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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후배 제자들의 세대교체

by 청블리쌤

방학 때 보기로 약속했던 영어교사인 제자 두 명을 이번 주에 차례로 한 명씩 만났다.

모두 고등학교 1학년 때 영어멘토링 과정을 우수한 실적으로 수료하고, 멘탈코칭 과정을 거치며 교감을 이룬 소위 '청블리 키즈' 출신이었다.



두 제자들이 겪었던 아픔에는 공감해 주며 함께 아파해 줄 수밖에 없었지만, 티칭과 코칭에 관련된 영어교사로서의 활약에는 너무도 마음이 흐뭇해져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두 명의 제자 모두 그 칭찬에 약속이나 한 듯 "쌤께 배운 대로 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한 제자는 내가 초임 때보다 훨씬 더 잘 하고 있다고 하니까, 내 덕분에 몇 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수업 컨텐츠로 내 자료를 일부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미 제자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내게 배운 내용이거나 시험범위였던 단어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의 자료를 체계화해서 컨텐츠로 축적하여 동영상강의와 함께 블로그에서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난 끊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독해지문만 쳐내는 열매 수확의 과정이 아니라, 자립을 도와주기 위한 원리와 이해 중심의 뿌리내리는 과정으로 수업을 구성해왔었고, (물론 그 이후로도 교육특구 아닌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더 기본적인 단계의 컨텐츠를 추가하긴 했지만) 제자들은 그 교육과정 재구성과 같은 커리큘럼을 고등학교 때 학생으로 직접 내게 배우며 스스로 검증 과정을 일찌감치 끝냈던 것이다.



그중 한 명은 방과후 수업에 내 블리텐어법포인트 유인물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고등학교 은사님께 전수받은 비법이라고 하니까, 애들이 그러면 너무 구식 아니냐는 반발했지만 이내 학생들은 그 컨텐츠에 너무 좋아했었다고.

중요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게서 받았던 영어멘토링의 경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적용하며 진행한다고 했다.

그 과정도 본인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1 때 검증을 끝냈던 셈이고, 이후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뤄가겠지만, 바로 시작하는데 오랜 망설임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제자는 멘토링의 교육적 성과를 확인한 뿌듯한 사례를 얘기하면서, 이제는 학생으로서가 아닌 교사로서의 보람과 벅차오르는 감격을 내게 공유해 주었다. 나는 대를 이어 계속되는 것만 같은 멘토링학습코칭의 생명력과 선한 영향력에 전율했다.


그러면서 제자는 지금보다 세월이 더 흘러 내가 교직을 떠난 후에도, 나의 티칭과 코칭을 뒷세대에도 계속 이어갈 자신의 사명에 대해 비장하게 얘기했다. 마치 내게 인증을 받으려는 듯이.


그래서 이미 고1 때 청블리키즈로 모든 인증은 끝났다며 마음껏 모방하고 활용하며 자신만의 컨텐츠를 구성하라고, 영어멘토링방식도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여 학생들의 역할이 더 커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문자 그대로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인수인계 작업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뿌듯하고 기뻤다ㅠㅠ


고등학교 때 나의 수업과 코칭에 몰입하여 성장을 이룬 제자들이 이제는 교사가 되어 진심과 애정으로 학생들 만나고, 자신들의 삶으로 전수받은 것을 전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며... 여전히 그들에게 남겨진 나의 가르침과 교감이 그저 흔적으로만 그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과, 그들을 통해 그 선한 영향력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감격할 정도로 감사했다.


그들의 교사로서의 영향력은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얼마나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렜다.


때가 되면 후계자들을 세운 듯한 든든한 마음으로 교직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시작된 그들의 영어교사로서의 훌륭한 역할에 굳이 필요 없을 법한 나의 격려와 위로를 꼰대 같이 더해주었음에도 어제 만난 제자는 내게 이런 마음을 전했다.​


선생님께 오늘 위로와 응원, 좋은 에너지 많이 얻고 갑니다.. 존경하는 청블리 선생님~ (저도) *블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이 배우겠습니다!! 방학 잘 보내시고 또 만나요 저희>_<!! 오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나는 이렇게 답해주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너의 성장은 시작되었단다. 눈부신 성장의 그 끝을 알 수 없을 뿐.

기대하며 응원할게. 또 연락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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