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의 낭만이 점점 사라져간다.
앨범을 찍어서 온라인상에 유포하거나, 사진에 몹쓸짓을 하는 극소수의 학생들 때문인지, 졸업앨범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졸업하는 학생들과 수업으로든, 담임으로든 접점이 없는 경우는 그럴 수 있지만, 심지어 담임교사조차도 촬영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개인정보동의를 하지 않으면 사진을 실을 수 없다. 촬영을 거부하는 선생님들께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고입이라는 본질적인 업무 외에 중3 부장의 가장 큰 업무는 졸업앨범 업무다.
졸업앨범 절차를 진행하면서... 교직원사진 촬영에 이런 고민을 회의를 통해 정리해서 전교직원 메신저로 발송했다.
해오던대로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모험을 하고 싶었다.
3학년부에서 5월 23일 졸업앨범 1차 촬영을 앞두고 선생님들께 안내 및 부탁말씀드립니다.
운영위원회에서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주인공인 졸업앨범에 교장, 교감선생님 집무사진은 제외했으면 좋겠다는 용단을 내려주셨고 행정실장님도 행정실 사진 제외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졸업앨범에서는 희망하시는 선생님들 사진만 넣으려 하며, 교직원 단체사진도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단,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당연 포함됨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앨범소위원회에서도 그렇게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어차피 개인정보동의를 하셔야 사진을 실을 수 있기도 하니, 학생들의 찬란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빛내주실 분들은 부디 링크로 첨부해드리는 졸업앨범촬영 신청 및 동의서를 제출해주시길, 그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뜻도 함께 모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동의서도 서면으로 서명하여 제출해주시는 것이 원칙이지만, 선생님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온라인으로 동의 체크해주시는 것만으로 동의의사로 간주하여 파일로 보관하려 합니다.
앨범촬영일은 5월 23일 목요일입니다. 그날 현장 촬영도 좋고, 작년앨범사진 그대로 활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주셔도 되며, 선생님들의 리즈시절 사진 파일을 신청 및 동의서 링크 작성과 함께 보내주셔도 좋겠습니다. 동의하시는 분들은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추억을 완성하는데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3학년부장 드림
<교직원 졸업앨범 촬영 신청 및 동의-구글설문>
https://forms.gle/BraxnxX4EFHJFfrb6
개인정보동의서 개념도 없었고, 무조건 촬영에 참여해야 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학생들 중에서도 동의하지 않으면 졸업앨범 촬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추억이 희미해질 때쯤 두꺼운 표지를 무겁게 들어올려 추억의 실체를 마주하던 의례적인 일도 예전 세대만의 추억이 되어 갈 것 같다.
TV에 얼굴 한 번 나오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었던 옛날과는 분명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개인정보 동의 없이는 모자이크처리해서 방송해야하니까.
내 블로그에 학생들 얼굴 사진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무분별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일선 학교에서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애쓰지 않아도 리즈시절인 그 모습을 영원히 남겨두려 사진촬영에 진심을 다할 것이다. 나도 하루종일 교내 촬영장을 오가며 아이들의 리즈시절이 영원히 잘 보존되도록 도울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