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블리쌤 Apr 25. 2024

말 한마디의 전율(Feat. 10년 전 제자를 만나다)

오랜만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을 넘어 만난 제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냥 친근하고 편안했다.

10년 전 여고 1학년 시절에 영어선생님으로 만났을 뿐인데...

나는 늙었고, 제자는 더 예뻐졌지만... 10년간 만남의 단절도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색할 겨를이 없었다.


얼마 전 그 제자의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번개(?)를 했다. 심지어 그중 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서로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음에도 다시 만났을 때 그렇게 편안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졸업하고 더 친해지는 인연도 가능하다니... 그 제자는 여전히 블로그 댓글을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알고 보니 이 제자에게 내 블로그 이야기를 듣고 내게 댓글을 남기면서 만남이 성사되었던 것이었다고.


그런데 이 제자는 또 온라인 임용고시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였던 한 블로거의 블로그 추천글을 보고 내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오래 단절된 인연이 이런 우연으로 이어졌으니 역시 신기한 일이었다.


블로그로 소통을 시작했던 그 인플루언서 블로거가, 대구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셨을 때(지금은 임용을 합격해서 대도시에서 행복한 영어교사를 하고 있음)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 셀렙을 보는 것 같다고 신기해하며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신기한 기억도 떠올랐다.

그분이 내 블로그를 이렇게 규정해 주셨다.


"살아 있는 교육학 교과서"


 그 말 한마디에 전율 가득한 기쁨과 보람을 한 번에 다 느끼며 감격스러워했고, 이 말의 여운은 유통기한이 없는 것처럼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ㅠㅠ



이런 신기한 인연의 끝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서로에게 전하는 말 한마디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거의 말만 하는 교사로서 이렇게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야 절절하게 실감하는 것 같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부디 상처보다 위로와 격려를 선물해 주는 존재가 되기를...



내 블로그를 탐독하던 제자도...이전의 글에서도 힘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제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순수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에 감탄을 하면서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며 행복해하는 교사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하니...

내게 울림을 주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럴 거예요. 누가 제 롤 모델이신데요"


시대를 초월해서 교사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말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될 거예요."

제자의 말은 이런 말의 다른 버전이었다.


수업을 하듯 잔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해주었는데, 정작 제자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했는데...

제자는 나와의 만남을 이렇게 규정했고, 난 또 전율했다ㅠㅠ


"청블리 테라피(therapy)"


본인이 나와의 만남으로 치유를 받았다는 의도를 담았겠지만... 정작 힐링을 얻고 격려를 받은 것은 나였다.

청블리 테라피했던 것이 아니라 청블리 테라피하는 시간이었다고.

난 그렇게 행복한 교사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