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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Trance)

의식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가수면상태

타라브렉의 받아들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트랜스라는 용어와 무가치함의 트랜스에 대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라고 설명된 용어가 제가 그토록 빠져나오고 싶어했던 그 늪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옮긴이의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가치감의 트랜스는 "자기 스스로 불완전하고 무가치하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다. 이는 마치 늪과 같아서, 일단 빠지면 거기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무가치감의 트랜스에 빠져들어 속으로는 자기를 무가치하다고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자기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와는 달리 무가치감의 트랜스를 자기와 동일시하면서 삶을 체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저항하든 체념하든 결과는 같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공허를 메우려고 음식이나 술 또는 약물을 탐닉하거나, 인간관계에 집착하거나, 일중독에 빠져도 트랜스는 강화되고, 연약한 자기를 지켜줄 보호막 안에 숨어도 트랜스는 강화된다. 먼저 트랜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트랜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받아들일 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매 순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감싸 안는 훈련을 하면, 자유와 사랑이 우리 본연의 모습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진흙탕에 빠져 갖혀버린 코끼리들


저는 과거의 잘못이나 자신의 모자란 점들에 대해서 마음 깊은 곳에 수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수치감과 두려움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분주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한 삶의 방식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은 더 막다른 골목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법을 놓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즉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덫에 걸린 동물처럼 이리뛰고 저리뛰는 삶을 살다가, 그러한 행동을 그만 둔다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삶이 잘 개선이 안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기존의 삶의 방법을 유지할수는 없었습니다. 체력도 떨어지고, 의지력도 점점 바닥이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도저도 못하던 상황에서 최근에는 제가 그토록 마주하기 싫어하던 감정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감정들을 이제는 부정하지 않고 마주보고 그 감정이 가지고 있는 상황들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전에는 제가 그러한 감정들이 있어서 회피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행동들을 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분노와 수치와 두려움의 감정이 들면, 그것들을 충분히 느껴주면서 마주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마주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면서 주체할수 없는 두려움, 분노, 그리고 수치감이 올라오면, 처음에는 버티고 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그 감정들을 볼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힘들면 유튜브를 한참동안 보면서 그 감정들을 회피하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그 감정들을 다시 느껴주고, 힘들면 운동도 하면서 감정을 마주할 힘을 길러봅니다.  


삶에 어떠한 확신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길도 없는 산에서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에 등산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 확신도 없이 이리저리 산을 헤메는데 산짐승소리는 들려오고 산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전혀 맥락없는 길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저의 내면에 무언가 삶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는데, 책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해 준다는 것은 자주 경험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가치함과 두려움의 트랜스에 빠져서 너무나 오랜시간을 혼동속에 보내야 했던 삶을 돌아본다면, 지금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감정을 느껴주면 느껴줄수록 삶이 정리되고, 전에는 커다란 문제로 느껴졌던 것들도 마주칠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너무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본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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