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어느 날…
가장 마음 편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와 마주 앉아, 으레 하는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직장생활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늘어난 씀씀이에 쌓여가는 대출은 도무지 갚을 길이 보이지 않고… 정해진 월급만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대체 뭘 해야 하지’—흔한 직장인의 이야기였다.
“돈을 벌려면 결국 사업을 해야 하는데, 종잣돈이 없고… 그러면 몸이나 머리를 팔아야 하는데… 몸은 용역이라도 하려면 퇴근 후에 드러눕기 바빠 체력이 안 되고, 그렇다고 진짜 말 그대로 몸을 팔자니 미모가 부족하고(웃음). 머리는 결국 재능의 영역인데… 재능은 또 타고나는 거라 그건 또 다른 얘기인 것 같아.”
꾸준히 회사일을 하면서 유튜브를 운영해 온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뭐든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마치 어릴 적 일기장을 시간이 지나서 읽었을 때처럼, 이불킥하고 싶을 수도 있거든? 나도 처음 올렸던 유튜브 영상 이제와서 보면 말도 두서없고 창피해서 영상 내리고 싶고 그래. 근데 일단 꾸준히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처음엔 뭘 해야 할지, 어떤 쪽으로 더 특화해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하다 보면 그 분야에서 너만의 강점이 뭔지도 알게 되고,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게 될 거야.”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발가벗겨 무식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인 것 같아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너무도 착실히 따랐던 나였다. 하지만 결국 그 창피함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스갯소리처럼 덧붙였다.
“사실 내가 회사일 외에 이걸(유튜브) 계속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뭔지 아니? 내 지인 중에 엄청 잘생기고 잘나서, 나를 열등감 덩어리로 만들던 애가 있었거든. 그 애가 나보다 훨씬 먼저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한 2년 전에 올리고는 요즘은 아예 안 올리더라고. 아마 구독자도 안 늘고 반응도 없으니까 접은 것 같아. 난 그 애가 가진 것들이 다 부러웠는데, 그 채널이 잘 안 되는 걸 보니까 내가 이긴(?) 것 같은 묘한 만족감과 뿌듯함이 들더라고. 그래서 가끔 영상편집이 너무 귀찮고, 하는 만큼 성과도 안 따라주는 것 같을 때… 조용히 그 아이 채널 들어가서 그 아이 영상 틀어놓고 작업해. (웃음)”
그의 말에 웃으며,
“좋은 마인드컨트롤 방법이네. 내가 바디프로필 시작한 게 비슷한 마음이었어. 개나 소나 다 한다는데, 나라고 왜 못해? 그런 생각. 근데 그 ‘개나 소나’도 아무 개, 아무 소가 아니더라고. 그걸 해낸 대단한 개소더라고? 내가 좀 경솔했지. 바프 준비하면서 힘들어서 혼났잖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어떤 ‘고귀한 열정’보다, ‘적어도 아무개 보단 잘되고 싶다’는 비뚤어진 원동력일지 모른다. 창피함에 이불킥하고, 꾸준함에 지쳐가도, 그 일그러진 마음 하나가 오래 갈 수 있는거니까.
부끄럽더라도, 유치하더라도. 그래야 다음도 있는 법이니 이렇게 글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