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O Sep 27. 2020

모두를 편애하자

어차피 100% 당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같은 사람, 다른 성과'


'데니스 로드맨(이하 로드맨)'이라는 농구선수는 9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2회 우승 후, 샌안토니오로 팀으로 이적을 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매년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넘기지 못했고, 95년에 시카고로 쫓겨나듯 이적을 했다. 그리고, 35세의 나이로 합류한 로드맨은 불스의 3연패에 한 축을 담당했다. 나이가 들수록 노쇠화가 당연한데, 어떻게 로드맨은 더 늙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올렸을까?


샌안토니오의 감독은 로드맨이 지각을 자주 하고,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로드맨에게 벌금을 물리고, 경기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팀의 리더였던(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데이비드 로빈슨은 로드맨의 마음을 다잡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자.'라며 종교를 가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반면, 시카고는 로드맨이 연습만 잘하고, 시즌 중에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밤에 도박을 하든, 술을 퍼 마시든, 클럽을 가든 간섭하지 않았다.


샌안토니오와 시카고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샌안토니오는 로드맨에게 소위 'Align(조직의 방향과 목표에 나를 맞추는 것)'을 강요했으나, 시카고는 시합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연습 경기에 불참하거나, 시즌 중 기행으로 출장 정지를 당하면, GOAT이자 쪼잔왕으로 불리는 '그분'이 폭풍 갈굼을 선사하셨다고 한다.)

경기장만 나가면 이러고 계신데, 감독 입장에서 쿨하게 내버려 두기엔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필 잭슨이 대단한 거지..

'모든 직원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지는 말자.'


당신이 새로운 조직에서 일하게 되었고, 당신의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자유로운 영혼'임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그를 당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차도 자주 마시고, 저녁에는 술자리도 따로 몇 번 가지면서 그에게 솔직하게 다가갔다. 당신의 태도에 감동했는지, 그도 당신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당신은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당신의 의도대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냈을까? 애석하게도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래 두 가지다.


1. 당신은 그가 실제로 바뀔 수 있는 어떤 계기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후회를 통해서 큰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위의 상황에서 그가 절박함을 이끌만한 후회를 하고 있는가? 오히려 반대다. 그는 어쩌면 '이 사람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따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시자 하네? 조금만 잘 이용하면, 올해 편하게 지내면서 고과도 잘 받을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 기대감 상실 효과가 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솔직하게 소통하려고 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좋은 모습을 그에게 심어줄 수는 있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는 '당신이 앞으로도 나에게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반대로 '이 정도 했으면, 나도 잘해줬고, 누가 되지 않겠다 했으니, 이제 좀 밀어붙여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슬슬 그를 Push 했다고 치자. '기대감 상실 효과'로 인해 그는 '처음에 잘해주더니, 똑같은 사람이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직 내 자유로운 영혼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1. 그의 절박함을 이끌어 낼 수준의 후회 상황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의 성향, 습관을 바꿀 확률은 매우 낮다.

2. 그의 나이, 연차가 많을수록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특히 나이, 연차가 높아지면, 성향, 습관의 변화를 이끌어낼 Threshold가 매우 높아진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꿈쩍 안 하기 때문이다.)

3. 어설프게 잘해줘 봤자, 기대감만 높인다. 당신이 결국 일 이야기를 하는 순간, '결국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때로는 실망감도 같이 커질 수 있다. 기대감 상실 효과를 명심하자.

모든 동료&부하 직원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지 말자. 특히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다.

'마음에 안 든다고 같이 일하지 않으면 결국 당신 손해다.'


그와 당신의 짧고도 찬란했던(?) 허니문은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었고, 당신이 고민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팀장에게 말해서 다른 부서로 보내버리고 싶지만, 이 방법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그가 어떤 사람인지와 무관하게 당신의 관리자는 당신의 조직 관리 혹은 소통 능력에 대해서 의심할 수도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유독 당신만 그를 못 견뎌해서 인원 변경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그와 완전히 틀어질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는 늘 똑같은 사람(폭탄)이었는데, 당신이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옮긴 부서에서 당신에게 악의적 감정을 가지고 나쁜 소문을 낼 수도 있다. (막장드라마 같지만, 발생 가능성은 충분하다.)

3. 결국 Resource 부족을 초래할 것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가 또라이가 아닌 이상 0보다는 큰 Resource가 될 것이다. (물론 얼마나 0에 가까울지는 알 수 없다.)

4. 또 다른 조직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와 동일하게 행동하면 부서를 옮길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솎아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당신에게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슬픈 이야기지만, 그를 당신에게 Align 시킬 방법도, 내보내기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대치를 낮추고, 좋은 면을 보려고 하자.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이유가 같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서 당신의 부하 직원이 아래와 같다고 하자.

