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제자의 편지, 추억, 종례

by 청블리쌤

오늘 재수의 과정을 끝내고 서울로 떠나기 전, 날 찾은 제자가 편지를 남겨주었다.

고1 때 그 학생의 영어교과 교사였지만 늘 내 모든 티칭과 코칭 과정에 참여하고 몰입했던 존재 자체가 감동인 학생이었다.


광야 같은 힘든 재수의 과정을 거쳤지만, 어쨌거나 제자가 목표를 이루게 되어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 제자가 전해 준 편지 일부(2024.2.21.)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입시가 마무리가 되었네요. 선생님께 제일 감사해요.

추합 전화를 받자마자 저도, 가족들도 다 선생님께 먼저 연락드리자고 말했고 혼자 방으로 뛰쳐 들어가서 전화드렸어요. 입시의 끝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 선생님이라는 것만으로도 저의 재수 생활에 선생님께서 얼마나 큰 영향을 주셨는지 알 수 있네요. 제가 며칠 전에 구글클래스룸에 들어가서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댓글들을 읽어봤어요.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옥같은 말들이 훨씬 더 많아 보였어요. 매달 저를 직접 찾아와 주신 것은 물론 하루하루 댓글로 저를 위로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선생님의 한 문장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큰 힘이 되었어요.

...

제 인생에서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정말 귀한 선물이 선생님이세요.

...

선생님께 받은 사랑, 저도 맘껏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요. 그동안 선생님께 공부를 넘어서 인생을 배울 수 있어 행복했어요. 선생님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과 추억들이 앞으로 제 삶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선생님 같이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저한테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어요....


교사로서 나처럼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나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싶다는 그 이상의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그동안 이 학생에 대한 나의 수고와 노력이 어떠했든 교사로서 난 그 이상의 보상을 선물로 이미 받았다.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나의 모든 교육활동에 몰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편지의 모든 구절이 교사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말이었다. 감사했다.

일일이 확인하지 못해도 교육적 선한 영향력이 가닿을 거라는 믿음으로 매순간 진심을 다하지만, 적어도 교사로서 나의 활동이 의미 없지 않았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제자와의 추억>

제자는 고1 마치고 내가 학교를 떠나야 할 때 누구보다도 슬퍼했고, 종업식 마치고 내게 와서 따지듯이 선생님 없는 학교가 무슨 학교냐고 공격적으로 그리움을 미리 전했던 제자였다.

* 학교를 떠날 때 제자에게 받았던 편지(2021.1.28.)


1년의 인연 후에 학교를 떠난 후에도 그 학생은 지속적으로 소식을 전했다. 본인의 성취에 대해 내게 공을 돌리는 겸손한 학생이었다.

* 마중물 비유(2022.09.26.)


제자는 실패라고 규정할 수 없는 고3 입시의 결과를 비우고 더 큰 목표를 품고 재수를 시작했었다.

* 재수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다(2023.2.16.)


제자는 종합학원을 다니지 않아 재수 기간의 답답함을 나누면서 코칭의 대상으로 날 선택했다.

* 온라인 학습코칭...구글클래스룸 댓글 일부(2023.4.21.)


제자의 부모님도 나를 너무 신뢰해 주셨다. 제자의 재수를 앞두고 부모님을 모두 뵙고 상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제자의 아버님은 내게 교회에서의 특강을 제안하셨다. 초청 자체가 신뢰 그 이상의 증명이어서 가슴 벅차게 준비했었다.

* 교회 자녀교육 특강 초대(2023.4.10)


제자도 나와 동행한 둘째 딸과 함께 교회 특강에 참여했다. 재수하는 제자와 둘째 딸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담았다.

* 교회에서 특강을 마친 후(2023.5.21.)



같은 시기에 재수했던 둘째 딸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픔과 속상함으로 재수 과정을 봉인했지만..

제자처럼 서울로 떠나게 되어 있어...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듯 정리했었다.

* 대학가는 딸에게 잔소리 뷔페(2024.2.15)

제자에게도 그 마음이 닿기를 기대하며 제자와 제자의 어머님께도 공유해 드렸다. 제자 어머니는 가족방 단톡방에 올리시고는 다른 자녀들에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보라고.. 엄마, 아빠가 해주고 싶은 말들, 선생님께서 다 해주셨다고...하셨다 한다. 제자에게서 옮겨 간 듯한 신뢰와 존중의 마음으로 그저 감동했다.

제자에게는 거의 종례의 마음을 담아 글을 공유했었던 거였고, 오늘 만남에서도 종례와 같은 잔소리를 시전하고 작별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제자의 편지를 읽어 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ㅋㅋ

고등학생 때부터 이젠 종례라고 하신 선생님.. 처음에는 진짜 종례인 줄 알고 슬펐는데 이제는 종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4 중3 담임 첫날 해야할 일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