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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Sep 24. 2020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스토리 텔링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처럼 Build-up 해보자. 단 상황에 맞게.

 TV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패널로 나와서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에피소드를 소개할 때,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가, 결국 큰 웃음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하는 그들의 모습은 Youtube나 다른 포털 사이트 메인에 '짤(표준어는 토막 방송)'로 재생산된다. 심지어 본업보다 예능 패널에서 더 큰 존재감을 보여서 원래 본업이 무엇이었는지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똑같은 이야기를 내가 남에게 하면 '그 맛'이 안 난다는 거다.

그 유명한 '데프콘의 도매상' 드립. '후반 30분에 교체로 출천 해서 10분 만에 헤트트릭 하고 퇴근'하는 수준의 임팩트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분명 안 좋은 일을 보고하는 데도, 별 탈없이 선방(?)하는 사람(A)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혼날 일이 아닌데도, 와장창 깨지고 나오는 사람(B)이 있다. 심지어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을 보고 하러 기분 좋게 들어갔는데도, 털리고 나오는(?) 경우도 아주 가끔 발생한다. 상사의 기분이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겼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한다.'


 당신의 팀장이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감정의 동요가 별로 없는 것은 기분이 진짜 나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성숙한 적응 기제'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즉, 인내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의 액수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팀장이나 신입 사원이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어 한다. 게다가, 직급이 올라갈수록 칭찬보다는 질책을 듣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신입 사원을 우쭈쭈 해주는 경우는 있어도, 임원들이 보통 팀장들을 우쭈쭈 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팀장이 당신이 개발한 X라는 소재가 적용 중인 제품에서 불량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에게 2일 뒤에 현황을 보고 해달라고 했다. 당신은 팀장에게 공정, 제품 쪽에서 다른 불량 원인이 있었는지 물어봤으나,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당신은 일단 소재 제조사에는 불량 상황 및 나름 대로의 불량 예상 원인을 전달하여 단기 대책 및 개선 방안 수립을 요청했고, 생산 부서에 긴급히 연락하여 소재 불량일 가능성이 있으니, 대체 소재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소재 제조사에서 다행히도, 소재 품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였고, 대체 소재를 출하하여 생산 자체에는 문제가 없도록 처리가 되었다 이후 당신은 소재 제조사에 재발 방지를 위한 소재 품질 관리 방안 수립을 지시했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을 놓고 아래와 같이 보고 했다고 가정해보자.


A: 팀장님, X라는 소재의 문제를 확인해본 결과 원재료 중 일부가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즉사 사용 중단하여 피해 수준은 최소화했습니다. 생산 중단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히 제조사로부터 신규 소재 수급받아서 양산 재개시켰습니다. 원소재의 품질 수준은 10일 내로 개선안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나, 시급한 문제여서 제조사와 일정 단축 협의 중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 문제를 일으킨 원소재의 품질 지표를 추가로 정의하여 관리하겠습니다.


B: 팀장님, 일단 팀장님한테 제가 공정, 제품의 문제가 있었는지 여쭤봤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제가 확인을 좀 해봤습니다. 그리고, 소재 문제가 맞으면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재 제조사에서 정확히 원인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재발 방지를 위한 소재 품질 관리 방안을 수립하라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생산 산 부서에는 긴급히 연락해서 소재는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확인해보니 소재 문제가 맞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가능한 소재를 제조사 쪽에 출하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팀장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1) 문제가 맞는지, 2) 맞으면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3) 내가 임원한테 보고해서 혼나야 하는지 정도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문제 중 1)이 가장 중요하다. A의 스토리를 보면, 팀장이 가장 궁금해할 1)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줬고, 2) 그 문제의 원인, 단기 대책, 개선 대책을 간단하게 사실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3) 그리고, 피해가 최소화되었음을 알려주어 팀장의 걱정거리를 덜어주었다. 


