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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Nov 01. 2021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고친다는 말은 기계에 쓰는 거다.

왜 사람을 고쳐 쓴다고 말하는가?      


고치다의 의미는 '손질을 하여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든다'이다. 기계와 같은 도구는 처음부터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그에 맞춰서 설계, 제작된다. 그리고, 역할대로 설계, 제작이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공정 능력을 규격으로 정해놓는다. 제작이 완료되어 현장에 투입되면 규격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고쳐서 원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가면서 역할이 자주 변하고 여러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성장 환경과 교육 수준에 따라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며, 맞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즉, 사람은 기계와는 다르게 애초에 어떤 역할을 위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 역할 자체도 언제든 다른 것으로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직장생활에서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마치 기계처럼 ‘고쳐 써야 하는데 고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해서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요인(유전적 요소, 성장 환경, 교육 과정, 성장기의 사회 분위기 등)은 너무나 많다. 일란성쌍둥이조차 성장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고,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 간에도 각자의 캐릭터는 전부 다르다. 이는 마치 구매 직후의 공장 초기화 상태의 스마트폰에 어떤 앱을 설치하는지에 따라서 스마트폰의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동일 기종의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끼리 설치된 앱을 비교해봐도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다양성이 바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의 근간을 제공한다.


첫 번째, 리더들이 구성원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어린 구성원이 영입되기 시작하면서 조직 전체의 다양성은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다양성이 확대되는 속도를 리더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양성이 무시되던 시절에 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이 많은 리더들은 다양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코칭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들이는 노력 대비 효율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구성원의 성향을 자세히 파악하여 맞춤형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구성원에게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실패할 가능성도 있으며, 기껏 키워 놓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할 가능성도 있다. (위 상황을 비유하자면 피트니스 센터에 오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PT를 해주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운동하러 오는 모든 사람의 계획을 파악하고 계속 점검해도 몸매 가꾸기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생긴다. 심지어 원하는 몸매가 되면 피트니스 센터를 관두기도 한다.)


 두 번째,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름의 판단을 내려 관점이 굳어진 뒤로는 반대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더라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구성원이 보일 때, 어차피 가르쳐줘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코칭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람은 적응하는 존재인데, 변하지 않고 적응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가 한 실험 내용을 살펴보자. 길버트 교수는 40세 사람들에게 앞으로 10년간 가치관과 성격이 얼마나 변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사람들은 10% 정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50세를 맞이한 사람들의 대답은 달랐다.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자신의 변화를 측정한 수치는 평균 40%였다고 한다. (출처: 나무 위키) 변화가 필요하다는 충분한 내적 동기와 보상이 수반된다면 사람은 적응을 위해서 변화한다.

   

결론은 리더로서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한 코칭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힘들고, 어렵고, 실패할 수도 있어서) 지레짐작으로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고쳐서 쓰는 게 아닐 거야’라는 사회적 선입견을 방패 삼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를 겪고 있는 구성원을 방치하는 것은 학대다.


한때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운동’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자연 치유라는 핑계로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지 않고 끙끙 앓게 두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기인 아이들은 면역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고생할 수도 있고, 몸이 약한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몸이 약한 아이 중에서 감기가 폐렴으로 번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결국 이 안아키 운동은 아동학대 혐의로 종결되었다.      


위의 상황을 직장생활에 대입해보면 별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잘하는 구성원은 건강한 아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라서 헤매는 구성원은 몸이 약한데 병에 걸려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럴 때 회사에서 문제 해결과 역량 향상은 알아서 하는 거라며 구성원을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성과가 나지 않으니 자신감을 잃게 되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다시 좋지 않은 성과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구성원은 조직 내에서 저성과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이직 혹은 퇴사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적자생존의 시대에 저성과자가 이렇게 떨어져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리더가 문제를 겪고 있는 구성원을 내버려 두는 것은 결국 안아키 운동에서 아픈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아픈 아이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극심한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입을 수도 있듯이 방치당한 구성원도 직장생활에서 동기부여 결여, 심리적 위축 등을 겪으며 저성과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나머지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리더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아무런 코칭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전체가 동기부여 결여로 선순환이 멈춰 조직 역량이 발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큰 노력이 들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매우 아플 때는 집중 치료실(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거기서는 환자당 의료진의 수도 일반 병실 대비 훨씬 많고, 24시간 처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집중 치료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긴장과 공포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의료진들은 환자의 병을 낫게 할 수 있을지 혹시라도 자신의 치료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을지 늘 걱정한다. 환자 본인과 환자의 지인들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원만히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돈도 많이 들뿐더러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 주변 모두가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료진과 환자의 지인 모두가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다.  

   

혹시 자신의 조직 내에 연차와 직급에 맞는 역량을 갖추지 못해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이 있다면 리더는 집중 치료(Intensive Care)와 같은 집중 코칭(Intensive Coaching)을 통해 구성원이 빠르게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리더는 집중 치료실에 있는 의료진이 느끼는 것과 같은 긴장과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큰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심지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리더들의 대부분이 효율성을 논리로 들었던 것은 이 긴장과 공포의 시간을 견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보다는 사명감으로 환자의 치료에 임하는 의료진의 마음으로 구성원의 코칭을 진행하고 그 긴장과 공포의 시간을 함께 견딘다면, 그 구성원은 물론 조직 전체의 선순환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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