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나하벤, 죽는 거예요?

그럴거같진 않은데

by 위스키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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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의 논피트 증류소로 유명한 부나하벤 증류소. 캐스크카니발 이후, 이 증류소가 파산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참가했던 업체들에서 암암리에 돌던 소문이 국내 시장에 퍼진 것이죠.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했습니다. 하이네켄이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날개 아래로 들어간 증류소인데, 설마 파산하겠느냐? 라는 의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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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나하벤 증류소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주류 기업 ‘디스텔 그룹’ 에 소속되어, 우리가 아는 딘스톤, 토버모리와 함께 묶여 있습니다. (눈썰미가 충분히 좋은 분이시라면, 이 세 증류소의 엔트리급 위스키 도수가 46.3%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법한, 하이네켄 그룹에 인수되었죠.

여기까지가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나하벤과 토버모리, 딘스톤은 하이네켄에 인수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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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전말을 알기 전에 디스텔 그룹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짚고 넘어갑시다. 디스텔 그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주류 대기업으로, 부나하벤과 토버모리, 딘스톤을 비롯한 싱글몰트 뿐만 아니라 ‘버니니’와 같은 RTD, ‘쓰리 쉽’ 과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 또한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지역에 ‘하이네켄’ 의 제품을 유통하는 유통 계약을 맺고 있엇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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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3년에 하이네켄이 ‘디스텔 그룹’ 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하이네켄이 디스텔 그룹을 인수한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지역에 직접 유통을 수행하고, RTD 등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버모리와 딘스톤을 비롯한 스피릿 부문을 ‘빼고’ 인수하게 됩니다. 분리되어 나온 이 스피릿 부문은 다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초대형 투자 지주회사 ‘Remgro Ltd’ 가 자본을 출자해, ‘CVH Sprits’ 가 되죠.



교통정리를 하자면, 하이네켄은 ‘스피릿 부문을 빼고’ 디스텔 그룹을 삼켰고, 남아공의 투자회사가 이 스피릿 부문을 인수해 ‘CVH Sprit’ 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하이네켄 소속이 아니라 별도의 회사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회사는 멀쩡할까요? 다행히도, 영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은 회계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CVH 스피릿의 회계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자료를 기반으로 부나하벤을 비롯한 CVH 스피릿이 정말로 파산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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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24년 6월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간 보고서로, 가장 최신 자료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CVH 스피릿의 재무상황은 아주 건강합니다.’ 재무제표의 초반, 감사의견과 결과에서는 이사들이 2025년 12월까지의 기간 동안 계속기업으로서 충분한 유동성과 재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부채 약정 위반이 예상되지 않는다고 확인했습니다. 즉, 2024년 기준으로서는 중대한 재무적인 하자가 없다는 것이죠. 2025년 현재로서도 이것이 큰 변동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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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감소: ‘가지치기’

일단, CVH 스피릿의 재무상황을 볼 수 있겠습니다. 2024년 CVH 스피릿의 세전이익은 전년도 1220만 파운드에서, 2024년 870만 파운드로 상당히 감소했습니다. 거의 3분의 1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 상당히 심각한 경영 악화로 보일 수는 있지만, 이 제무제표에서는 이 세전이익의 감소는 2023년 CVH 스피릿이 하이네켄과 분리되며, 하이네켄 포트폴리오 유통을 중지하게 되며 생긴 감소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하이네켄의 와인 및 아마룰라 크림이 빠지고, 자사의 주류인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총이익률은 오히려 약간 증가했습니다. 즉, 매출은 줄었지만, 그 매출에서 ‘진짜 이익’ 이 되는 부분은 늘었다는 것이죠. 매출구조가 더 건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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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위한 투자: 과감한 인프라 확장

이스트 킬브라이드 보고서를 살펴보면, 부나하벤의 모기업인 CVH 스피릿은 현재 글래스고에 위치한 East Kilbride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2024년 cvh 스피릿이 진행한 1890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금 중 일부가 이 시설에 대한 자본 투자를 마무리하는 데 쓰인 것입니다. 이 시설은 CVH 스피릿의 주요 제품군, ‘스코티시 리더’ 블렌디드 위스키를 블렌딩하는 블렌딩 공장일 뿐만 아니라, 부나하벤, 딘스톤, 토버모리 등 싱글 몰트 위스키 또한 이곳에서 병입됩니다. 연간 160만 케이스의 병입 캐퍼시티를 가진 덕분에, 전체 제품군의 생산과 처리가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즉, 이러한 대규모 시설에 대한 투자가 완료된 시점에서, 증류소에 대한 파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꽤나 비합리적으로 보입니다. 한 증류소를 파산시킴으로서 이스트 킬브라이드에 대한 시설 투자가 매몰비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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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투자: 대규모 원액 확보

위스키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미래 자본 투자는 바로 '숙성 중인 원액(Maturing spirit)'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CVH Spirits는 당장의 현금 흐름을 희생하더라도 미래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원액의 생산과 보관에 자본을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기준 전체 재고 자산은 1억 5,050만 파운드로, 전년도 1억 3,019만 파운드 대비 약 2,031만 파운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특히 일반적인 제조업의 '재공품'에 해당하는 '숙성 중인 원액 및 기타 재공품(Maturing spirit and other work in progress)' 자산에서 대부분의 증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숙성 원액의 장부상 가치 증가는 무려 2,179만 파운드에 달하며, 이는 위스키가 나이(Age)을 먹어감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판매될 수 있는 미래 수익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재고 증가로 인해 영업 활동에서 1,942만 파운드의 현금이 유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회사가 원액 비축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음을 수치로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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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 든든한 뒷배

현금흐름표 상에는 이 자본 조달이 '주식발행초과금(Premium on issue of share capital)' 명목으로 1,892만 파운드 유입된 것으로 명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자금의 출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위치한 직속 모기업입니다. 모기업인 Remgro Ltd는 신주 인수(subscription of new shares) 방식을 통해 1,890만 파운드의 자금을 회사에 수혈했습니다. 이 막대한 현금 투입의 목적은 단기적 운영 자금이 아닌, 장기 전략 실행과 부채 상환을 위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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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함: 리스크 관리

매출이 2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 원액 비축과 설비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 방어력과 유동성 관리 전략은 상당히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특히, CVH Sprits의 부채 관리를 보면 이는 잘 드러납니다. 회사가 이용 중인 은행 대출 시설의 유효 이자율은 2023년 4.7%에서 2024년 6.9%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금융권과의 약정 조건을 완화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기존 은행 대출 약정에는 'EBITDA( $EBITDA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유형자산) + 무형자산상각비$) 가 이자 비용의 4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이자보상비율 조건이 있었습니다. 경영진은 금리 인상 상황을 고려하여 2024년 9월부터 이 이자보상비율 요건을 완화하도록 은행과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채권단(은행) 역시 장기 성장을 위해 재고를 비축하는 회사의 핵심 전략에 동의하고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주력 은행 대출 시설은 2022년에 갱신되어 2027년 2월 28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5년짜리 장기 계약입니다. 따라서 향후 2년 내에 원금을 대규모로 상환해야 하는 압박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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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보면, 현재로서는 부나하벤이 포함된 CVH 스피릿이 재정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회사의 경영진 또한 회사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재무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업의 존속 능력을 위협할 '중대한 불확실성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소문이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소문들은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게 되는 힌트가 되기도 하지만, 소문은 소문이죠. 뜬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믿기보다는,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을 통해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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