 고집하지 않는다. 공부를 계속할 사람들만 대학을 진학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


독일처럼 집 가까운 대학이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대학서열이 없다면 지금 같은 경쟁을 할 일은 없다.


무엇보다 의대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과도하게 시키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러나 의대 진학은 개인 선택이니 선택을 막을 길은 없다. 사회구조와 시장경제로 형성된 시스템이기도 하다.


사교육은 초중고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 대비 사교육 시장도 만만치 않다.


모두 다수의 선택이 몰려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었을 때 유일한 해결책으로 국룰처럼 자리 잡았다. 나 혼자 안 하게 되면 실리를 떠나서 상대적 박탈감을 감당할 수 없으며, 특히 자녀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 안게 되는 후회나 원망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족성과도 관계가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고, 빨리빨리 성취를 확인해야 하는 조급성도 한몫하고 있다.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글쎄...


학교 시스템 자체가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모아 일정한 성과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내신과 수능이라는 동질적인 표준화 시험에서 같은 성과를 낸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구조다.



한때 영어, 수학 수준별 수업이 적극 추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동일한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수준이 다소 낮은 반의 학생들의 기본기를 채워주기에는 상반과 동일한 시험문제에 대비를 해야 하니 진도를 비슷하게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수준이 낮은 반 학생들의 패배의식도 큰 문제였다. 자기들끼리 단합된(?) 자기규정 효과로 인해 윗수준의 반으로 진출하기 힘들었고, 윗수준 학생중에서 다음 분기에서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그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분위기를 이끌어 줄 상위권 학생의 또래 리더가 필요한데 낮은 수준반에서 그런 리더의 부재도 학생들의 사기와 의욕에 악영향을 주었다.



사교육은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 원론적으로 수준을 넘어서도, 수준을 낮춰서도 본인의 선택에 의해 수강이 가능한 구조다. 학교수업은 고교학점제 등으로 아무리 선택권을 보장해도 동질 집단이 모여서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하기도 불가능하고, 모두가 의욕적으로 성취를 하기에도 애매한 구조다. 학교생활은 어느 정도 내신과 수능에 상관이 없을수록 재미있고 다양할 수 있지만, 수시든 정시든 수능시험이 면제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수능에 맞춘 수업을 지향해야 하는 일률적인 교육과정 운영도 많은 학생들의 좌절감을 불러온다.


수준이 다양한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의 수업만으로 체계적인 수능 준비를 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예전에는 배정형 방과후수업을 실시하여 정규교과로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진도를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선택형 방과후수업으로 거의 전환되었고, 그조차도 학원에 가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 과학 선택과목의 경우 인강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편적 트렌드가 되었다.



거기다 선행을 막기 위한 선행금지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에서만 철저히 선행을 금지하는 상황이다.


물론 선행금지법은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문제 출제 금지 조항도 있어 과도한 선행금지에 대한 의지는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 사교육에서 하는 선행까지 막을 수는 없다.


선행이 필요한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교육에는 금지된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를 계몽하여 선행보다 진도를 따라가는 정상화교육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굳이 선행을 할 분위기가 아니라면, 공교육 선행금지법은 빛을 발하게 될 텐데,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공교육에서 선행을 위해 사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을 잡아둘 수조차 없다.



정말 선행보다 정상화교육이 중요하고, 학생들에게도 덜 고통스러운 것인데... 이것도 눈치게임이다. 모두가 하지 않으면 마음 놓고 안 하면 되는데 모두가 다 하는데 나 혼자 안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한 필요나 실효성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우르르 몰려나가는 걸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합리적인 조언이나 정책만으로 일정한 규정 안에 가둬둘 수는 없는 일이다.



얼마 전 복직 연수 강의하너 갔다가 만난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자녀의 사교육으로 고민이 깊었다. 저학년, 아니 미취학 아이들조차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생생한 경험담을 연수 쉬는 시간에 들려주셨다.


아이가 감당할 수준과 분량인지, 고통스럽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시고, 여백을 확보하셔서 우리말 읽기를 재미있게 이어갈 방법을 더 고민하시라는 말씀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었다.


영어는 중2 정도까지는 학원이든, 혼자서 플래시 동화 등으로 재미있게 영어를 노출해서 축적하다가 중2부터 시험영어로 전환하면 되고, 그때 청블리영어코스 정도면 이전까지 축적된 영어가 많을수록 단기간에도 완성이 가능하고, 혼자서도 내신, 수능까지 대비할 내공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의대를 가려면 그보다 더 서두르긴 하셔야 한다는 현실도 덧붙이면서.



중2를 기준으로 잡은 것은 너무 어릴 적부터 실용영어가 아닌 시험영어에 몰입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식 위주의 문법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의도였다. 게다가 우리말로 해석된 것도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말 문해력과 추상적 사고가 발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높은 수준의 레벨을 강요하는 건 다소 폭력적인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니.



여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자녀들의 돌봄을 위해서도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게 꼭 교과 중심일 필요는 없을 거라고. 예체능 쪽으로 소질을 살려주며 평생 취미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키워주는 것도 그때가 결정적인 시기일 것이므로.



내 딸들은 내 교육적 소신 외에도 어차피 집안 형편 때문에라도 학원 고민을 하지 않았지만, 여유가 좀 되시면서 주변의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는 엄마 입장에서는 학원을 안 보내는 건 정말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영어선생님들이시니... 1정연수와 복직 연수에서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학원만 가면 무조건 실력과 성적이 노력한 것만큼 오르면 그나마 괜찮은데, 대부분의 학원은 레벨테스트를 하더라도 성과와 결론을 정해놓고 수업을 하는 시스템이어서 수준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학원을 고집하는 건 노력과 비용의 낭비라고. 아이들의 고통과 좌절감을 어떻게 할 거냐고.


아이들의 출발점과 목표 성과의 갭은 그래서 공교육 교사만 채워줄 수 있다고.



학교 수업도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의 대규모 집단으로 이뤄지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그래서 교실 밖 수준별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영어멘토링학습코칭 같은 공교육 교사들의 열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 거라고 강조했다.


일단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출발점을 개별화해서 알려주는 것을 전제로 과정 중에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점검 과정을 루틴화해서 자동화하면,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은 더 상승하고, 교사의 수고는 덜면서 진행할 수 있다고..


그렇게 나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자료와 함께 공유해 드렸다.



적어도 절실함이 있고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절대로 소외당하지 않고, 노력한 것만큼 실력을 쌓으면서 성취의 기억과 습관을 쌓아갈 수 있는 교육현장과 행복교육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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