 그런데, B를 보자. 일단 팀장의 마음에 불염장을 지르고 있다. 일단 팀장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소재 품질 문제로 생산 중단)을 상기시켜준 B 덕분에 신경이 일단 곤두선다. 그리고, '난 일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못했어'라는 메세지를 듣는다. 그리고, 눈치도 없이, 팀장이 궁금해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 뒤에 이야기를 하려는지 쓸데없는 'build-up'만 하고 있다. 팀장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끝까지 들어줄까? '아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라고 한 마디 할 것이다.


 당신이 당장 배고파서 미치겠는데, 눈앞에 편의점이 있고, 맛있기는 하지만, 주문 이후에 조리가 시작되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자. 어딜 들어가겠는가? 일단 내 배고픔부터 해결이 되어야 주변이 보인다. 급한 상황일수록 일단 당신 상사가 듣고 싶어 할 만한 이야기부터 해주자.

배고프면, 동생이고 뭐고 보이지 않는다. 배고픔이 해결되어야 주변이 보인다. 배고픈 사람한테 '명품이 어떻고, 외제차가 어떻고' 이야기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회사에서 필요한 스토리텔링 1: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


1. 듣고 싶어 하는 걸 먼저 이야기하자. 

 당신이 보고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보통 당신보다 높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보통 바쁘고, 당신의 보고를 듣기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터넷과 친한 팀장님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넷 서핑을 포기'하고 당신의 보고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 지난번 문의하신 ○○○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는 ▲▲▲ 였습니다. 그 근거는 ①, ②, ③입니다.

- 오늘 보고 드릴 □□□□ 품질 Issue 건입니다. 본 품질 Issue는 ■■■로 인한 것이며, 이로 인한 영향은 ●●● 입니다만, 신속한 후속 처리를 통해서 제품 출하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2. 오랜만에 보고하는 건이라면, Remind를 위해서 배경과 직전 보고 현황을 간단히 언급하자.

  팀장 정도면,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개략적(무슨 일이고, 잘 (or 잘못)되고 있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으로는 기억을 할 것이다. 그런데, 임원부터는 다르다. 그들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임원을 상대로 보고를 한다면, 기존에 보고 했던 내용이나, 당신이 하는 일의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해주면 좋다.

- 보고 드릴 내용은 ◎◎◎◎ 개발 건입니다. 본 개발 건 착수 배경은 ◀◀◀이며, 현재 ◇◇◇ 까지 진행되었고, 관련 Issue는 없습니다.

- ▷▷▷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는 ▷▷▷ 진행 중 발생한 ♤♤♤♤에 대해서 보고 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 개선 현황 및 향후 Risk 대응 방안을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필요한 스토리텔링 2: 보고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자.'


1. 보고 받는 사람의 관심사를 먼저, 자세하게 이야기하자.

 보고 받는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다. 프로젝트의 중요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성향(사람마다 개발 전략, 일정, 기술적 접근, 경영 기여 효과에 대한 가중치가 다르다.)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의 관심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보고 자체가 꼬여버리게 될 수도 있다.

-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 ⓑ, ⓒ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각은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기술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성공 사례가 될 것입니다.

- 현재 발생한 품질 Issue는 9월 28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출하 중지가 불가피하나, 관리 중인 일정대로라면, 아직 5일의 여유가 있고, 추가 단축도 가능합니다. 다만, 추가 단축을 위해서는 제조 부서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2. 보고 자료는 가독성이 중요하다. 할 말이 많다고 폰트 8로 빡빡하게 해 봤자, 보는 사람 짜증 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보고 받는 사람들은 바쁜 사람들이다. 심지어 당신의 보고도 귀에 잘 안 들어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보통 보고 자료를 보면서 당신의 목소리를 보조 수단 삼아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당신의 말도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고, 발표자료 마저 Raw Data로 빡빡하게 폰트 8로 덕지덕지 붙여놓으면,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할 것이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의 모 임원께서는 이러면 그냥 앉으라고 이야기하셨다.)

