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감정을 읽지 못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어렸을때 감정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친척들이 있을 경우에는 항상 배부른 소리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저는 초등학교에 다녔었기 때문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중에 저의 감정적인 어려움이나 상황의 어려움을 부모님에게 이야기 할때면 두분은 아무런 이야기도 없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리고 학교도 보내주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면서 왜 공부를 못하냐고 말이죠.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자녀가 있으신 분들중에 이런 말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얼마전에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중에 아내가 저희 어머니와 했던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 회사에서 상사와의 관계로 인해서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고, 간수치가 올라가서 계속 피곤한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향집에 가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아내에게 "저렇게 밥을 잘 먹는데 어디가 아프냐고" 말입니다. 아내가 저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었나 봅니다. 그때뿐 아니라 저희 어머니와 여러번 대화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저의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밥만 잘 먹으면 마음이 아프거나 속이 아프지는 않다고 확신하고 계신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부모님들에게 저는 밥만 잘먹으면 저는 아무런 고통도 없고 모든일이 순조로운 아들로 비쳐졌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저는 항상 밥을 잘먹었습니다.
부모님과의 이러한 시각과는 다르게 저는 정서적 허기를 먹는것으로 달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가정에서 정서적인 공감이나 대화는 불가능했습니다. 어릴때는 제가 이런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저에게 무엇인가 커다란 마음의 구멍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한 정서적 허기를 먹는것으로 채우고 있었죠, 그리고 부모님들은 제가 밥을 너무 잘먹어서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줄 알았고요. 어찌보면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저희 아파트 옆동으로 한국에서 이사온 집이 있습니다. 자주 만나는 집이라 그집안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제가 어렸을때 자랐던 환경이랑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에 놀랐습니다. 그집 막내아들이 저의아들과 동갑이라 자주 만나는데, 먹는것으로 정서적 허기를 보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어머님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죠. 아니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죠. 감정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 가정을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을 더 잘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답답하고 정서적으로 힘들었을까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이들은 먹는것과 재워주고 학교보내주는 것만으로는 살아갈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정서적인 교감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의 내면을 살펴주어야 합니다. 만약 자녀들에게 이러한 세가지 이외에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할지 모를경우에는 자신의 어린시절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받아보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자녀에게 줄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해줄지 모른다면 자신도 그러한 것을 어렸을때 받은 경험이 없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없는것을 찾아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혼자 찾기 어렵다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