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우리 학교에서 또 강연 의뢰를 받았다. 섭외하시는 교무부장님께서 본교 교사에게는 강사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망설이셨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행복하게 수락할 것을 잘 알고계셨던 것 같다. 성사 후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했다.
이전에도 공교육교사의 사명과 행복교육 등에 대해 2년 연속 강의를 했었기 때문에 에듀테크에 초점을 맞추고, 학습코칭을 더하여 도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본교 교사의 강의라고 특별히 더 경청해주시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셨던 지난 강의의 좋은 기억 때문에라도 정말 또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었다.
그렇게 구상한 강의 초반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에듀테크나 업무의 능력자가 될 수 없다면?>
그냥 능력자 옆에 있으면 된다. 능력자가 되는 것보다 능력자를 찾아가는 것이 더 쉬운 일일 것이다. 그 말은 스스로 능력자가 되지 않아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어떤 분들은 능력자임에도 그 능력을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능력이 소문나는 순간 일이 몰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 학년실에는 능력자, 소위 AI가 둘 있었다. 두 명의 공통점은 성질이 급하고 남들에게 아쉬운 부탁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서인지 둘 다 칼퇴를 매일 실천했다.
두 명의 AI는 자신의 업무는 물론 학년의 업무를 기꺼이 감당하며, 학년 업무 자동화에 앞장섰다. 차린 밥상에 다른 선생님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거라서, 우리 둘은 다른 선생님들의 넘치는 감사의 인사 이상으로 기쁘고 행복했다.
내 생각에 교사가 일잘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학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능력자가 될 이유와 능력을 다 가지고 있다. 코로나 시작 후 모두가 줌으로 수업하는 등의 일을 다 해냈던 것처럼.
<능력자 혹은 일잘러 비결>
그런데 능력자 혹은 일잘러가 되는 비결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 능력을 결정짓는 것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문해력과 맥락 연결 능력이 그 비결이다.
특히 에듀테크에 관련한 문해력은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한다.
<학생 공부와 비교한 디지털 리터러시>
학생들의 공부능력의 기본도 문해력과,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맥락 연결이다. 이걸 갖추면 새로운 지식을 자신만의 체계로 받아들이며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맥락 연결을 할 수 있다면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로 학습할 것이기 때문에 투입 대비 성과는 엄청나다.
문해력과 맥락 연결을 갖추면 새로운 입력이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꼭 찝어서 뭘 잘 모르겠고, 자신이 뭐가 궁금한지를 인지할 수 있다.
질문하는 학생들로 키워내는 것은 특히 AI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의 목표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배우기만 하니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제대로 아는 것이며, 그건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기주도학습으로만 완성되는 것인데, 학원을 과도하게 다니면서 그런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든다. 혼자서 해보고 적용해야 자신의 지식체계로 완성될 수 있다.
3년 전 <AI와 맞짱 뜰 수 있는 인간 교사의 경쟁력>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챗 GPT 등장 이후에도 동일한 제목으로 작년에도 강의를 했다.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도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 본질은 학생 학습이나 디지털 문해력이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 필수 요건이 문해력과 문맥 연결 능력이다.
<구체적인 배움과 성장의 단계>
학습이든 디지털 능력이든 일단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이는 티칭이라는 교육활동으로 가능해진다. 스스로 터득하는 역량도 최소한의 기본기를 티칭하는 과정에서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배운 내용을 스스로 익힐 기회를 가져야 한다.
위의 과정은 각각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정의이기도 하다.
그 과정 중에 피드백을 포함한 코칭도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제한된 수업시간만으로 이 모든배움과 익힘의 과정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시공간을 초월한 교실 밖 학습코칭이 필요하며, 이는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고유의 영역이라고 난 믿는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불리한 인식도 넘어서야 하지만...
<학교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노력>
작년에 학교의 전체 선생님들께 학교에서 일잘러 되기 시리즈를 블로그에 정리해서 링크를 전달해 드렸다. 전체 선생님들이 모여 있을 때 강제로 강의를 한 것이 아니었으니, 자발적인 각 선생님들의 학습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티칭의 기회는 제공한 셈이었다.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172451052
그러나 코칭하면서 피드백해드릴 기회도 없었고, 각 선생님들이 스스로 적용해 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바로 해결해야 하는 절실함이 없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엑셀 등의 연수를 듣고도 자꾸 까먹는 것은 바로 적용할 기회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머리의 지식이 말이나 행동으로 발현되는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기획력의 중요성>
에듀테크 등의 도구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다.