A: 업무는 잘하는데, 스트레스도 잘 받는 편이어서 주변의 분위기를 어둡게 함. 소극적임.

B: 업무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데, 업무 시간에 메신저를 자주 하고, 딴짓도 많이 함.

C: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업무 역량이 부족해서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함.

D: 분위기 메이커이고, 빛나는 일은 잘하는데, 그렇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려 함.


당신은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만일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하자. (일상적 대화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


A에게 '당신은 다 좋은데, 표정 관리를 좀 하는 게 어떨까요? 다들 힘들잖아요?'

B에게 '팀장님도 자주 왔다 갔다 하시니, 메신저랑 딴 짓은 눈치껏 하세요. Attitude도 중요해요.'

C에게 '언제까지 제가 다 알려드릴 수 없으니, 본인 업무 역량을 향상할 계획을 짜서 저에게 알려주세요.'

D에게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업무 골라서 하지 마세요. 본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A: 아니 그럼 일을 좀 줄여주든지.

B: 내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메신저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

C: 역량이 부족하다고 찍혔나 보군. 올해 고과는 물 건너갔으니, 다른 조직으로 가야 하나?

D: 어차피 회사는 눈에 띄는 일 해야 인정받는데, 챙겨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래라저래라?


나름 좋게 이야기했고, 딱히 틀린 말 한 것도 없는데, 당신의 부하 직원은 이미 당신에 대한 반감을 가진 상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부하 직원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기대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는 동료 직원을 바라볼 때도 해당된다. 그냥 직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자. 그리고, 그들이 당신의 업무 가치관에 Align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다시 위의 예로 돌아가 보자. A, B는 이미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능력이 좋다. 더 바랄 것이 없다. C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업무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D는 빛나는 업무라도 잘하니 다행인 것이다. 그냥 A, B는 일 잘하는 면만 봐주고, C는 Potential이 있는 직원이고, D는 적극적인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좋게 봐주려고 하자.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단점이 일을 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 단점을 고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설령 단점이 일을 하는데 영향을 준다면, 당신은 그 단점과 무관한 업무를 주거나, 그 단점을 Cover 할 수 있는 동료와 짝을 지어주어 업무를 하게 함으로써 문제없게 해줘야 한다. 회사에 일하러 오는 것이지 당신이랑 잘 지내려고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라. 특히 당신이 싫어하는 점을 고칠 것이라고 절대 기대하지 마라.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다. 일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만족하자.

'모두를 편애하자.'


서두에 언급한 시카고의 선수 면모를 보자. (선수들의 실명은 넣지 않았다.)


A: 리그 최고의 실력자. 하지만, 나이가 많고, 동료를 심각하게 갈궈대서 사기에 영향을 줌. 도박 관련 문제가 있고, 시가를 자주 피워댔음.

B: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에 리그 최고의 수비력. 그런데, 득점력은 왔다 갔다 하고, 구단 운영진에 불만이 많아서 수시로 트레이드를 요청함.

C: 리그 최고의 리바운더이자 수준급의 수비력과 패싱력. 하지만, 나이가 많고, 나머지는 낙제 수준. 도박, 여자, 술 문제가 있고, 가끔씩 프로레슬링 쪽도 기웃거림.

D: 준수한 슈팅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체력이 약함.

E: 3점 슛 이외에 다른 능력이 없음

F: 장신가드로로서의 수비력은 뛰어나나, 나머지는 평균 이하.

G: 인간 방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감독 필 잭슨은 90년대 10년간 6회의 우승. 그것도 3 연속 우승 2회를 이뤄냈다. 만일 필 잭슨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면, 6회 우승이 가능했을까?


A: 나이도 있으신데, 시가는 좀 줄이시고, 다른 선수에게 좀 잘해주세요.

B: 구단에 불만이 많은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경기는 해야죠. 슈팅 연습 좀 하시고요.

C: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술, 도박, 여자에 빠지시나요?

D: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 짜서 팀 트레이너와 내일 아침에 미팅하시죠.

E: 3점 말고 다른 공격 루트는 없나요?

F: 출전시간 줄여도 되죠?

G: 트레이드해도 되나요?


 필 잭슨은 개개인보다는 전체를 보고, 그에 맞게 전술을 짜고, 팀을 운영했다. 그리고, 그들의 단점을 보기보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시카고 감독 이후 LA로 가서 추가로 5회 우승(총 11회 우승)을 이끌었던 필 잭슨에게 어떤 기자가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이끌고 우승까지 일궈낸 비결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필 잭슨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모두를 편애한다'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2k9uNPQ3Xg

*사진 출처: http://media.zenfs.com/en/blogs/blog/DROdThur.jpg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im7609/12927768

*사진 출처: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8965307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gundal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