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블리쌤 Feb 23. 2024

교사 새 학교 생활 안내, 첫 중학교수업 안내 팁

지식의 저주 넘어서기

고3을 주로 하다가 첫 중3을 하게 된 대학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친구도 어색한 첫 시작에서 낯섦으로 고민이 많았다.

중학생들과의 만남, 중3 담임의 입시와 수업의 부담...

게다가 학교를 옮겨서 거의 처음 보는 선생님들과의 만남과 낯선 공간...

그러나 그 친구는 환대까지는 아니어도 첫 시작의 배려를 잘 받지 못한 느낌이었다.

공립학교는 인사발령이 나고 2월 중순 이후에 학교마다 워크숍을 한다. 새로운 만남과 업무분장을 부여받고 새 학년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학교마다 하루나, 이틀, 심지어 5일간 실시하기도 한다.

 

이미 학교 분위기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당연한 학교 일상이 학교를 옮긴 분들께는 완전 새로운 세상인 것이라서 그 낯섦에 대한 먼저 다가가 주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을... 친구와의 통화를 통해 깨달았다.

학년부장으로 학년 운영과 첫날 해야 할 일들과 양식을 공유하고 준비하는데 몰입하면서, 난 특히 새로 오셔서 3학년 담임을 같이 하시는 분들에 대해 충분히 환대와 같은 안내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안내받지 못해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안내문을 만들었다.

4년 차인 내게는 당연하지만 당장 학교가 처음이신 분들이 궁금해하실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사항을 떠올려서 한 페이지로 정리했다. 


친구와 대입과는 다른 고입 방향에 대해서, 고3 수업과는 다른 중3 수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등학교와는 다른 중학교 영어 수업 팁>  

    중학교 교사가 되었다면 고등학교 교사로서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이라서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 특히 아이들이 뭘 모르고, 어느 수준까지도 안 되는지 매번 충격과 놀라움으로 마주해야 함.  

   

    교과서 독해 본문만 가르치고 부교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고3은 그나마 교과서를 전혀 안 하고 EBS만 하는 것에 비해), 중학교는 교과서만이 교재이므로 듣기에서부터 교과서 전체 내용을 다 다루어줘야 함. 고등학교라면 독해 본문을 한 시간에도 다 끝낼 수 있는데 한 달 정도 분량으로 나감.  

   

    교재와 분필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한 고등학교... 노트북이나 교실 컴퓨터로 디지털 교과서를 시각적으로 반드시 보여줘야만 수업이 진행됨. 그리고 교과서 DVD나 온라인 교과서 홈페이지에 가면 수업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이 다 준비되어 있어 그것만 활용해도 별 어려움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음. 물론 재미, 감동, 감성의 요소를 포함시키려면 개별적인 노력과 준비가 더 필요하겠지만, 거기에 익숙한 교사들 중에서는 굳이 다른 자료를 활용하려 하지 않음. 심지어 학습지까지도 구비되어 있어서 바로 출력해서 활용이 가능할 정도.  

   

    학습지를 할 경우 교과서 외에도 학습지가 시험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출제가 더 수월해질 수 있음. 중학생들은 학습지에 더 익숙해서, 작년에 학습지 없이 수업진행할 때 학생들이 의아해했음. 왜 학습지 안 주냐고 하길래, 시험범위 줄어서 좋지 않냐고, 교과서와 수업한 것만 보라고 했던 기억이...  

   

    진도교과가 아니고 중학교 문법을 다 학습한 걸 전제로 진행하는 고등학교는 선행금지법에 위배될 일이 거의 없지만, 중학교는 교과서에 명시된 문법 이상을 수업시간에 참고로 언급할 수는 있지만, 출제하기는 곤란할 것임. 예를 들어 가정법 과거까지 교과서에 나온다면, 과거완료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출제는 가정법 과거까지만...  

   

    원어민선생님은 듣기 부분의 주요 표현 위주로 수업할 가능성이 있고, 교사는 영어듣기평가를 하면서 스크립트를 설명하고 시험에 포함시키면 됨. 원어민선생님 수업내용도 시험범위에 포함 가능.  

   

    문법 출제 범위도 명확하고, 교과서본문의 양도 적어서 시험문제 출제가 오히려 더 어려움. 학생들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한 문법, 어휘에, 교과서 본문을 암기만 해도 점수가 잘 나올 수 있어서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고 고등학교 가서 망하는 것임.   

  

    상대평가로 세밀한 변별이 필요한 고등학교에 비해 중학교는 90점 이상 A 비율이 40%를 넘지 않으면 되니 이렇게 쉬워도 되는지 고민되는 문제를 포함해서 출제해도 됨.  

  

    수능, 모의고사 유형으로 출제하는 고등학교에 비해 한정된 분량의 범위의 낮은 수준의 지문 등에서 출제해야 하니 문제 자체를 어떻게 낼지 고민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음. 어차피 간접연계도 힘들어 지문 외우면 거의 대비가 될 정도이니 서술형이나 교과서 외 범위에서 변별하면 됨.  

   

    교과서 외에도 출판사 교과서 자료에서 제공하는 extra reading 학습지나 그 수준에 준하는 학습지를 준비해서 수업하고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음. 내 경우에는 중간, 기말고사와 관계없는 고등학교나 이후 영어의 기본기에 필요한 발음, 문법, 구문 등을 내 나름의 컨텐츠로 준비해서 가르침.  

   

    고등학교는 문법이 전 범위이라서 뭘 출제해도 상관없지만, 중학교는 교과서 과별로 문법포인트 2개에 맞춰 출제하면 됨. 그 과에 나오지 않은 내용 중 어법상 틀린 것을 고르는 종합적인 문제를 출제할 때는 그보다 더 쉬운 것 출제하면 되고.  

   

    애들의 수업집중도? 고등학교보다 편차가 크니까 영 못 따라오는 애들이 많음. 그래도 내신과 관련해서는 수업을 들으려는 아이들이 많을 것임. 아이들의 집중시간이 길지 않느니 틈틈이 팝송을 보여주거나 다른 재미있는 영상 등을 준비해야 함.  

   

    교과서수업자료를 보는 곳은? 각 출판사 교과서 사이트에서 회원가입하고 교사인증하면 이용 가능함        



친구와 통화하면서 “지식의 저주” 개념을 떠올렸다.

우리는 모두 시작은 어설펐고 잘 몰라서 헤맸을 것이지만, 익숙해져 버리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 듯 초기의 어려움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면, 음악을 안 듣고 내 손가락의 박자만 듣는 사람이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맞힐 거라고 착각하는 실험이 시사하는 개념이 “지식의 저주”다.(아래 링크 참고)

교사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기도 하다. 

이 정도는 알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높이는 문턱은 실로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교육을 하면서 오히려 접근조차 못하게 막아버리는 역효과가 일어나니까...

 

친구 덕분에 나의 지식의 저주를 발견했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의 부족은 지식의 저주에서 비롯되었던 거다.

교사는 매 순간 지식의 저주를 찾아내는 사명을 가졌다. 그 저주를 깨야만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앎”에 이르는 환대와 같은 교육에 성공할 수 있다.

<지식의 저주란?>

https://dnhogu.tistory.com/7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