왜 이런 단순노동을 반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불편함이 잠시 멈춤의 고민으로 이어진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Why 다음 단계가 How인 셈이다. 학생들에게도 Why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학습할 때의 Why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암기가 아닌 이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모르는 건 질문하면 된다. 능력자 쌤들께 질문해도 되지만, 요즘에는 챗 GPT라는 훌륭한 비서가 있다. 우리말에 특화된 뤼튼 등을 활용하면 엑셀식은 물론 코딩까지 짜준다.
문제는 디지털 리터러시다.
뭐가 필요해서 뭘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질문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맥락 연결 능력이다. 답변에 대해 자신의 질문 내용과 대조해서 답변의 효용성을 따져보고 추가질문으로 맥락을 확장할 수 있어야 활용의 단계까지 갈 수 있다.
결국은 혼자서 할 수 있어야 자신의 능력이 된다.
학생들도 결국 혼자서 공부할 수 있어야 목표를 이루며 평생공부의 단계로 올라선다.
에듀테크에 능한 분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앱을 활용할 때 습득이 빠르다. 새로운 입력에서도 문해력과 맥락 파악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지식체계로 편입시키기 때문이다.
<기획을 통한 에듀테크 적용의 사례>
학년초에 담임쌤들은 학교 문자서비스를 위한 학생들과 학부모님 비상연락망 파일을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종이로 전화번호를 받아서, 교사가 일일이 입력해도 결과물은 똑같다.
그러나 정확성도 보장할 수 없는 단순노동에 안주하면 안 된다. 교사로서 그 단순노동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을 해야 한다. 빨리, 정확하게 작성할 방법은 없겠는지...
이때 구글 드라이브에 포함된 구글설문지에 대한 지식과 그것에 그치지 않았던 사용 경험까지 있다면 그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시작될 수 있다.
설문지를 작성해서 학생들에게 링크를 전달하면, 입학식이나 학년 첫날에 학생들이 휴대폰 몇 분만에 작성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링크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QR코드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르면 기존에 이용하던 사이트에서 QR코드를 작성해서 출력물이나 교실 TV화면에 제시할 자료를 생성한다.
학생들에게 제출받으면 자신의 구글드라이브에서 구글설문지를 엑셀로 내려받기할 수 있다. 반, 번호로 정렬해서 자료를 생성한다.
(반, 번호로 정렬해도 되지만, 학번을 생성하면 더 편리하다. 1학년의 경우 “10000+학반*100+번호”이렇게 맨 앞 칸에 수식을 생성해두어 학번을 정렬하면 이후 명렬, 성적 등의 참조도 정확하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그런데 엑셀에서는 0으로 시작하면 표시되지 않으니 010-이라고 입력하면 10-이런 식으로 표시된다. 입력할 때 작은따옴표를 찍고 입력하면 문자로 인식해서 010-이라는 형태가 유지되지만 입력이 번거롭다. 게다가 학생에 따라서는 중간에 하이픈을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하니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검색이나 챗 GPT에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뤼튼에서 얻어낸 답변이다.
그리고 구글설문지에서 입력문항 조건으로 아래와 같이 복사해 넣는다.
엑셀이나 노션 등의 양식은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엑셀식이 어떤 의미인지 최소한의 문해력이 있어야 하고, 맥락 연결이 되어야 한다. 엑셀의 모든 수식을 주도적으로 다 만들어내지 못해도 독해력만 있으면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걸 템플릿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처음에는 완벽하게 이해 안 되어도 그냥 모방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맞춰 자료의 수정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혼자서도 양식을 만들 수 있게 되지만 보통은 모방과 수정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경우 어차피 진행할 거, 우리반만이 아니라 학년 전체로 관심을 돌렸다. 반 학생들에게 줄 QR코드를 담임쌤들을 통해 전반에 다 전달하면, 내가 전체 학생들의 자료를 다 받아 정렬, 정리 한 후에 담임쌤들께 드리면 되는 거였다. 이전에 해 보았다면 별로 힘들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학년초 정신없던 그 시기에 그 일을 내가 솔선해서 다 해드리니 담임쌤들은 내 수고 이상으로 너무 고마워하셨다.
그 외에 자리추첨 엑셀파일, 수업공개일을 캘린더와 표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노션 양식, 수업공개를 위해 수업의 흐름도와 자료를 담아서 공유한 노션 페이지, 캔바 활용 사례, 실시간 질문이나 후기를 받을 수 있는 슬라이도 활용, 학생들 성적관리를 위한 엑셀 템플릿, 자동 단어시험출제 엑셀 템플릿, 구글설문지 자동채점 단어시험 양식, 동영상강의 제작 방식 등을 간단하게 사례 중심으로 선생님들께 소개하려 한다. 그 사례는 위에서 링크한 <학교에서 일잘러 되기> 시리즈에도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강의의 핵심인 에듀테크를 활용한 영어멘토링학습코칭...
그 기획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