 보고자료는 되도록 간단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히 정리하 된 추가 자료는 Appendix를 최대한 활용하자.


'회사에서 필요한 스토리텔링 3: 어설프게 상황을 이끌려고 하지 말자.'


1. 약한척하지 말자. 

 절대로 '부족하지만 잘 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거나, '오늘 보고드릴 내용에 대해서 아직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멘트는 백해무익하다. 보고 받는 사람의 기대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제대로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 어설프게 애드리브하지 말자.

 '오늘 보고 내용이 많이 궁금하셨을 텐데요.',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니, 저 역시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등등 회의 분위기를 바꿔 보겠다고 어설프게 애드리브하지 마라. 특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상태일 때, '기분이 좋아 보인다. 뭐 때문에 기분이 좋으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정이 좋으시다.' 이런 말은 절대 금물이다. 상대방으로부터 '기분이 좋은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상대방은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를 알게 된다 즉, 기분이 리셋되는 효과가 생겨나고, 당신의 보고는 좋은 기분의 '버프'를 받지 못한다. 즉, 상사의 기분이 좋을지언정 당신이 발표를 망치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3. 잘했어도, 내 입으로 잘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당신이 엄청난 성과를 올렸고, 그 결과를 임원 주관 회의에서 보고한다고 가정하자. 임원도 흡족해해서 칭찬을 해주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이 '이번 프로젝트는 저의 아이디어로 시작하여, 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건입니다.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이라고 이야기했다면, 임원의 입장에서는 칭찬의 선수를 뺏긴 것이다. 열심히 해서 성과도 냈는데, 당신의 포상과 평가에 결정적 역할을 할 사람의 '동기적 반발 심리'를 야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스토리텔링에 더할 Garnish: 철저히 준비하자.'


1. 자신이 없으면 발표 대본 만들어서 외우자.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발표 2주 전부터 발표 연습을 했다고 한다. 내용은 물론 동선까지도. 중요한 보고라면, 대본을 써서 달달 외우는 편이 낫다. 대본을 써서 외울 상황이 아니라면,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보고 자료 내용을 떠올리며, 무슨 말을 할지 메모장에라도 적어 보자. 그마저도 안되면, 보고 처음 1/3 지점까지라도 연습해라. 처음부터 꼬이면 정말 답이 없다.


2. 부가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숙지하자.

 정작 발표는 잘했는데, 보고 받는 사람의 질문 내용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잘한 발표를 망치는 셈이다. 물어볼만한 내용들은 가급적 보고 자료 뒤쪽 Appendix에 전부 붙여 넣어 두고, 무슨 내용인지 숙지하자. 자료는 붙여 넣어두고 그 자료가 무엇인지 설명을 못하는 상황도 큰 마이너스다. 가급적 회의에서 모든 내용을 Defense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자.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연설을 위해서 2주 동안 걸으면서도 연습하고, 식사 때도 연습을 했다고 한다.

'역지사지, 물아일체의 경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국 보고와 발표는 피할 수 없다. 혹자는 발표가 직장생활의 전부라는 이야기도 한다. 필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당신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보고를 잘 못하면, 윗사람들은 당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회사에서 제일 억울한 게 일 한 만큼 인정 못 받는 것이다. 인정 못 받고 억울해하지 말고, 회사에서의 스토리텔링을 체득하여 일한 만큼 혹은 그 이상 인정받을 수 있는 보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보고를 듣는 사람이 뭘 듣고 싶어 하는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연습을 하여, Agenda와 내가 물아일체의 경지가 되면, 당신은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Agenda가 나고, 내가 Agenda인 물아일체의 경지 (혼이 담긴 구라는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사진 출처: https://www.mimeo.com/blog/storytelling-impacts-content/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M-OTwhw7A

*사진 출처: https://blog.aladin.co.kr/sym6777/470179

*사진 출처: https://googlinfo.com/171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Br943Gy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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